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문(吳基文) 대창양로원(원장 신월식) 설립자는 일제강점기인 1911년 고령군 쌍림면 매촌리에서 태어나 쌍림보통학교를 다녔고, 어릴 때부터 나라 없는 설움을 자주 토로했다고 전해진다.
제일동포와 결혼 후 18세에 일본으로 건너 가 수많은 역경과 고초를 겪으며 동포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일본과 피나는 투쟁을 벌인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민단과 민단부인회 총본부를 결성하고 18년 동안 회장직을 수행했고, 거액 쾌척 등 중추적 역할을 했다. 죄 없이 옥살이를 하는 동포들을 빼내는 등 헌신적이어서 동포사회에서는 ‘변호사’, 또는 ‘큰손’으로 통하기도 해 제일동포 사회의 산 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3년 사재를 털어 고향에 대창양로원을 건립해 사할린 거주 무의탁 노인들을 입국시켜 보살피는데 온 정열을 바쳤다. 2009년 대창요양원까지 건립해 지금까지 내국인은 물론이고 사할린 거주 노인 148명 중 125명이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고인은 할일 다한 뒤 고국에서 노인들과 여생을 함께 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일본 땅에서 104세를 일기로 파란만장했던 생을 마쳤다.
지난 6월 29일 일본 동경도 조후시 다마천에서 타계해 장례식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조화를 보냈고, 일본 전역에서 모여든 수백 명의 제일동포와 제일거류민단 간부들이 대거 참석, 애도 속에 장례식을 치렀다.
일본에서 49제를 지낸 후 지난 8월 24일 고국이며, 고향인 대창양로원 내 구국사 천지전에 모셔져 25일 하루 동안 조문을 받았다.
이날 곽용환 고령군수를 비롯해 김탁수 주민생활지원실장, 권오광 관광진흥과장 등 실과장들과 전은근 쌍림면장, 이달호 군의회의장과 군의원 전원이 조문하고 고인을 추모했다.
또한 고인의 모교인 쌍림초등학교 총동창회에서 조화를 보냈고, 전병윤 총동창회장을 대신해 송영주 동문이 추도사를 낭독해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이날 이명호 전 총동창회장과 장선동 사무국장, 서용조 운영위원장, 그리고 35회 김병렬 총무 등이 참석해 선배를 추모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조화를 보냈고, 김춘희(김관용 도지사 부인) 경북회 명예회장이 회원들과 조문을 했다. 경북회 김 명예회장은 평소에도 몇 차례 대창양로원을 방문해 위문품 제공 등 어르신에 대한 관심이 높다.
8월 26일 제외동포공원묘지인 천안 망향의 동산에 안장(安葬), 영면(永眠)을 하게 됐다.
초대부터 역대 대통령들과 돈독한 교류가 있었고, 고인의 업적이 참작돼 국가에서 국민훈장인 동백장과 무궁화장을 수여받기는 했지만, 여자의 몸으로도 일제에 맞서 싸운 평생을 지극한 동포사랑, 특히 사할린 무의탁 동포를 귀국시켜 고국에서 보내도록 피나는 노력에 비하면 국립현충원에 안장을 못한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