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에 내가 사는 지역에 있는 시장 영남향우회에서 자축행사를 한다며 축사 한마디 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평소 갖고 있던 소회 몇 마디로 대신했다.
꽃피고 새우는 가정의 달 5월입니다. 오늘 참 뜻있는 행사에 영남인의 한 사람으로 초청되어 이 무거운 주제에 대해 몇 말씀 드리게 된 것을 저 개인으로는 큰 영광입니다.
부모에 효도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것은 어쩌면 참으로 쉽기도 하고 또 어쩌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시대 따라 그 기준도 달라지니 더욱 그렇습니다. 조선시대 성리학이 사회를 지탱해오던 윤리 도덕이 오늘의 이렇게 발전된 물질문명 시대에는 맞을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방법만 다를 뿐 효도와 공경의 참뜻이야 변할 수가 있겠습니까? 효도가 백행의 근본이라 했으니까 말입니다.
자식의 부모 효도는 인간의 천성이며 가장 중요한 가치라 했습니다. 그것이 가정과 사회가 유지되는 기본이라 했습니다. 새끼가 먹이 물어다 어미 먹이는 반포지효(反哺之孝), 즉 효를 상징하는 새 까마귀가 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얘기입니다.
부모효도와 어른공경을 말할 때마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케케묵은 소리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삼강오륜을 들먹이기도 합니다. 물재 지상주의(物財至上主義)가 낳은 반향(反響)인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말도 한때 화두가 됐었는데 이는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입니다. 여기 오신 우리 영남인을 두고 하는 말은 정말 아닙니다. 학대를 넘어 패륜을 저지르는, 천벌을 받을 사건을 볼 때마다 동방예의지국이 왜 이지경이 됐나 땅을 칠 때도 있었지요. 비록 모든 것이 넉넉하지 않아 배고픈 때도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그때는 천륜을 그르치는,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포악한 일은 없었습니다. 바로 엊그제도 그런 일이 있었지요. 오죽했으면 ‘효도법’을 제정한다고 하고 있겠습니까. 이것이 우리의 슬픈 현실입니다. 어쩌다 효도를 법으로 강제해야 하게 됐단 말입니까?
부모효도가 곧 어른공경입니다. 어른공경을 말할 때마다 언필칭 ‘민주화 어쩌고저쩌고’ 합니다. 심하게 말하면 어른도 없고 아이도 없는 시대가 됐고 장유유서도 사어가 됐다고 탄식도 합니다. 한참 전의 지하철 ‘개똥녀 사건’, 일전에 있었던 ‘사탕녀 사건’, 어른이 담배 피는 학생 나무랐다가 폭행을 당한 어이없는 일도 있었지요. 분명한 것은 어른이라고 꼭 어른 대접을 받으려는 것은 아닐 테지만 ‘어른은 어른답게, 아이는 아이답게’가 이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인데 그것이 무너진 지 오래이지요. 싫든 좋든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오늘입니다.
농사만 짓고 살던 시대에 자식이 명절에 고향 안 가는 것을 제일 큰 불효로 생각했던 때도 있었지요. 그러나 이른바 산업화 사회라고 하여 바쁜 자식이 명절에 고향 가는 것보다 한가한 부모가 역귀성하는 현상도 벌어졌지요. ‘세배하러 가는 자식’이 아니라 ‘세배 받으러 가는 부모’가 돼버린 일이 한때 있었지요. 분명한 것은 결코 그게 잘못 됐다거나 불효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다만, 이렇게 변화해가는 세태의 흐름을 누가 거역할 수 있으며 또 구태여 막을 필요도 없다는 말입니다.
우리 영남인의 자긍심이기에 충분한 안동의 하회마을과 경주의 양동마을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만으로도 우리 영남인은 전래의 문물과 현대의 신문명이 조화를 이뤄 발전하는 자랑스러운 우리 영남인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예로부터 우리는 예절을 숭상하는 고장을 예향(禮鄕)이라 하고 문사(文士)를 숭앙하면 문향(文鄕)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비록 안동과 양동만이 예향, 문향이겠습니까? 그 후광은 우리 영남인 모두의 빛이기에 충분합니다. 위대한 선현들 덕분에 그 음덕을 후예인 우리들이 누리고 있습니다. 오늘도 충분히 즐기시길 바랍니다.
예향과 문향! 이 말 속에는 부모효도, 어른공경이라는 ‘참된 가르침’이 내포된 법도이니 이를 대대로 지켜 내린 우리들 모두가 명문 고장 영남이라는 사실에 대단한 자존감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수양산 그늘이 강동 80 리를 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어쭙잖은 제 눌변을 경청해 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노구에도 불구하시고 참석하신 원로 어르신들께 더욱 건강하시라는 말씀을 올립니다.
끝으로 참신하고 신선감을 주는 이번 기획에 우리 영남향우회원님들과 더불어 모든 임원님들에게도 상찬을 보냅니다. 멀리는 6가야로부터 신라천년 등 남도의 역사를 이 제한된 시간에 다 언급할 수 없음이 유감입니다만 그러나 우리는 영원한 영남인입니다. 자존심을 가집시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고령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