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새벽, 눈이 뜨이자마자 텔레비전부터 켰다. 아침나절에 산소 벌초를 하기로 계획을 잡아놓은 터라 날씨 상황이 궁금해서이다. 때마침 기상캐스터의 입에서 일기예보가 흘러나오고 있다.
“오늘은 제9호 태풍 찬홈의 영향권에 들어 전국적으로 세찬 바람과 함께 많은 비가 오겠구요……, 어쩌구저쩌구요.” 한다.
들을 때마다 항상 못마땅하게 여겨지는 또 그 말버릇이다. 왜 중간 중간에 아무 필요도 없는 군말인 ‘~구요’는 자꾸만 써대는지 모르겠다.
내가 서울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 것일까, 그들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표현이겠지만 나로서는 적잖이 귀에 거슬린다. 아니, 귀에 거슬리는 것을 떠나서 말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하고 뚝뚝 끊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언어의 경제성 측면으로 따져 보더라도 그리 바람직스럽지는 못하다는 생각이다.
우리 한국어는 표준말의 기준을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고 규정해 놓았다. 대다수 사람들이 이 규정을 곡해하여, 서울말은 당연히 표준어만 있고 표준어가 아닌 발음은 전부 지방 사투리로 치부하는 경향이 많다. 
단언컨대 이는 결코 그렇지 않다. 서울말에도 엄연히 사투리가 존재한다. 사투리라고 하면 으레 지방에만 있는 줄로 여기는 것은 어디까지나 선입견에 불과할 따름이다. 지방 사투리에 대하여 은연중 좀 품격이 떨어지는 말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깔려 있는 까닭은 이러한 선입견의 작용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표준어의 정의 가운데 하나의 기준인 ‘서울말’이라는 점을 들어 서울 사투리가 곧 표준어 아니냐고 반문을 해 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교양 있는 사람들이 쓰는’이라는 조건을 간과한 데서 생기는 오해다. 현재 서울 지역에서 쓰는 말이라고 하여 덮어놓고 다 표준어인 것은 절대 아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하구요’ 혹은 ‘그러구요, 어쩌구저쩌구요’ 식의 말투이다. 가장 정확한 표준발음을 구사해야 하는 뉴스에서 아나운서들이 그런 품격 낮은 표현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이 경우는 당연히 ‘~하고’, ‘그러고, 어쩌고저쩌고’라고 해야 올바른 언어 사용법이다.
일종의 문화 사대주의적 의식이라고나 할까, 지방 사람 가운데는 서울말에 대하여 은근한 부러움을 갖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아니 무조건적인 추종 심리가 깔려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게 뭐 그리 멋스러운 표현이라고, 억양은 전혀 서울말 분위기가 아니면서 어설프게 서울 사람 흉내를 내느라 말끝마다 “~그러구요, 어쩌구저쩌구요” 해댄다.
특히 젊은 여자들 축에서 이런 말버릇이 더욱 심하다. 순박한 시골 아낙이 화려한 장신구로 몸치장을 한 모양새 같아서 참 듣기가 뭣하다 싶다.
사투리와 방언은 고유어와 한자어라는 차이일 뿐 지시적인 의미로는 둘 다 ‘표준어와는 다른, 어떤 지역이나 지방에서만 쓰이는 특유한 언어’라고 정의되어,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낱말이다. 하지만 함축적인 의미로는 둘 사이에 뉘앙스가 영판 다르다. 사투리가 ‘표준말에 대비되는 품격이 떨어지는 말’이라는 부정적인 뜻을 지녔다면, 방언은 ‘각 지방의 고유한 특색을 지닌 언어’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앞으로는 어감이 나쁜 ‘사투리’라는 말 대신 어감이 좋은 ‘방언’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어떨까. 지방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차원에서도 퍽 바람직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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