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의 달을 맞아 조희태(사진, 84) 대한노인회 고령군지회 고령읍분회장에게 노인의 역할 등 여러 가지 궁금증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조 회장은 고령군 내무과장을 8년 16일 재직해 7~8명의 관선 군수를 모시면서 인사, 예산, 감사 등을 총괄하는 그 분야 최고의 관록을 가지고 있다. 조 회장은 우선 일곱가지 노인 인생 처세훈(處世訓)을 들려준다. 첫째, 노인은 몸을 깨끗하게 하라. 둘째, 옷은 단정하게 입어라. 셋째, 기운을 내고 즐겁게 살도록 노력하라. 넷째, 말은 적게 하되 많이 듣고 남의 흉은 덮어주라. 다섯째, 여러 모임에 자주 나가 어울려라. 여섯째, 지갑을 먼저 열어라. 돈을 너무 아끼면 친구가 꺼린다. 일곱째, 안된다고 판단되거든 빨리 포기하라. 잘못을 알면 곧 고쳐라. 이상은 살면서 터득한 조 회장의 인생 경험담을 표현한 말이다. 노인들에게, 젊은이들에게, 그리고 사회에 바라는 것과 가족얘기를 들어본다. 대담/최종동 논설위원

▶10월 ‘경로의 달’을 맞아 노인들에게 당부의 말씀은?
지금의 노인세대 상당수는 일제 강점기를 겪었고, 또 6·25 전쟁 때 공산군과 직접 싸웠던 분들도 많다. 그리고 종전 후 처참하게 파괴되었던 전쟁의 참혹한 현장 복구에 직접 가담했던 사람도 있었으며, 어린 시절 그 모습을 보고 자란 세대도 있다. 먹을 게 없어 초근목피로 연명하다 60년대 초반부터 진행되었던 경제개발에 동참해 오늘날 이처럼 세계가 부러워 할 나라로 발전하는데 주역임에는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빌미로 국가로부터 노인이 특별 대접 받기를 바란다거나 젊은이들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모두는 당시의 시대 상황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울 수도 있을 것이다. 서두에 언급한 처세훈(處世訓) 외에도 노인이 해야 할 일은 수 없이 많다. 쓸때없이 참견을 하지 말 것이며, 항상 후배들에게 말조심, 행동조심은 필수이다. 상대를 이해하려고 들고 자기희생 정신과 지역사회나 타인에게 항시 봉사하는 마음을 심어줘야 존경심이나 예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지나친 현실 참여는 자칫 노욕으로 비칠 수 있고, 강요라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자제하면서 나이 먹어도 늘 뭔가를 배우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으로 살아야지 노인이 대접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젊은이들에게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어깨 두드려주고 살아온 경륜을 전수해 주면서 노인이 부담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분수에 맞게 살면서 이웃과 상생하면 존경 받으면서 여생을 보낼 것이다.

▶기성세대나 젊은이들에게 충고의 말씀은?
요즈음은 핵가족화로 자녀들과 함께 사는 가정을 주변에서 보기가 쉽지 않다. 자녀가 있어도 대부분 삶의 터전 따라 도시로 나가고 노인들만 고향집을 지키는 가정이 많고 더러는 독거노인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노인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고독이 가장 큰 고통이라고 한다. 집에서 말할 상대가 없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고통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녀들이 아이들 공부시키며 외지에서 살다보니 풍족하게 부모를 돌볼 여력이 없다면 최소한 전화로라도 자주 문안드려서 부모의 외로움을 덜어드려야 하겠다.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해 드리고 자주 찾아뵙는다면 금상첨화겠으나 형편상 어렵다면 어쩌겠는가. 이참에 기성세대에 한 가지 고언을 한다면, 젊은이들의 인성교육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을 가정이나 학교, 어른들이 품성 바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하겠다. 어릴 때부터 교육적으로 국가에 충성심을 심어주고, 보모에게는 효도를 가르쳐야 할 것이며, 봉사하는 마음으로 이웃과 더블어사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모두가 기성세대의 몫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상당수의 요즘 젊은이들은 말이 거칠고 불량스럽기까지 한 모습도 더러 볼 수 있으며, 어른에 대한 예의 등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용어가 무색하게 된 것을 걱정하게 된다.

▶노인회 고령읍분회장으로서 애로는 없습니까?
한 차례 고령읍분회장을 했었는데, 다른 분에게 넘겼다가 사정에 의해 또 맡게 되어 두 기간을 모두 합치니 6년 정도 되는 것 같다. 대다수의 회원이 나이가 많은 편인데, 지난해 70대 중반의 젊은 회원들이 대여섯 사람 회원으로 들어와서 고맙기도 하고, 반갑고 다행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는 그 사람들이 고령읍분회를 이끌고 가야할 것이다. 그리고 고령군 8개읍·면분회 가운데 지은 지 가장 오래되어 노후한 것이 고령읍분회 회관이다. 번듯번듯하게 지어진 7개면 분회 회관을 보면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때로는 회원들로부터 우리는 뭐하냐며 질책을 받을 때도 있어서 속상할 때도 있지만, 공무원 생활을 해봐서 아는데 자치단체에서 돈 쓸 일이 어디 한두 곳인가 말이다. 행정관서에서도 잘 알고 있으니 우선 비만 새지 않으면 불편하더라도 조금만 참자고 회원들의 불만을 다독이고 있다.

▶가족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처(박무조, 77)와 남매를 두었으며, 현재 집에는 우리 내외만 살고 있다. “그 시절에는 자녀들이 많았는데, 왜 남매만 뒀느냐고 주변에서 물어보기도 한다”며 웃으신다. 흔히들 자기 부인 자랑하면 ‘팔불출’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팔불출이라도 좋으니 이 기회에 집사람 얘기 좀 하고자 한다. 처의 친정은 성산면 용소리(원당)이다. 밀양박씨 가문에 태어나 부모의 엄한 교육을 받고 시집을 왔다. 본래 품성이 전형적인 우리나라 현모양처(賢母良妻) 형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남편인 나의 말을 거역하는 법이 없고, 오로지 순종하고 남편이 밖에서 하는 일에 관여하는 일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그러한 품성은 시모의 교육도 한 몫 한 것 같다.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하나있다. 내가 공무원 시절 고령군 내무과장이라면 남들이 부러워하는 막강(?)한 자리다. 군 행사가 있으면 지금은 식사를 식당을 이용하지만 그 때는 직접 불 때고 밥을 지어서 음식을 대접했다. 그 때마다 집사람이 연기를 마셔가면서 불을 때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내무과장 부인이라면 뒤에서 시키기만 해도 이상할 것이 없지만, 솔선수범이 몸에 배어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성미다. 때때로 내가 하녀(?)를 못 면한다고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궂은일을 도맡는 습관을 바꾸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