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출천효자
이천을(李天乙) 공의 호는 졸헌(拙軒)이며 고려 공민왕 14년 1365년 을사생으로 여주인(驪州人) 안동장군(安東將軍) 이미숭(李美崇)의 아들이다. 공은 부모상을 당하자 여막(廬幕)을 짓고 모두 3년상을 치루어 6년간 여묘살이를 하였으므로 세상사람들이 하늘이 낸 효자(出天孝子)라 칭송하였고 문사(文辭)가 크고 넓으며 덕이 높고 인망(人望)이 뛰어나 경학(經學)에 밝고 행실이 착한 선비 즉 경명행수지사(經明行修之士)로 추앙(推仰)을 받아 조선 태종 조(朝)에 가선대부(嘉善大夫)와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를 증직(贈職)받아 출사(出仕)할 수 있었으나 선고(先考)의 유지(遺志)를 받들고 고려 왕조에 대한 절의(節義)를 지키기 위하여 벼슬길에 나서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연조귀감(掾曹龜鑑) 불복신벌정록(不服臣罰定錄)과 효열여별전(孝烈女別傳)에 기록되어 있다. 이하에서 효자 천을(天乙)의 지극한 효도에 감동하여 여묘살이를 도왔던 호랑이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2. 의호지(義虎址)
공은 아버지 안동장군 이미숭이 돌아가시자 살아 생전에 못다한 효도를 통탄하면서 선고(先考)의 묘소옆에 여막(廬幕)을 짓고 하루에 세 번씩 상식(上食)을 올리며 향(香)을 사르고 절하며 무릎을 꿇는 것을 비록 추운 겨울과 무더운 여름철이라도 그치지 않는 등 상례(喪禮)를 극진히 다하여 효행에 관한 소문이 온 고을에 널리 퍼졌다. 어느 날 밤에 아주 큰 호랑이 한 마리가 여막 문안으로 들어와 공이 누운 옆자리에 가만히 누웠다. 공이 놀라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기이하게 여겨 공이 일어나니 호랑이도 같이 일어나는지라 공이 상복(喪服)을 다시 입고 호랑이에게 절하고 끓어 앉아서 타일러 말하기를 “너는 뭇 짐숭중에서도 가장 신령(神靈)한 짐승이라고 옛 성인(聖人)과 현인(賢人)이 칭송하지 않았더냐? 그런데 너는 무슨 연고로 아버님 상중(喪中)에 여막으로 들어와서 무단히 옆에 누우며 꿩과 토끼를 잡아왔는고?”하니 호랑이는 다만 꼬리를 흔들며 머리를 숙여 예(禮)를 올리는 시늉을 하였다. 공은 지극한 효도에 너무 슬퍼하였기 때문에 몸이 쇠약하고 피로하여 마침내 말을 끝내자 마자 그만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윽고 정신을 차렸을 때 호랑이가 꼬리로 얼굴을 쓰다듬어 공이 의식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왔음을 알아차렸다. 의식이 깨어났음을 알아차린 호랑이는 한참동안 공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로부터 호랑이는 밤마다 공과 여막안에서 같이 자고 새벽에 세 번째 닭 우는 소리가 들리면 어디론가 사라지곤 하였다. 공이 때로는 문수봉(文壽峰)을 거쳐 내상리 뒷편 황곡(黃谷)에 있는 집으로 내려오실 적이면 호랑이가 앞장서서 험한 산길을 인도하였고 대문 앞에 와서는 중지하여 서 있다가 집에서 나오시기를 기다려 다시 여막(廬幕)까지 호위하는 등 여묘살이를 도왔다. 공이 삼년상을 마치고 집에 있을 때 호랑이는 안동장군 제삿날마다 찾아왔으며 그 후 공이 병을 얻어 누워 있을 때에도 종종 문병을 왔다가 슬픈 표정을 한 채 돌아가곤 하였다. 그리고 공이 병으로 이 세상을 떠났을 때에도 어떻게 알고 왔는지 초상(初喪)과 탈상(脫喪) 때에 꼭꼭 밤에 문상하러 찾아 와서 마당에 앉아 있었다. 따라서 집안에서는 소상(小祥)과 대상(大祥)에도 찾아올 것을 미리 짐작하고 돼지고기 한 다리씩을 준비하여 두었다가 꼭 대접를 하였다고 한다.
공의 삼년상이 지난 어느 날 호랑이가 공의 묘소 앞에서 온 천하가 떠나가는 듯 크게 울부 짓더니 이윽고 조용하였다. 공의 아들인 이춘미(李春美)가 성묘하러 가서 보니 호랑이가 피를 토하고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대밭등 뒷편 양지바른 곳에 고이 묻어주었다. 그 후부터 공의 제사때마다 여묘살이에 도움을 주었던 호랑이의 은혜를 잊지 않고 제사 후에 꼭 별도로 호랑이의 제사상을 차렸으나 임진왜란 이후부터 피폐(疲弊)해진 생활고로 호랑이에 대한 제사도 끊기고 말았으며 호랑이의 무덤도 실전(失傳)되었지만 아직도 세인(世人)들은 공의 자극한 효성에 감동한 호랑이가 여묘살이를 도왔던 곳인 고령군 쌍림면 용리 산 39-1 번지 안동장군 묘역 계단아래를 “의효지(義虎址)”라고 부르며 의로운 호랑이의 행적(行蹟)을 기리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여주이씨 세보 및 미숭산 창간호 P98에 기록되어 있다.

3. 맺는말
백행(百行)의 근본인 효(孝)가 상실되어가는 시대에 사람의 충절(忠節)에 못지 않게 의로운 행적(行蹟)을 남긴 호랑이를 기리는 “의호지(義虎址)” 유래에 관한 일화(逸話)을 적극 홍보하여 예로부터 우리 고장의 유풍(遺風)인 충효정신(忠孝精神)을 후손들에게 일깨우고 길이 후대에 귀감(龜鑑)으로 삼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