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을 오로지 교직 한 분야에서 후진 양성을 위해 헌신하다 지난 8월 31일 고령초등학교장을 끝으로 명예롭게 퇴임한 곽영수(64) 교장선생님을 만났다. 첫 인상이 인자하고 후덕한 교육자의 바로 그 모습이다. 말이 43년이지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을 오로지 한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판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박 교장의 고향은 쌍림면 안림리이다. 교직 43년 가운데 고향인 고령에서 후진을 가르친 기간이 무려 34년이다. 그동안 고향의 후학들에게 정성을 쏟다가 이번에 정년을 고향에서 맞게 되니 만감이 교차할 것 같다. 퇴임 소감 등 궁금증을 물어본다.                              대담/최종동 논설위원

▶퇴임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교직에 첫발을 디딜 때 학생들에게 ‘잘 사는 방법을 가르치고 터득하게 하자’는 것이 저의 교육철학이었습니다. 교육은 앎과 삶의 통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학부모님들의 요구, 학생들의 눈높이 이해 부족 등으로 저의 생각이 최고인 것처럼 일방적인 교육활동을 했던 부분도 솔직히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학생을 주인으로 섬기며 잘 사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하기 위해 발버둥 친 것만은 분명합니다.
사람은 만나면 헤어져야하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고 당연한 이치이나 막상 아이들과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섭섭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그동안 정들었던 교정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세월이 유수같이 빠름을 느낍니다. 재직하고 있을 때 좀 더 열심히, 학생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 동안 저를 믿고 교육활동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신 교직원, 학부모, 학생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고향에서 공직 마감에 특별한 감회가 있다면?
고향인 고령 관내 초등학교에서 34년여를 근무하는 동안 학력향상, 영어능력 향상, 소질계발, 체력향상, 인성교육 등을 실천해 가는 데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향 선후배님들의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으로 교직생활을 대과없이 마무리하고 정년퇴직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데 대하여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고향 교육발전을 위해 내가 할 부분을 찾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다짐해 봅니다.

▶재임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나 제자는?
중학교 입학금 보조, 학습지 구입 보조 등 여러 가지 기억에 남는 미담 사례가 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제자라기보다는 나와 함께한 모든 아이들이 ‘잘 사는 방법을 터득’하여 이 사회가 꼭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여 지역을 빛내는 인재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부모님들에게 당부의 말씀은?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합니다. 이는 교육의 중요성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자녀들의 바람직한 성장을 위해 학생, 학부모, 교사 상호간에 신뢰가 구축되어 소통문화가 형성되고, 학생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어른들이 모범이 되어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아야 겠습니다.
고령 아이들 정말 착하고 지혜롭다고 하겠습니다. 잘 가꾸면 장차 고령의 보물이고 나라의 기둥이 될 것입니다. 학부모님들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자기 색깔로 자랄 수 있도록 돌봐 주시길 기대합니다.

▶교육청이나 자치단체에 바라는 것은?
고령군은 어느 자치단체보다도 후진 교육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국 최초로 군(郡) 직영 공립학원 ‘대가야교육원’을 설립하여 교육경쟁력을 확보한 선견지명(先見之明)이 무엇보다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후진양성에 관심이 큰 독지가들의 앞 다툰 교육기부금은 고령군의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마음 흐뭇합니다. 매년 높아지는 이른바 명문대학교 입학생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재들이 양성되어 장차 고령 발전은 물론이고 국가의 동량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무상급식 지원, 방과 후 활동 지원, 영어캠프 지원, 중.고생 중국, 일본 방문 지원 등으로 대도시 인근이면서도 도시로 전출하는 학생이 거의 없다는 것이 자랑거리입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한 가지 욕심을 부린다면 ‘교육기부’가 더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고, 학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문화센터 확충이 시급합니다. 즉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한 재정지원 뿐 아니라 수요자 중심 교육 서비스 및 다양한 체험활동 지원 등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지자체가 앞장서 주실 것을 기대하겠습니다.

▶퇴임 후 구상하고 있는 일은?
재직하는 동안 시간과 장소의 제약 때문에 하지 못했던 건강관리를 위한 사회체육활동(배구, 등산, 탁구 등)과 여가선용활동(독서, 분재, 꽃재배 등)을 병행하면서 지역을 위한 봉사활동에도 소홀함이 없어야겠고, 각종문화강좌 수강으로 소양을 기를 생각입니다.

동료 교사인 고령초등학교 김은정 선생님에게 그동안 지켜본 곽영수 교장선생님에 대해 물었다. “곽 교장선생님은 인자한 미소가 매력인 교장선생님”이라고 말한다. 김은정 선생님은 “곽 교장선생님은 15년 동안 동료교사로, 교감선생님으로, 교장선생님까지 네 번의 인연의 끈을 이어온 특별한 인연”이라고 말한다.
곽 교장선생님은 “교사의 가장 큰 가치는 ‘가르치는 일이며 가장 보람 있는 일은 제자를 길러 내는 일’이라고 늘 강조하시면서 ‘교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인기라!’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고 했다. “인연의 소중함을 특히 강조하셨고, 매사에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소신과 원칙으로 인자하신 미소를 잃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김은정 선생님은 “모든 교직자의 귀감이 되셨던 교장선생님께서 퇴직 후 제2의 인생으로 언제나 몸과 마음 모두 당당한 청년의 모습으로 살아가시길” 기원했다.
곽 교장의 가족으로는 현재 다산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아내 조태순(61세) 선생님과 슬하에 아들 둘을 두고 있는 교육자 집안이다. 두 아들은 결혼하여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며, 손자 두 명, 손녀 1명을 두어 다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고향집 알림에는 노부모님이 계신다. 곽 교장이 3남매 중 장남이지만 부인의 직장 때문에 현재는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으나 자주 찾아뵙고 있으며, 부인이 정년퇴임을 하면 합쳐서 부모님을 모실 계획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