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에 접어들면서 과거의 여러 가지 역할들로부터 밀려나 역할 부재에서 오는 좌절과 고독을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의 가족 제도는 서양의 부부중심과는 달리 부모 자녀 중심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노인들은 가족주의적일 뿐 아니라 가족에 의존하는 심리를 강하게 나타낸다. 그러므로 노후에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없게 된 노인들은 더 극심한 불안과 고독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자녀들과 함께 사는 노인들도 심리적 고독은 여전히 노인의 가슴에 남게 된다.
많은 부모들이 자식에게 쏟아 부은 정성을 희생으로 여긴다. 아이를 자기의 분신으로 여기고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면서 억울해 하는 것이다. 그러나 누가 누구를 위해 희생한다는 것 자체가 착각이다.
자녀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성년이 되어 홀로 자신의 생활을 해나갈 때 까지 돌보는 것이 부모의 도리다. 이는 부모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지 희생이 아니다. 그리고 자녀는 나의 분신이 아니다. 자녀는 자녀가 가진 독립적인 인격 그 자체이다. 그동안 자녀를 돌보기 위해 지나온 희생적인 돌봄으로부터 자유롭게 떠나와야 한다.
자녀들 때문에 소홀했던 자신을 돌보고 새롭게 펼쳐진 인생을 마음껏 누려야 한다.
그러니 자녀가 독립 할 때가 되면 기꺼이 자식을 떠나보내야 한다. 억울해 할 일도 섭섭하게 느낄 일도 아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자식이 부모에게서 독립하려고 애를 쓰듯, 부모도 어느 순간부터는 자식에게서 독립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긴 노년의 시간을 잘 보내고 싶다면 막연한 바람이나 환상을 떨쳐 버리고, 시간을 편안히 보내겠다는 생각대신 시간을 마음껏 쓰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