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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언제부터 옷을 입었던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릴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어느 일간지 기사를 보고 불현 듯 궁금증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인류의 조상이라는 네안데르탈 人(인류와 유인원 중간)은 분명 생식기도 가리지 않은 알몸 그대로였고 또 성경의 창세기 편에서는 아담과 이브라는 남녀가 주요부를 나뭇잎으로 가린 그림을 숱하게 봐왔기 때문에 최초의 인류는 옷을 입지 않았을 것이라 가상만 해본다.
원시인은 진화를 거듭하며 현생인류가 되었고 현생인류가 되면서는 추위·더위를 이기려 함이 옷 입는 시발이었음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다 요샛말로 ‘패션’ 감각이 생겨나 맵시를 찾기도 했고 남에게 보이기 위한 수단은 아니었을까?
내 식견에 버거운 이 무거운 인류역사의 한 단면인 복식(의복)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다. 다만, 상상말고 우리 조상들의 의생활은 남아있는 사진으로만 보고 그 실상을 이해할 뿐이다.
서양 문물, 특히 선교사가 들어오면서 사진기라는 귀물을 가져와서 그들의 눈에 비친 우리들의 모습이 신기했던지 사진을 찍어 본국으로 가져가기도 했고 여행기라는 책자로 또는 사진첩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것이 일부는 그들의 박물관에 비치되기도 해서 근현대에 와서는 우리들이 입수해 소개되기도 했다. 그 중에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구한말 아랫도리만 가린 물동이 인 여인을 찍었는데 치마허리와 저고리 섶 사이가 한 뼘이나 됐으니 두 가슴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지금이니까 그렇지 6·25 전후에서는 그런 풍경은 예사로 보며 자랐던 우리들이었다. 갓 시집 온 새색시나 가렸지 출산하고 농사에 매달리면 노출이 다반사로 있었던 우리들이 살아온 길이다.
그 전만 해도 솜 놓은 무명 바지저고리만 입다가 내복이라고 입어본 것도 6·25 후였다. 물론 팬티도 입지 않았지만 혹시 입은 사람들은 이름도 일제 강점기 때 쓰던 말 ‘사리마다’였다.
독립운동을 이끌었으며 홍사단을 창설해 이나라 독립과 민족계몽에 앞장섰던 도산 안창호 선생이 미국서 활약할 때 입었던 옷이 정장이긴 한데 너덜너덜 떨어진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오래 전에 봤다. 선생의 위상에 비해 너무 남루하여 자그만 충격으로 다가와 지금도 뇌리에 남아 있다. 비유하기 대단히 죄송하지만 지금은 노숙자도 그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런 시대도 있었던 우리들 역사이다.
초고속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는 우리들 의생활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삼베·무명만 입다가 화학섬유 나일론은 그야말로 섬유산업의 혁명이었다. 추위·더위를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맵시, 멋에 눈뜨기 시작했다. 패션 그 자체가 산업의 큰 축이 되기에 이르렀다. 여인들의 치마저고리는 양장이 되고 ‘다이또 스캇트(tight skirt)’도 나왔다. 치마 길이가 짧아지며 미니스커트 전성시대도 있었다. 경쟁적으로 점점 짧아지니 양속(良俗)을 해친다며 드디어 국가가 나섰다. 순경이 자를 들고 무릎 위 10cm인가 얼마를 넘으면 즉결인가 뭔가 벌칙을 주는 해프닝도 벌였다. 젊은 청춘들의 눈요깃감이 되기 충분했다. ‘감춤의 미학’이 마치 판도라의 상자이듯 열리는 듯했다. 대로변 이발소에서 젊은 청년이 면도를 하다가 엽기적(?)(獵奇的) 미니스커트를 입고 보란 듯이 활보하는 아가씨에 넋이 빼앗겨 그만 손님 얼굴에 상처를 낸 일도 있었다는 떠다니는 얘기도 있었던 당시였다.
지금은 ‘미니’는 곳곳에 있어도 ‘미니스커트’라는 말은 실종돼 버렸다. 올라가다 더 올라갈 곳이 없으니 이 지음은 레깅스나 스키니 진이 대세이다. 아마 반 뼘이나 될 만큼의 치마라고 입기는 입는다.
마치 조각가가 뽑아낸 듯한 미끈한 각선미는 생동감 넘치는 거리의 풍정을 더욱 활기차게 한다. 여성의 상징인 미적 요소도 분명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하철이다. 구태여 꼬지 않아도 속옷이 보이는데 꼬고 앉으니 이건 아니다.
드디어 터질 것이 터지고 말았다. 대구 지하철에서 중년 남성이 마주 보이는 여성의 꼬고 앉은 다리를 보다 못해 다가가 툭! 치며 꼰 다리 내리라고 했던 모양이다.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낀 그 여성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성추행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150만원 벌금형이 내려졌고, 항소심은 여성을 충고와 훈계하는 입장에서의 신체 접촉은 성추행이 될 수 없다며 무죄를 받았다는 것이다.
나는 2년여 전 머리 경막하출혈로 수술을 받아 위기는 넘겼지만 좀 심한 어지럼증의 후유증이 남아 있다. 심할 때는 응급실도 가지만 이 의술 좋은 세상에 이거 하나 해결 못하느냐고 투정 아닌 투정을 하면 의사는, ‘골골80이라 하지 않느냐’ 한다. 우문현답인가 현문우답인가…?
어느 날 지하철을 탔다. 완전히 정차한 다음에 움직여야 할 것을 미처 그걸 모르고 일어서다가 어지럼증이 갑자기 나타나 넘어지려는데 바로 눈앞에 앉은 젊은 여인이 맨다리를 내놓고 앉아 있었다. 영락없이 그 허벅지를 짚을 수밖에 없는데 그걸 피하느라 으으으…!했고 뒷사람이 나를 안아줘서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그 희멀건 다리에 내 손이 접촉됐다면, 그 젊은 여인이 이해해 줬으면 별일 없었겠지만 일진이 나빠 성추행범으로 몰릴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괜히 뒷머리가 쭈뼛거려 간신히 몸을 추슬러 황망히 내리고 말았다.< 저작권자 © 고령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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