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줄의 가야금 소리가 은은히 울려 퍼진다. 천 오백년 전 우륵 선생이 만든 악기다.
예로부터 가야금 소리가 정정정 울렸다고 이곳을 정절 골이라 고 불렀다.
‘삼국사기 악지’에 보면 ‘금곡(琴谷)’동으로 불리었으며, 지금은 가얏고 마을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이곳에 가야금을 형상화한 우륵 박물관이 장엄하게 위용을 자랑하며 우뚝 서 있다.
우륵 박물관은 가야금을 창제한 악성 우륵과 가야금의 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건립한 전국 유일의 가야금 테마 박물관이다.
가야인의 세계관과 음악관을 가야금 음악으로 승화시킨 우륵의 삶과 예술세계를 돌아보며 천오백여년의 긴 시간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한 가야금 음악의 어제와 오늘은 함께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바로 옆에는 ‘금장지(琴匠址)’라 해 우륵이 가야금을 만든 곳으로 가야금 공방이 있다. 이곳에서는 가야금을 직접 만들고 있으며, 연중 제작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가야금은 무슨 나무로 만들까? 이곳 가야금 공방 주변에는 수백 개의 오동나무 널판이 햇빛과 비바람을 맞아가며 질서 정연하게 즐비해 있다.
악기장의 말에 의하면 5년간 눈. 비를 맞혀가며 결을 삭힌 뒤에 200여회의 손질을 거쳐 가야금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삼십년 이상 된 오동나무를 둥글게 제재해 오년간이나 삭히고 말리는 과정은 장인의 혼이 깃들지 않고서는 좋은 악기를 만들어 낼 수 없다니 가야금은 신이 내린 악기리라.
보통의 나무들은 오년간 비바람을 맞히면 다 썩어 못쓰는데 유일하게 오동나무는 썩지도 않고 생생하게 그 결을 유지한다니 신이내린 양반나무가 아니고 또 무슨 나무가 이런 것이 있을까.
옛 시인의 글에 보면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그 곡조를 늘 지니고, 매화는 아무리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 오동나무는 신이내린 나무다. 아니 이 세상의 모든 나무 중 가장 양반 나무라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자칭 신이내린 양반나무가 천년이 늙어도 그 가락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년간 눈비 바람을 맞아가며 오랜 시간을 인내하며 삭혔기에 천년의 혼이 담긴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닐까.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운 발견임엔 틀림없다.
나는 간혹 주례를 설 때 신랑신부에게 오동나무와 매실나무 같은 사람이 되라고 당부한다. 오동나무는 양반나무이고 매실나무는 지조와 재화를 가져다주기에 말이다.
우리의 옛 선조들은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었다. 벽오동을 심은 까닭은 딸을 고이 키워 오동나무로 장롱을 짜서 시집을 보내기 위함이니, 그 깊은 뜻은 헤아리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오동나무의 특징은 옹이가 적고 마디가 없으며, 가볍다는 것이 장점이다. 오동나무로 장롱을 짜면 비틀림이 없고 가벼워서 좋다.
우륵이 출생한 대가야의 도읍지 고령은 군목(郡木)을 오동나무로 정했다고 한다.
왜 가야금이라 이름 지었을까? 가야에서 만든 금(琴)이라고 그 이름을 붙인 것 일 게다.
대가야를 신라로 흡수한 진흥왕은 지금의 충주 탄금대에서 우륵으로 해금 가야금 소리를 듣고, “과연 혼의 소리구나”라고 감탄한다. 이 소리는 두 나라를 합치는 좋은 계기가 된다고 해 우륵을 악성(樂聖)으로 추대하고 신라인에게 널리 보급하도록 명령하게 된다.
악성 우륵이 가실왕의 명을 받아 오동나무로 만든 이 정악가야금은 천 오백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국론통일의 계기가 된다.
가야금은 우리의 전통악기 중 가장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악기로 추앙받고 있다. 오늘날에는 서양의 팝송도 이 악기로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전국 제일의 가야금 체험학습 마을인 이곳 가얏고 마을 뒷산에는 오동나무 숲을 이루고 있다.
이 오동나무가 무럭무럭 자라서 맑고 깨끗한 가야금의 고장 고령에 자손만대까지 그 소리가 울려 퍼지기를 나는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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