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문(吳基文) 대창양로원(大昌養老院, 원장 신월식) 설립자가 지난 6월 29일 일본 동경도 조후시(調布市) 다마천에서 향년 10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오 여사는 고령군 쌍림면 매촌리에서 1911년 7남매의 맏딸로 태어나 쌍림보통학교(현 쌍림초등학교)를 다녔으며, 당시는 일제 강점기여서 극일(克日)을 위해 일본 유학생과 결혼해 18세에 도일했다.
결혼 8년 만에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억척스럽게 일을 했고, 경제적 여력이 생기자 민단 결성 등 재일동포 지위향상에 정열을 바쳐 동포 사회에서는 여걸로 통해 ‘여변호사’라는 애칭을 갖기도 했다.
양로원을 건립해 사할린 무의탁 동포노인들을 귀국시켜 보살피는 등 오로지 동포 사랑에 일생을 바친 공로로 국민훈장 무궁화장 등 수많은 수상을 했다.
오는 8월 24일 고국으로 돌아와 대창양로원 구국사 2층에 빈소를 마련하고 25일 조문을 받은 후 26일 천안 망향의 동산에 영면한다. 
재일동포 오기문(吳基文) 대창양로원(大昌養老院, 원장 신월식) 설립자가 지난 6월 29일 일본 동경도 조후시(調布市) 다마천에서 향년 10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오기문 여사는 고령군 쌍림면 매촌1길 157에서 1911년 7남매의 맏딸로 태어났다. 세 살 때부터 조모에게 한학을 배웠던 오 여사는 일제 강점기에 극일(克日)을 위해 일본글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15세 때인 1925년 쌍림보통학교에 입학, 1학년 1학기 때 4학년으로 월반해 배울 정도로 명석함을 보였다. 그러나 2학기 때 마을이 몽땅 떠내려가는 대홍수(大洪水)로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17세 때 공부의 미련을 버리지 못해 일본 유학생 배강이(裵康伊, 당시 28세 경남 합천군)씨와 결혼해 이듬해 남편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갔다.
오 여사가 25세 때 남편이 심장마비로 타계 후 시부모를 모시면서 포목전에서 허드렛일을 거들며 허드레 천을 사다가 여자용 속옷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 여자들은 속옷을 잘 입지 않았는데, 한 번 입어보고는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억척스러운 그 모습이 일본의 4대 일간지에 「일본 부인이 본 받아야 할 조선 부인」이라는 제목으로 오 여사 얘기가 보도됐다. 그 기사는 당시 조선인을 멸시하는 일본의 사회적인 분위기에서는 획기적인 하나의 사건이었다.
그 기사를 본 제주출신 동포 포목점 경영자가 옷감을 한 달구지나 싣고와서 “아주머니의 그 기사가 우리 동포들에게 큰 힘을 주었다”며 천천히 팔아서 원가만 달라고 했다. 당시는 조선옷을 입지 못하도록 경찰까지 동원되던 시기였지만, 이를 계기로 도쿄에서 우리 한복이 유명세를 타 재산도 모울 수 있었다.
▶ 민단 결성 등 동포지위 향상에 정열 바쳐 ‘여변호사’ 별명
경제적으로 여력이 생기자 그녀는 억울하게 경찰에 잡힌 동포들을 뒤로 빼내오는 역할을 자주 맡아 「여변호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전쟁이 끝나고 해방이 되자 그녀는 일약 교포사회의 여류인사가 돼 있었다. 해방 되던 해 10월말 일본에서 민족운동을 하다 투옥, 23년간 옥고를 치른 박열 선생이 출옥하고 그의 환영식을 계기로 신탁통치 반대를 위한 신조선건설동맹이라는 단체가 결성됐다. 그 후 이 모임을 모체로 오늘날 민단으로 불리는 재일거류민단이 결성됐다. 그 때 200만 엔의 기금을 쾌척해 민단 결성의 중추적 역할을 오 여사가 했다.
당시 한국인을 차별대우하는 일본인에 대해 반감을 가졌던 오 여사는 1946년 1월 일본서 신탁통치 반대추진위원회를 결성했으며, 그해 8월 재일대한부인회 동경본부를 결성, 초대 회장을 맡았다.
그녀는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의사 등 3열사의 유골 봉환을 위해 40만 엔을 후원하고 직접 유골 봉환위원이 돼 어려운 절차를 겪으며 고국땅을 밟았다. 그러나 속임수에 말려 일본으로 돌아가는 길이 막혀 밀항선을 타고 일본에 도착했다가 다시 부산으로 송환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천신만고 끝에 일본으로 다시 돌아가 활동을 계속했다.
1949년 6월 재일한국거류민단 부인회 총본부를 결성해 18년간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회장 재임 기간 중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많은 사람들의 만류에도 위문단을 구성해 일선 위문, 위문품 보내기, 난민구제운동 등에 앞장서기도 했다. 1967년 7대회장까지 맡으며 실질적으로 재일교포 사회의 여성지도자 역할을 했다.

▶ 양로원 건립, 사할린 무의탁 노인 등 보살펴
일본에 살면서도 조국에 대한 애국심을 잠시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88서울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 때는 각 1억 원씩의 체육성금을 내놓았다.
1970년에는 부산시 대연동에 장애인 수용시설인 사회복지법인 복지양호학원을 설립, 부산시에 기증했고, 중소 이산가족회 일에도 참여해 유엔사무국을 방문, 사할린거주 동포들의 귀환을 촉구하는 등 일생을 동포를 위한 봉사에 전념해왔다.
1987년 그녀가 태어난 쌍림면 매촌리에 사회복지법인 대조구국원(大朝救國院)과 1993년에 대창양로원(大昌養老院)을 건립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금까지 사할린에서 영주 귀국한 무의탁 노인 148명 중 125명이 대창양로원에서 생을 마감해 재외동포공원 묘지인 천안 망향의 동산에 영면했다. 현재 23명의 사할린 귀국 동포와 65명의 내국인 등 88명의 노인들이 대창양로원과 대창요양원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할 일 다 하고 고향에서 살겠다던 꿈 못 끝내 이루고 타계
오 여사는 “양로원 운영비 조달을 위해 우선은 일본에서 살겠지만, 할 일을 다 한 뒤 조국(祖國) 대창양로원에 영주 귀국해 다른 노인들과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했지만, 끝내 그 희망을 이루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일본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슬하에 1남 2여를 뒀다.
오 여사는 평생을 동포를 위한 일을 했고, 포목장사로 일군 전 재산도 사할린으로 강제 징용됐던 무의탁 불우노인들을 위해 내놓은 셈이다.
평생에 걸친 그녀의 「봉사의 삶」에 대해 조국은 1978년 대한민국 국민훈장 동백장, 1996년 대한민국 국민훈장 무궁화훈장 수여로 화답했다.
대창양로원 내에 있는 ‘설립자 기념관’에는 마지막 황태자비 이방자 여사를 비롯해 마지막 임금 순종의 비 윤비, 초대 이승만 대통령 내외와 위문품 전달 후 기념사진, 역대 대통령과 촬영한 사진이며, 또한 국가에서 주는 감사장, 각종 훈·포장 등을 전시해 두고 오기문 여사를 기리고 있다. 건국 후 역대 대통령의 일본 방문 시 행사장에 오 여사가 초청 1순위라는 것만 봐도 그의 위상을 실감하게 된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 내외분과 친분이 매우 두터웠다. 1967년 지금의 고령군보건소 앞길에 일본에서 벚꽃나무를 가져와 심어 봄철이면 아름다운 꽃길이 조성되어 있지만, 오기문 여사가 심은 벚꽃나무라는 것을 아는 군민은 많지 않다. 이처럼 자랑스러운 고령인으로서 국내외 동포들을 사랑했던 오 여사는 구국(救國)의 여걸이다. 특히 올해는 해방 69주년을 맞는 해다. 일본에 살면서 한인차별대우에 맞섰고, 동포지위 향상을 위해 헌신하며 오로지 동포사랑으로 살아온 여사의 일생이 더 큰 족적으로 다가온다.
일본에서 장례식 행사에는 신월식 대창양로원 원장과 친인척이 참석했고,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조화를 보내 고인을 추모했다.
오 여사의 유해는 오는 8월 24일 고국으로 돌아와 대창양로원 구국사 2층에 마련 된 빈소에 안치하고 25일 하루 동안 조문객을 맞는다. 그리고 다음날인 26일 재외동포를 위한 공원묘지인 천안 망향의 동산에서 영면한다. 오 여사의 생존 시 지극한 동포사랑, 나라사랑을 감안하면 국립묘지 안장을 못해 아쉬운 점이 있다.
(연락처:대창양로원 054)955-0038)        

오기문 여사 약력 및 경력

●1911년 1월 25일 쌍림면 매촌리 출생
●1926년 현 쌍림초등학교 1회 졸업
●1928년 결혼 후 일본으로 건너감
●1931년 일본 신내천현 공립여학교 졸업
●1962년 근화학원 한국모자학원 이사장 역임
●1970년 (사)대한복지양호학원 설립(부산)
●1973년 (사)대한복지양호학원 이사장(부산)
●1975년 동경신숙정치대학 졸업
●1979년 한국대조천지교창설, 구국사 건립(대표이사)
●1980년 고령군에 세계평화와 남북통일 기원탑 건립
●1983년 세계국제총연맹부인회 한국본부 고문
●1987년 사회복지법인 대조구국원 설립
●1993년 대창양로원 건립
●2009년 대창요양원 건립

일본에서 재일본대한민국거류민단중앙본부 초대부녀회장, 재일본 대한부인회 동경본부 대표회장, 중앙본부회장 등 많은 단체에서 활동했다. 국민훈장 동백장, 국민훈장 무궁화장 등 수많은 수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