옛 말에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듯이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 재능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 나는가보다. 그래서 타고난 재능을 끼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장끼자랑을 할 때 보면 같은 노래나 말과 행동이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옛날에는 만담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개그나 코미디언이란 전문직이 생겨났다. 쉽게 이야기 하면 사람들을 웃게 해서 먹고사는 직업을 말한다.
모 방송국 노래자랑 프로의 사회자는 팔십대를 훌쩍 넘은 노인이다. 구수한 말솜씨나 행동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다른 사람이 사회를 보면 재미가 없다고 한다. 이게 바로 끼가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그럼 나의 끼는 뭘까? 과거를 더듬어 생각해 본다.
초임 발령을 받고 두메산골 학교에 근무하던 때였다. 학부모 초대가 있는 날이면 유일한 총각선생인 나는 노래방 사장이 된다. 잔치 후 반드시 술상을 두드리며 노래잔치가 벌어진다. 어떤 사람은 18번 한곡만 부르면 끝이 나지만 나는 밤새도록 불러도 항상 다른 곡을 부를 수 있는 끼를 지니고 있었다. 당시에는 흘러간 유행가나 신곡이 나오면 몇 번 들으면 단박에 부를 수 있었다. 지금 기억으로는 백 여곡 넘게 부를 수 있는 끼를 가지고 있었다 하면 모두들 거짓말이라고 할 것이다.
지금도 퇴직을 해서 가요교실에 다니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여성들 틈에 끼어 생뚱맞게 부끄럽지 않느냐며 힐난을 하지만, 나는 신나게 배운 곡을 집에 와서도 불러보며 나 혼자 즐기는 편이다.
디지털키보드로 연주도 해보고, 플루트로 불어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대학시절 오르간을 연주하던 노하우가 있어 다른 악기를 다루어도 재미가 쏠쏠하다. 그럼 나는 음악에 끼가 있다고 해야 할까?
또 한 가지는 글쓰기이다. 학교 다닐 때 문예부로 활동하면서 백일장에 나가면 입상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학교 현직에 있을 때는 그 끼를 발휘하진 못해도 퇴직 후 못 다한 글쓰기 공부를 시작하고부터 나의 끼를 발휘할 수 있는 것 같아 지금은 꾸준히 쓰고 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문과체질, 이과체질의 두 가지 부류로 태어나는 것 같다. 나는 아마 문과체질인 성싶다. 왜냐하면, 사람 이름을 외는 것이라든지 유일하게 국어와 영어 과목에 취미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과목이 수학과 과학이었다. 사람의 이름을 외우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가 하면 숫자를 외우는 것은 잼뱅이다. 전화번호를 외는 일이나, 기차표를 사서 좌석을 찾을 때면 표를 들여다보아야 좌석을 찾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아 수리 개념은 극히 희박한 편이다.
또 한 가지 끼는 남이 하는 우스갯소리를 한번 들으면 바로 머리에 입력이 돼 잘 잊어버리지 않고 남에게 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체로 다른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를 들으면 방금 잊어버려 남에게 옮길 수 없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나는 한번 들으면 좀처럼 잊어버리지 않는 끼를 지닌 모양이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가수나 개그맨이 돼 성공했을 것이라고 혼자 생각해 본다.
젊어서는 노래와 우스갯소리로 그 끼를 살렸지만 늘그막에 글쓰기란 친구가 곁에 있어서 난 좋다. 누구나 저마다 타고난 끼를 가지고 나름대로의 취미활동을 하겠지만 나는 내가 타고난 세 가지 끼를 발휘해 여생을 이 세 친구와 살아가고 싶다. 굳이 그 성명을 밝히라면, 장 음악, 유 모어, 김 수필이라고 이름 지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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