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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장 고령은 경상북도 최남단에 위치한 아주 작은 군세에 속한 곳이지만 인심이 좋고 부지런함이 묻어 있는 곳이다.
그 옛날 대가야국이 자리한 곳이지만 신라 진흥왕23년(AD562년)때 520년의 역사를 마감한 비운의 땅이기도 하다. 더욱이 망국의 한도 크지만 역사의 조명도 받지 못해 융성했던 발자취마저 제대로 담겨 전해오지 않을 뿐 아니라 역사학자들의 무지의 소치로 연구 대상에서 누락되었으니 누가 대가야국 고령을 알고 있으랴!
지방자치 시행 후 지금은 고령의 목민관들이 대가야국의 찬란한 문화를 전 세계인에게 가슴에 와 닿도록 엄청난 힘을 쏟고 있지만 중앙부처는 미흡하기 짝이 없는 것 같다.
내가 태어나 성장한 오지 마을 박실은 대가야읍성(현 고령읍)으로부터 10Km 떨어진 산골이고 초등학교도 5Km 거리이지만 실제로는 꼬불꼬불 산길을 걷고 큰 냇가를 건너 또 버스가 다니는 신작로를 건너야 학교 정문에 들어서게 되니 아마도 2km는 더 걸었으리라!.
80여호의 제법 큰 마을이지만 누구 하나 외지에 나갈 생각을 접고 있었다고나 할까? 논은 45%가 천수답이고 가뭄이 계속되면 모내기 못한 이 땅의 사람들은 기우제를 지내곤 했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으면 요즈음은 귀(貴)한 대접 받지만 그 시절 1950년에서- 1960년대는 별로 달가워 하지 않는 조(租)나 수수를 심었다. 그리고 하늘을 무참히도 원망하는 소리를 어린 나였지만 많이도 들었다. 1964년 12월 경북지사(당시 김 인)에게 나(장재환)는 당돌하게 박실의 비(雨)와의 전쟁 즉 가믐 극복의 현실 그대로 글을 써 저수지를 만들어 달라고 편지 한통을 보냈다.
지금에 생각하면 진정서도 되고 탄원서도 되겠지만 그때는 그런 내용을 모르고 그냥 내 고장 박실의 모든 것을 어린 내가 목도한 현 실상을 말씀드렸다.
몇 일후 당시 경상북도 지사이신 김 인 지사님의 답신(1968년 1월 8일자 답신 보관 중)이 왔고 그로부터 며칠 지난 1965년1월16일 고령군수 박성하님께서 고령군수실로 방문 하도록 쌍림면으로부터 전갈 받고 다음날 예방 하였더니 어쩔 줄 모르는 나에게 칭찬을 하면서도 “왜 군수에게 먼저 편지를 보내지 않았느냐”고 하시면서 “꼭 약속을 지켜주겠다”고 말씀이 있었고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당시 우리 시골 동장인 고 김삼성 님을 책임자로 한 저수지 공사가 시작되었으며 몇 달 후 완공이 되어 그 해부터 가뭄으로 인한 모내기 걱정이 해소 되었으며 이 일로 고향 어른들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았다.
지금도 이 저수지로 인해 논 200여마지기가 제때 모내기를 한다고 한다.
고인이 되신 고 김 인 전 경북지사님께 뒤 늦게나마 감사를 드리고 박상하 고령군수께서 무지한 저를 꾸지람 없이 어여삐 봐 주시고 또 큰 저수지를 만들도록 배려해 주신 군수님, 46년이란 세월이 가도록 감사에 인사도 못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이 땅의 어느 하늘 아래 서 노년을 보내고 계실 박상하 군수님께 감사에 인사를 뒤 늦은 지금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내 고향 시골 박실에도 지금은 저수지를 만들 당시의 어른들이 모두 작고하거나 외지에 나가 살고 있어 기억조차 없게 되었지만 나는 지금도 가끔 그때를 회상하면서 고 김 인 지사님의 서찰과 박상하 군수께서 발송한 공문을 꺼내 보고는 웃(윗) 골 저수지를 생각 한다.
모내기철이면 더더욱 그 때가 생각난다.
지금의 고향 고령 박실은 한겨울에도 딸기를 수확하고 모내기 철 5월, 6월이면 벼를 심고 또 특용 작물 재배로 농가 소득이 도시인을 추월 하고 있으나 당시만 해도 어렵고 힘든 고장이었다. 지금의 박실(곡)을 이 어찌 천지개벽이라고 아니 할수 있으랴!
하늘에서 아래로 내려 보면 온 들판이 아마 백의 천사가 이곳 고령 박실(곡)에 다 모였나 할 정도이니 내가 태어나 뛰놀던 고장 박실이 맞는지 의심해도 예외는 아니니 말이다.
내 고향 박실이 자랑스럽다.< 저작권자 © 고령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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