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거리는 태양이 불꽃을 품어댄다. 사막의 엉성한 초막으론 강렬한 열기를 막기엔 부실하다. 아이들이 아우성이다. 먹을 물도 없다. 수 킬로를 가서 물을 길러온다. 물 긷는 것은 아낙들의 몫이다.
땔감도 부족하다. 사막에 몇 그루 안 되는 나뭇가지를 아낙들이 꺾어 수 십리 길을 머리에 이고 와야 한다. 주위에 물 한 방울,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없는 사막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
먹을 것이 부족하여 쓰레기 더미를 뒤진다. 졸부들이 먹다버린 주스봉지를 유통기간이 지났지만 허기를 면해야 하기에 집어 마신다. 파리 떼가 우글거리며 아이의 무릎에 상처 난 고름을 빨고 있다.  
일부다처제, 남편 하나에 부인이 여러 명이다. 아이들도 많이 생산했다. 못 사는 나라일수록 인구는 증가하고, 척박한 땅의 초목이 씨앗을 많이 맺는다고 하지 않던가. 또한, 의료기관이 부족하여 해마다 많은 환자들이 죽어가는 실정이다. 지구촌 어느 가난한 나라의 이야기다.
이를 보다 못해 우리나라 자원봉사 단체에서 팔을 걷어 붙였다. 이름하여 ‘생명수 봉사단’, 아프리카 현지에 가서 지하수를 뚫어주는 나눔 봉사단을 말한다.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지하수를 뚫어주는 구세주와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의료 자원 봉사 단체도 조직되어 일조를 하고, 현지에 가서 일생을 봉사하다 몹쓸 병에 감염되어 유명을 달리한 성직자도 있다.
먹을 물이 없어 허덕이는 주민들에게 지하수가 콸콸 나오도록 뚫어주는 봉사자들은 그들에겐 구세주와 같은 존재일 것이리라. 동네에 지하수가 솟아오르는 광경을 보고 감격하여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볼 때 지구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 누구나 감동 받았을 것이다.
세월의 수레바퀴를 반세기 전으로 되돌려 본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먹는 물 걱정은 조금도 해본 일이 없었다. 한 여름 밖에서 뛰어 놀다가 갈증이 날 때면 개울물을 마셔도 배탈이 나지 않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연수가 환경오염이 되지 않았었기 때문이리라. 당시는 우물물을 두레박으로 길러다가 ‘드멍’이라는 독에 부어 식수로 사용하던 때였다. 물 지개에 물 양동이를 지고 오다가 여러 번 넘어져 쏟은 기억이 생생하다. 엎질러진 물은 주어 담을 수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러다가 물 길러 먹는 것도 귀찮아서 집집마다 수도 펌프를 박아 자급자족하던 때가 있었다. 지하수가 풍부하여 어디를 파도 물이 용솟음쳤고, 논에도 관정을 파서 가물 때 용수로 공급하던 때였으니까. 손잡이가 달린 수도 펌프 가에는 항상 밑물 한 바가지가 놓여 있었다. 물을 긷기 위해서는 펌프에 밑물을 한 바가지 붓고 펌프질을 해야 되므로 물을 다 긷고 나서 언제나 한 바가지 떠 놓아야 다음에 물을 길을 때 쉽게 쓰기 때문이리라.
 밑물 한 바가지! 이 얼마나 긴요할 때 필요한 마중물이 아닌가.
초등학교 시절, 거짓말 같이 지구촌 곳곳에는 식수도 사먹는 나라가 있다고 의아해 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지난 4월에 대구·경북 세계물포럼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이구동성으로 물을 잘 지배하고 관리하는 나라가 미래를 지배한다고 했다. 그렇다. 오늘 날 우리나라도 세계 물 부족 국가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물을 잘 보존하고 관리해서 미래의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현재도 그렇지만, 미래는 물이 기름보다 더 비싼 시대가 도래 할 것이다.
오래 전 독일을 다녀온 유학생이 물 한 대야로 세수와 목욕을 해야 했던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 우리나라도 남의 이야기로만 흘려보내서는 아니 될 것  같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집집마다 수돗물을 분별없이 펑펑 쓰고 있는 실정을 감안 하면 물 한 방울도 아껴 써야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는가.
주말 다큐멘터리 ‘생명수 봉사단’ 프로가 자꾸만 기다려지는 것은 왜일까.
앞으로 나도 이마에 인생 계급장을 달고 등 굽은 촌로(村老)가 되어 사회에 봉사하는 일원으로 거듭 나기를 마음속으로 다져본다. 그 봉사 단체이름을 ‘마중 물 봉사단’이라고 이름 지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