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인이 사는 아파트 얘기이다.
새로 선출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운영 혁신을 위해 혁신안(?)을 몇 개 내놨다.
직원들 커피는 매일 한 잔씩으로 제한하고 관리실에 그날 소요 개수만큼 매일 갖다 준다.
쉼터와 어린이 놀이터는 시간을 정해놓고 이용하되 외부인은 그나마도 사용을 금한다고 고지문을 게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새 회장의 계획안을 보고 뜻있는 몇 입주자들은 반대한다.
그런데, 여기도 인간이 사는 사회라 파벌을 만들고 동조자를 규합해 계획안대로 밀고가려고 하고 있다 한다.
더 상규(常規)를 벗어난 것은 자기 집 컴퓨터를 두고 관리실 것을 쓴다고 한다.
더 기막힌 것은 자기 아이한테, 복사기와 모든 집기도 ‘내 것이나 다름없다’고 마음 놓고 쓰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여기다 회장은 고층에 살면서 관리사무실이 있는 지하층까지 아침마다 잔 들고 내려와 커피를 먹는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뭐가 잘못 돼도 한참 잘못 됐다.
이럴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지금의 우리 국회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4·13 총선은 끝났고 개원도 했다. 표 앞에서는 쩔쩔 매는 선거, ‘국가와 사회’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출세 지향의 군상들만 범람했다.
‘새정치’를 금과옥조로 내세우던 정파도 그 어쭙잖은 리베이트(한 때는 관행이라고 무시하던 때도 있었다.)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심하게는 정당의 존망까지도 언급하는 측이 있다.
선거 후 어느 당선자는 그래도 따갑게 질타 받던 ‘특권 의식’이 곧장 맘에 걸리는지 겨우 3만5천 원짜리 금배지를 없애자고 제안했다.
‘눈 감고 아웅…’ 어쩐다더니 참 가소롭다. 2백 가지 특권 중 겨우 금배지 하나? 까짓 그것 하나 뗀다고 과연 특권이 없어지려나?
20대 국회에 재선된 서영교 의원은 지금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딸은 인턴 비서, 친동생은 5급 비서관, 친오빠는 후원회 회계 책임자로 임용했다. 언필칭 헌법기관이라고 으스대던 것이 무색하다.
이를 보다 못한 민심은 국회의원이 겨우 ‘가내수공업의 사장’이라 비하하고 ‘씨족회사의 대주주’라고 비아냥대기도 하지만 이는 사안에 비춰 한낱 가십에 불과할 뿐 혹독한 민심의 회초리가 되기엔 부족하다.
19대 국정감사 때는 검찰 간부와 식사 자리에 변호사 남편도 참석시켰다니 이게 어디 국회의원이 할 짓인가.
부리다 부리다 더 부릴 위세가 없는지 남편까지 앞세운다.
블랙코미디가 바로 이런 것인가. 그저 기가 막혀 한심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처음 언론에 문제가 불거졌을 때 동료 의원이 한 말은 두말 할 것 없이 우리 정치 현실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말았다. 뭐라고? ‘그냥 무시 대응하세요.’라고? 더욱 가관인 것은 ‘나도 보좌관 비서 구속으로 치도곤을 치러도 압도적으로 승리했잖느냐…’ 한 것이다. 
가재는 게 편이라더니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는가.
이게 국민 농락인가 정치 희화화인가? 평소 얼마나 그런 특권 의식에 안주해 있었으면 이런 후안무치가 스스럼없이 드러나는가 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세상에 드러나는 것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빙산의 일각? 상대 당에 비난을 하기는 하지만 그럴 자격이나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시중 말로 ‘제 똥 구려서…’라면 그게 더 큰 문제이다. ‘보좌관 구속 운운’이 바로 그것을 말하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야당 대표가 나와 사과하는가 했더니 드디어 고구마 줄기이듯 우려했던 여당에서도 터지고 말았다. 급기야는 허겁지겁 친인척 채용했다고 실토하기에 이르렀다.
부메랑이 되고 만 것이다. ‘가마솥이 동솥보고 검둥아…’ 했다는 속담 바로 그 꼴이다. 상대당 당직자는, 자기당 비판하는 것과 같은 잣대(비난의 정도)로 처리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우리 정치권이 모두 비대위를 꾸렸다. 유행인가, 시대사조인가? 혁신, 혁신 하더니 비대위나 꾸리는 것이 혁신인가. 표 앞에서는 잠시 이성도 잃는 듯하더니 그 결과가 이 꼴인가 하니 참 어이가 없다.
국회의원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아파트 회장 그도, 뒤에 들은 얘기지만 회장으로 선출되기까지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혁신이 대세인 지금인데 그도, 회장이 되면 뭔가 일신하겠다는 포부는 있었을 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사는 사회에 갑질과 특권질은 태생적으로 자연스레 형성된다고 하면 너무 허접스런 표현일까? ‘금수저’와 ‘흙수저’가 운명적으로 공존해야 하는 사회, 그것은 어쩔 수없는 운명이며 질서일지도 모른다.  
서울 옥수동 어느 아파트 ‘검침비리 소동’도 있었지만 비리를 캐고 엄단하는 것이야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커피’ 운운은 좀 그렇다.
하긴 그것도 비리 척결의 한 방법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