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이 지구상에 인류가 살았을까? 인류가 등장하기 전에는 공룡이 지배하고 있었다고 하고 유공충, 파충류 등이 출현한 것이 대강 2억 년 전이라고 했으니 인류는 한 2백만 년은 되지 않았을까 대충 짐작만 해보는, 이  무거운 주제에 대한 내 짧은 식견이다.
독일 네안데르탈 지방에서 발견된 두개골이 현생인류와 유인원의 중간적 존재라고 알고 있고 그것이 인류의 시원이 아닌가 한다.
문헌적 자료도 없는 선사시대의 유적·유물과 고총이나 화석화 된 인골에서 인류의 연원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유추·추정만 하는 것이 이른바 선사고고학(先史考古學)이라고 한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
우리는 단군조선이 부족국가 형태를 갖추고 기원 전부터 2000여 년간을 이어오다 발해를 거쳐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 체제를 형성하였다.
우리들 초교 시절은 그렇게 배웠고 가야국(가락국·駕洛國)에 대해서는 성인이 되어 여기저기 문헌을 통해 김수로왕의 가야국을 비롯해 6가야에 대해서만 간략히 들은 것이 전부이다.
단군조선의 건국신화가 있듯 가야국도 건국신화가 있었다. 귀지봉(龜旨峰)에 6개의 알이 하늘로부터 내려와 동자로 변하고 어른이 되어 처음 나타난 동자는 수로왕이라 해 금관가야의 왕이 되고 나머지는 각각 5가야국의 왕이 되었다는 설과, 또 가야산 산신 정견모주(正見母主)라는 여신이 천신(天神) 이비가(異毗訶)와 교령(交靈·산 자와 죽은 자와의 교합)해 두 아들을 낳으니 형 뇌질주일(惱窒朱日)은 대가야 왕이 되고 동생 뇌질청예(惱窒靑裔)는 김수로왕이 됐다는 두 설화가 있다.
그 중 현 고령을 중심으로 한 가야가 제일 강성했기로 대가야라 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고구려 등 3국과의 영토 분쟁에 휘말려 미쳐 기록할 수도 없었던지 금관가야만 김수로왕과 허황후의 기록은 있고 가장 강성했다는 대가야는 개국왕 이진아시(伊珍阿豉)와 9대 이뇌(異腦), 16대 도설지(道設智)의 세 왕만 기록이 있는 것은 뭔가 곡절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더욱 궁금한 것은 삼국유사에도 실려 있는 가락국이 대가야는 왜 역대 왕조조차 기록이 없는가이다.
더구나 6가야라곤 하지만 가장 강성했고 남쪽에 있는 금관가야와 항상 대치한 상태에 있었으므로 6가야의 맹주라고도 했다는데 왜 기록이 없는가 말이다.
최근 어느 방송을 본 후는 대가야가 정말 강성했음을 알게 되었다. 고구려의 남침에 대해 나제동맹(신라와 백제)으로 대항할 때 관산성(冠山城·현 옥천)전투가 있었고 그 연합군이 백제·일본·대가야였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역사적 유물이 발견되면 ‘다시 깨어나는 역사’라고 조명을 받고 기존의 역사를 수정·보완한다. 마찬가지로 근세에 와서 금관가야보다 더  강성했던 대가야 역사도 하나둘 새로이 밝혀지고 있으니 역사를 다시 써야 하기에 이르렀다.
‘예삿무덤’이 아닌 왕릉이라고 듬성듬성 있기는 했어도 700여기나 될 줄은 1977년에야 알게 되어 사적 79호로 지정되었다. 2013년 12월 12일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잠정목록으로 등재되었고 2015년 3월에는 우선등록도 했다 한다. 그 고분의 피장자가 왕인지 혹은 부족장인지도 모르지만 그 중 지산동 44호분 순장묘는 시종 몇 사람에다 40여 명의 순장자가 있었고 이 발견은 인원이나 규모로 보아 국내에서는 최초·최대라는 사실에 놀랐다.
이 새로운 발견·발굴 이전에, 내 20대 때 고령장에 와서 멀리서 큰 무덤들을 보긴 했는데 그땐 그냥 왕릉이라고 했던 기억은 있다.
고분과 벽화, 유적과 유물은 말만 들어도 가벼운 흥분을 일으킴은 비단 나만 느낌일까? 우리 선사인들이 걸어온 길도 중요하지만 인류 모두의 생·활·사(生活死)의 전반을 유추할 수 있으니 더없는 살아 있는 자료이고 인류 역사의 위대한 유산임을 누가 부정하겠는가.
1971년에는 조용찬(曺龍贊)이라는 분이 개진면 양전리 알터 구릉에 있던 암각화를 발견했고 나는 그 암각화가 실린 책자 하나를 입수했다. 얼른 보아도 선사시대 글자도 없었던 때의 유적임이 분명했다. 그걸 보면서 아직도 숨어 있는 미발굴의 유물·유적은 얼마나 있을까. 1600여 년이나 긴긴 잠을 자고 있던 광토대왕비는 1880년 경 청나라 농부가 밭을 개간하다가 발견했다니 양전리 암각화도 그런 우연이라도 있었던 걸까?
알터, 그 유적도 지상 3m, 폭 6m에 설형·상형문자도 아니고 갑골문자는 더욱 아닌 그야말로 선사인 그들만이 쓰는 약속의 표지이거나 수호신을 신봉하는 그들만의 주술적 회화(繪畵)는 아닐까? 아무 의미 없이 새기진 않았을 것이며 여기엔 분명 무슨 전설이나 설화가 있을 것이니 더욱 궁금증과 신비감만 더해간다.
적어도 문자도 쓰기 이전일 것이었으니 6가야와 삼국시대를 훨씬 뛰어넘어 단군조선까지, 아니 그 이상 1만 년도 더 올라가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이 원시적 암각화의 연대를 측정하고 회화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는 어디 없을까. 이것이 6가야 중 가장 강성했다는 대가야임을 입증할 수 있는 유적은 아닐까? 선, 점, 원과 무슨 기호 같은 암각화의 기법이 정교해 그들만이 아는 심오한 뜻이 있거나 고대사를 푸는 비장(秘藏)의 열쇠는 아닐까 온갖 상상을 다 해보는 것이다.
우리 역사서의 한 원전인 삼국유사도 원판은 전하지 않고 1512(중종7)년에 재간한 것만 전하니 삼국의 역사는 정사이고 6가야의 역사는 야사(?) 정도로 홀대를 받았던 것일까? 1957년에 와서 일본이 ‘삼국유사연구회’를 발족해 연구한 결과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으니 그것만도 아닌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이 왜 단군조선부터 삼한·사군·말갈·발해 등의 역사와 고대의 신화·전설·민속과 심지어 성씨록과 지명기원(地名起源)까지 실린 방대한 고대사를 연구했을까도 의문으로 남는다.
‘고령’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이 ‘대가야와 악성 우륵(樂聖于勒)’이다.
그만큼 상징성이 있기도 하고, 분명 우륵은 대가야 가실왕의 명을 받아 가야금을 창시했다고 돼 있는데 왜 역대 왕의 이름에도 오르지 못 했을까? 여기저기 기록은 있는데, 왜 대가야국 역사만 부실하고 그나마도 이해하려면 퍼즐을 맞추듯 해야 하는가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삼국유사에 실릴 만큼 강성했던 대가야의 본거지인 고령읍이 이제야 ‘대가야읍’으로 개칭이 됐으니 좀 늦은 감도 있고 역사는 기록의 산물임을 새삼 되새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