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에 산주리 합천이씨 가문으로 시집와서 현재까지 살고 있는 권름이(84) 할머니는 산주리 발전의 산 증인이다.
6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온 나라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탈바꿈할 때 권름이 할머니는 산주리 부녀회장(당시는 어머니 회장)을 맡아 20여명의 부녀회원들을 독려하며 마을길을 넓히는 일 등 솔선수범했다.
그 후 주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인 경로당(마을회관) 건립이 절실했지만, 문제는 건립 자금이었다.
80년대 초 어느 날 쌍림면사무소에서 주민간담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부녀회 대표자 몇 명이 참석했다. 군수를 비롯한 군청 간부와 면장이 참석했다.
권름이 부녀회장이 발언권을 얻어 군수와 면장에게 “산주리에 경로당을 지어달라”고 단도직입적으로 건의했다. 권름이 할머니는 지금 생각해도 그날 자신의 용기 있는 건의를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무척 떨리는 마음으로 건의한 것만 생각난다고 했다.
그날 약속받은 500만원으로 터를 매입하고 집을 지을 준비를 했지만, 자금이 턱없이 부족했다. 관공서에 더 이상 기댈 수는 없어 회원들을 독려해 절미운동으로 쌀을 모으고 마을에 구판장을 만들고 회원들이 교대로 가게를 운영해 조금씩 모이는 돈은 필요한 사람에게 맡겨 이자를 늘려나갔다.
그리고 마을경로잔치 때 참석한 군수에게 애로를 호소해 1천여만 원을 지원받아 우여곡절을 겪으며 조그마한 경로당을 짓게 된 것이다. 그러나 장소가 너무 협소해 좀 더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7~8년 전 산주리체험마을 지정을 계기로 각계의 지원금 등으로 지금의 번듯한 마을회관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 권름이 부녀회장의 역할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권 할머니는 30여 년 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들4형제를 키우면서 농사, 마을일 등 1인 다역을 훌륭히 해낸 여장부다.
장롱위에서 꺼낸 표창장 50여개가 권 할머니의 이력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국무총리 표창장을 비롯해 장관, 도지사, 군수 등 그 많은 표창장 가운데 유독 뜻 있는 상은 마을 주민들이 준 ‘감사장’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지금은 작년에 서울에 살던 작은 아들이 어머니를 모신다면서 귀향해 함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