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하여 예로부터 스승은 임금님, 부모님과 같은 반열에 두었다. 또한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을 정도로 선생님은 존경의 대상 그 자체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생각들이 좀 퇴색된 듯해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개진면 생리가 고향인 이판술(李判述, 59) 교장선생님은 고령에서 교육자로 출발해 24년간 고향의 후진양성을 위해 헌신했고, 그 후 10여년을 외지에서 근무하다 금년 3월 1일자로 다산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금의환향했다. 그동안 교사, 교감, 장학사, 교장 등 일선 교육현장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축적된 뚜렸한 교육관이 익히 알려진 터라 몇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정중히 사양하다 다행히도 이번에 인터뷰가 성사되었다.
교육자로서 고향으로 돌아 온 소감과 교육철학, 그리고 학부모와 지역민에게 바라는 진솔한 얘기를 대담을 통해 들어본다.      
대담/최종동 논설위원

▶ 고향으로 돌아오신 소감은?
백두대간의 정기를 한 배 가득 싣고 영남내륙의 북동쪽 젖줄인 낙동강과 금호강이 사이좋게 굽이쳐 흘러 합쳐지는 이 곳, 더 큰 낙동강으로 거듭 나면서 면면이 이어온 역사·문화·충절의 고장, 신흥 산업지역으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변화와 기회의 고향, 고령에서 교직을 수행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한편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솔직히 있습니다.
그동안 몇 몇 시군(경주, 의성, 구미, 성주)에 근무하면서 그 지역 나름의 특색있는 문화, 경제, 교육, 행정, 주민들의 생활 모습 등을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고령과 가끔씩 비교해 보기도 했습니다. 또 매 주 배달되는 고령신문이나 각종 매스컴을 통해 전해지는 고향 소식을 간접적으로 들으면서 고령이 경북의 3대 문화권으로 자리 잡고 문화, 경제, 행정, 교육 등이 전국적인 벤치마킹의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자긍심과 함께 보다 더 발전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간절하였습니다.

▶교직의 첫 임지는?
1977년 3월 1일 쌍림면 월막초등학교에 발령을 받아 5학년 29명의 학생들과 함께 첫출발을 했습니다.
당시 월막초등학교는 쌍림면의 4개(쌍림, 안림, 백산, 월막)학교 중 교육환경이나 시설, 학생 수 등에서 가장 열악한 지역과 학교였지만 학부모님, 지역민의 관심과 적극적 협조, 선생님들의 교육적 열의만큼은 여느 학교에 뒤지지 않았으며, 37년이 지난 지금도 월막초등학교의 학구내 동네 이름과  학부모 이름, 가정의 특징과 모습 등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교육자로서 보람 있었던 일을 꼽으라면?
교원이라면 누구나 가르친 제자들이 성장하면서 학창 시절의 학습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활동을 하나하나 지켜보면서 ‘지역은 물론 사회와 국가의 동량으로 제 역할을 다 할 때 가장 큰 보람이 아닐까?’싶어요.
제 경우 고향에서 교사로 근무한 24년(월막, 고령, 개진, 예동, 고령교육지원청, 운수, 우곡초)동안 보람 있었던 일로 3가지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교직의 출발이자, 첫 근무지인 월막초등학교에 근무한 4년 동안 학생·학부모님들과의 만남을 통해 ‘교사란 열정과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고 깨달은 것입니다. 둘째, 6학년 담임만 14년을 해 지금도 초등교원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도 초임지인 월막의 졸업생뿐만 아니라 저 멀리 김천 조마, 신곡분교에서 졸업시킨 제자들이 소식을 전해 올 때, 또 지역의 각 공공기관이나 사회단체에서 나름대로 충실히 제 역할을 수행하면서 인사를 해 올 때, 단위기관의 장이나 지역민, 친구들로부터 “○○이가 이 선생 제자라며, 그 친구 대단해,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등의 얘기를 들을 때 교원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셋째, 고령의 중심이라는 고령초등학교에만 10년 6개월을 근무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고령초등학교는 고령군내 1번지 학교로서 학부모와 선생님, 지역 사회와의 긴밀한 유대를 통하여 ‘일본 시마네현의 사다쵸, 스사 소학교와의 국제교류’, ‘순천북초등학교와의 영호남 자매결연’, ‘경북 최초의 학부모체육대회’ 등 교사로서 열정적으로 참여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교장선생님의 교육철학(교육관)과 좌우명(지표)은?
학생, 제자들을 훌륭한 국가의 동량으로 지도하는 것이 모든 교육자들의 보람이자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초등보통교육을 통하여 학생들에게 삶의 방법과 잠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창의적으로 다양하게 제공하는 일련의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다』는 신념과 자세로 오경중의 하나인‘예기’ ‘학기편’에 나오는 『교학상장』과 도산 안창호선생의 『무실역행』을 교육 현장에 접목하여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의 좌우명은 ‘기본에 충실하면서 최선을 다하자’입니다.
최선을 다하지만 기본과 절차가 바르지 않으면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봐 왔습니다. ‘즉 지성이면 감천이다’라는 생활 자세를 자식, 가족, 직장에서 항상 명심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학생은 교사의 사랑만큼 성장하고 학교는 교장의 열정만큼 발전한다.』는 신조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학부모, 선생님, 지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1928년 4월 20일 개교한 86년의 역사와 전통이 있는 다산초등학교, 이 학교에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70년대 말과 80년대 초, 다산초등학교에 6학년 시험 평가 감독으로 가기 위하여 화원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당시의 뱃사공의 모습이 생생이 기억남)건너 백사장을 걸어 선생님들의 자전거를 타고 가서 평가한 모습이 추억에 남습니다.   
지금은  자전거로 다니던 시절의 다산초등학교가 아닙니다.
유동 인구, 교통량 등이 엄청나게 증가한 준 도시형으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학교의 규모와 학생 수는 초등 25학급, 유치원 4학급으로 640여명, 370여 가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급격한 학교의 변화와 지역의 여건에 걸 맞는 교육활동을 선제적으로 전개하기 위하여 교육 3주체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에게 “다산초등학교의 교육경쟁력 상대는 대구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2014년도 제1차 학교교육설명회에서 “학생.학부모.선생님.지역민들에게 신바람의 날개를 달아드리자”라고도 했습니다.
특히 2014년에는 학부모님들께서 “각종 교육활동 운영에 참여를 많이 해 주시고 학교에 대한 관심도와 협조, 애정은 매우 높다”고 자랑하고 싶어요.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인적 구성 및 교육력은 지역에서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금년에 젊고 유능한 선생님들이 많이 오셔서 가장 역동적이고 이상적인 교원조직, 조화로운 조직이라고 자랑하고 싶습니다.(통계적으로 입증됨)

▶학교 발전을 위해 교육행정기관이나 자치단체에 바라는 점은?
본교의 동창회, 운영위원회, 학부모회, 녹색어머니회의 학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매우 높은 편으로 학교 발전을 위해서 발전기금(매월 100만원, 지역기업체에서 30만원)을 내 주시면서 많은 지원을 해 주시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교육수요자의 급격한 증가로 교육 환경적 측면에서 매우 열악한 편입니다.
특히 지역의 주거환경 변화와 유입 인구, 학생 수의 증가로 2015년부터 매년 2학급씩 증설되고, 2018년도에는 31학급이 될 예정입니다.(공식적 통계)
교육행정기관(군, 도)에서 학교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교실 증축 문제 등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속히 예산 확보와 정책적 결정으로 이 문제들이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주변의 교육적 여건과 환경이 많이 미흡하고 학생 안전에 위험한 시설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현행 학예경비보조금지급조례에 의거 지자체의 재정 여건을 고려하여 학교에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우리 고령군은 군의 재정력에 비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학교의 여건과 교육적 상황을 고려하여 지원 시기를 학년도 시작 전 2월, 늦어도 3월 초에 지원을 하면 좋겠습니다(교육수요자의 희망, 지도강사, 장소 등의 문제 해결이 가능함) 

▶끝으로 가족관계, 퇴임은 언제, 퇴임후의 구상은?
5남 1여 중 장남으로 개진 생리(새마을)에 모친(86세)이 계시며 누나와 동생들은 대구와 서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우인 이정술(李正述, 57)은 중앙부처 국장급으로 현재 소방방재청 중앙민방위방재교육원장으로 근무하고 있어서 가문의 희망이며, 고향을 항상 챙기는 자랑스러운 고령인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들 둘과 며느리는 각각 서울과 울산에서 회사원, 대학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퇴임은 2017년 2월로 예정되어 있으며 퇴임 후의 일은 아직 생각 해 보지 않았지만 여건이 허락하면 3가지 활동을 하고 싶어 조금씩 준비하고 있습니다.
첫째, 교육대학,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배운 초등교육, 대학원에서 전공한 특수교육, 대학원 입학 예정인 교육상담심리를 더 공부하여 현장에서 하지 못한 『교육재능기부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둘째, 우리 역사에서 삼국시대의 한 축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는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 근대이후 고령의 모습을 체계적으로 안내하고 설명할 수 있는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셋째, 우리 지역 중 『다산, 성산, 개진, 우곡에서의 낙동강』은 어떤 의미일까? 에 대하여 조사해 보고 싶습니다.

이판술 교장은 고령, 성주, 김천, 경주, 구미, 의성 등 수 많은 학교에서 후진을 양성했고, 교육지원청 장학사 등 다양한 현장교육을 체험했다. 교원과학경진대회 등 14회의 상장과, 교육부장관 표창 외 20여회의 수상이 이 교장의 업적을 반증한다. 또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협력위원, 대가야체험축제 홍보위원 등 대외 활동분야가 열손가락이 모자란다.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