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와서 우륵의 출생지 규명 학술대회가 빈번하다. 지방자치제로 인해 조그마한 연만 있어도 서로 자기네 쪽이라고 주장한다.
제각기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무리가 아니라는 측면도 있다.
김부식(金富軾)의 삼국사기 권32 잡지 제1악에 보면, ‘라고기운 가야국 가실왕 견당지악기이조지왕이 위제국방언각이성 기가일재내명악사성열현인우륵 조12곡(羅古記云 伽倻國 嘉實王 見唐之樂器而造之王以 謂諸國方言各異聲 豈可一哉 乃命樂師 省烈縣人于勒 造十二曲)’이라 했다.
이상을 국역하면 “가야국의 가실왕은 당나라 악기를 보고 여러나라의 방언이 각기 그 음지가 다르거나 어찌 같을 수가 있겠는가 하고 성열현 사람 우륵에게 명하여 12곡을 짓게 하였다”라는 내용이 수록돼 있다.
그리고 김유신 열전에서는 664년에 상장군 김유신이 성열성 등 백제의 7개성을 함락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에 두 지명에 모두 등장하는 ‘성열’이 우륵의 출생지라는 전제하에 백제와 신라의 공방지역을 중심으로 한 군사학적 연구를 통해 우륵의 출생지 ‘성열’ 지명이 거창에 가깝다는 합리적인 근거를 얻게 되었다.
군사학적 근거로는 성열현이 고령 우곡면에서 멀지않은 서쪽에 밀집해 있을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성열성을 거창지역에 위치하였을 것으로 보았고, 김유신이 백제에게 빼앗긴 7성을 회복하고자 진격한 6개 루트를 상정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강력한 군사 거점이 있는 대야성을 피해 낙동강 상류에서 남하하여 육십령.팔량치→함양→거창→고령으로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성열성 등 7개성이 고령군 우곡면 서쪽 일대의 지역이 되는 것이 적절하며, 의령에 성열성이 있었다는 가설은 보병 및 기마병 위주의 신라군이 대규모 선박이나 가교를 만들어 폭이 넓은 낙동강을 건넜다는 것은 매우 희박하다.

우륵의 출생지는 성산면이 가장 유력하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성열현’이 어디인가를 두고 학설이 분분하다.
우륵의 출생지에 관해 충북 제천의 청풍설과 경남 의령군 부림면 신반설, 경남 거창군 가조면 대초리설, 고령군 성산면 대가야국의 성열현 등 몇몇 지자체가 주장하고 있지만 고령군 성산면이 가장 유력하다.
이를 토대로 각기 우륵 성역화 사업을 서두르고 있지만 고령군은 이미 우륵박물관까지 개관하고 우륵의 출생지임을 전국에 알리고 있다.
그리고 대가야국악당(大伽倻國樂堂)을 건립하고 매년 개최되는 대가야문화예술제와 더불어 대통령상인 전국가야금경연대회를 우륵의 출생지인 이곳 고령에서 열리고 있다.
또한 ‘정정골’이 훤히 보이는 연조리(고령고등학교 뒷산)에 군민들의 정성으로 ‘우륵선생기념탑’과 사당도 건립해 ‘악성우륵추모제’를 올리고 있다.
후기 가야연맹체의 맹주국인 대가야국의 찬란한 문화가 멸망한지 1,5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많은 고령인들의 마음속에 대단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있다.
고령에서 수많은 유물과 유적이 발굴, 발견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별히 자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가야금(伽倻琴)이다. 가야금은 우리의 국악기 중에서도 대표적인 현악기다.
그러므로 ‘고령’하면 대가야국을 연상하고, 그리고 가실왕(嘉悉王)과 악성 우륵 선생을 떠올리는 것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가야금 제작을 명한 가실왕(嘉悉王)

가야금의 우수성은 잘 알고 있지만, 가야금 제작을 명한 가실왕(嘉悉王)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아 잘 모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악성우륵추모제’는 매년 행사를 하고 있지만 정작 가실왕에 대한 추모제는 현재까지 없다.
6세기 초 고구려, 백제, 신라, 왜, 제나라와 국교를 가지면서 대가야국의 전성기 시대를 이끌어 온 가실왕이 우륵에게 대가야인의 정서에 알맞은 악기를 제작하게 했으니 어떤 의미로는 우륵보다 가실왕의 업적을 더 부각시켜야 했다. 그래서 가실왕추모제가 우륵추모제 보다 먼저 행해야 하는 것이 마땅할 줄 안다.
가실왕에 대한 역사적인 사료가 거의 없고 오로지 김부식이 펴낸 삼국사기에 ‘가실왕’이 나와 있을 뿐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가실왕 시대를 유추해 보자.
우륵이 가야금을 만든 시기가 A.D 500년경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대가야가 신라에 의해 멸망당하기 15~6년 전이다.
그렇다면 가실왕 시대의 대가야는 출토된 유물과 사료에 따라 대가야국의 전성기 시대로 대가천(大加川), 소가천(小加川), 야천(耶川:안림천)변의 기름진 옥토와 특히 야로(冶爐)에서 생산된 철(鐵)의 생산으로 농기구를 비롯한 무기류 제작으로 농경사회의 발전 속도는 절정에 이르게 되었으니 이러한 태평성대를 누리게 한 임금이 바로 가실왕인 것이다.
또 가실왕은 외교정책도 잘 펴나간 것으로 추정을 할 수가 있는데 초강대국인 고구려?백제.신라 그리고 왜와 중국(남제)까지 교역을 하였으며 때에 따라서는 독립된 국가로 군사동맹을 맺어 고구려와 대적하기도 하고 또는 신라와 백제와도 전쟁을 치룰 정도로 완전국가 형태를 이룩했던 것으로도 알 수가 있다. 특히 중국 남제에 사신을 파견하여 가라왕(대가야국왕)이 보국장군의 벼슬을 받기까지 했는데 시기상으로 당시의 가라왕은 가실왕으로 추정한다.
또한 쇠퇴한 후기가야를 연합해 후기 가야연맹체를 구성하여 가야권을 대표한 분도 가실왕이 아닌가 한다.
물론 연구와 검토로 확인이 돼야겠지만 고령읍 고아리벽화고분의 무덤이 가실왕의 무덤으로 추정들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가실왕의 생존시기와 벽화고분의 축조 시기가 거의 동시대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곳 벽화고분이 가실왕의 무덤이라면 지금까지 대가야고분군 중 대표적인 고분군이 지산동 고분군인데 이곳에서는 순장제도가 이루어져 어떤 의미로서는 강력한 지도자의 죽음으로 또 다른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는 잘못된 신앙관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와 관습(순장제)을 일시에 바꾸기는 상당한 저항과 어려움이 따를 줄 아는데 놀랍게도 고아동 벽화고분군은 순장묘가 아님이 밝혀졌는데 이것은 가실왕이 지금까지 잘못된 순장제도를 바꾸게 한 위대한 공로자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고령지역의 소국은 반로국 또는 반파국이었지만 이 시대(가실왕 시대)를 중심으로 하여 처음으로 대가야국의 건국설화인 가야산신감생설(정견모주설)을 주장하여 김해가야와 구별되게 하고 또 나라이름을 대가야(大伽倻)라 칭하여 주변국들에게 알렸고 비로소 왕이라는 칭호도 사용케 됨을 잘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나라의 경제와 국방이 튼튼한 가실왕시대에 생활의 여유가 있기에 우륵으로 하여금 독창적인 악기 제작을 명하였으니 정치지도자로서 가실왕은 조금도 손색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역사에 가려있게 된 것이 심히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가실왕의 위대한 업적을 생각하여 부족한 사료이지만 발굴하여 그 공적을 인정하는 작업에 앞장서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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