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혼식은 부부가 함께 오래 살아야 하고, 인생에서 무탈하게 복과 장수를 누렸다는 의미로 영광스러운 일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지난 2일 대가야읍 회천교회에서는 올해로 결혼 60주년을 맞는 조재한(趙在漢, 86) 옹과 박성고(77) 여사의 회혼(回婚)식을 많은 축하객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부부가 100년을 해로하려면, 서로의 믿음·이해·애정·존중·인내 그리고 욕심을 버리고 양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지키면서 슬하에 1남 3여의 자녀들을 훌륭히 키워냈다. 딸들은 출가해 친정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착한 심성을 유감없이 발휘해 시댁식구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아들(조추호, 창성건설중기 소장)은 부모님의 든든한 기둥이 되고 있다. 조재한 장로는 1930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부친 조현익 씨와 모친 김학도 여사 사이에 육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조재한 옹은 1942년 일본 동대판시립 포시소학교(東大阪市立 布施小學校)를 졸업하고, 1944년 장찬중학교(長粲中學校)를 중퇴한 후 이듬해인 1945년 8월 15일 조국 광복으로 고향인 성산면 지경부락으로 귀향했다. 1955년 11월 28일 故 박순석 장로의 장녀 박성고 여사와 결혼했고, 그해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시작해 그 후 1980년 12월 회천교회에서 장로 안수를 받았다. 육군 15사단에서 군 생활을 해 만기 제대했고, 6·25 참전 국가유공자로서 국가에도 충성했다.
조 옹의 지역사랑은 남다르다. 고령지역 초교파 장로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상인대학을 졸업했다. 또, 현재 대가야읍 알터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으며, 회천교회 장로를 은퇴해 이제는 수많은 손자·녀들의 재롱과 자녀들의 효도를 받으면서 여생을 즐겁게 보내는 일만 남았다.
조 옹은 이날 답사에서 “한손에 가시들고 한손에 막대 들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먼저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작자미상의 백발가(白髮歌)를 읊어 하객들은 그 시의 뜻을 음미하고 오늘 주인공의 건강을 기원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내게 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내가 결혼 당시 키는 작았지만 장인·장모님이 내 눈을 보고 결혼이 성사되었다”는 비화(秘話)를 들려주며, “솔직히 내 키가 작지만 그래도 과거 12억 중국 대륙을 움직였던 등소평 보다는 키가 컸다”고 말해 하객들의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