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가?’하고 기다린다는 것은 설빔을 기다리는 어린 나의 동심(童心)과 같았다. 지금처럼 물질 풍요의 시대에서는 설빔의 아련한 추억을 만들기 어렵겠지만, 칠 팔 십년 대에 유.청소년기를 보낸 세대는 이 말을 모두가 동감으로 느낄 것이다.
지금 회상해 보면 그야말로 그리 값진 물품도 아니고 일용할 생필품을 받는 정도였지만 그리 벅차오르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절대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고자 국가 지도자로부터 어린이까지 ‘잘 살아 보세’란 구호를 숙명처럼 실천하려는 목표로 삼았다해도 그리 어긋남이 없을 시절의 추억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단일민족이란 이름을 무색하게 하는 현실이 안타깝긴 하지만, 당시는 전 국민의 평균학력이 초등졸 수준이였으며, 국가의 기간간접산업이 다소 충분치 않아서 1, 2차 산업에 의존하여 많은 노력을 하자니, 정신노동력 보다 육체노동력의 필요충분조건이 많이 통용되었던 것 같다. 여하튼 탁월한 지도력과 근면 성실한 전 국민의 저력이 힘을 발휘하여 지금의 위대한 대한민국을 구축하였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문명의 현대화에 조금 뒤지는 농촌 환경에서 성장한 까닭에, 대처에서 어린 시절을 생활한 사람들 보다 더 짙은 이 시절의 향수를 맛보는지 모르지만 筆者는 봄을 정말 좋아했다. 추위를 비교적 잘 이겨내는 체질이었지만 무엇보다 산야에 수많은 꽃이 만발하는 것이 좋았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 하는 ‘고향의 봄’ 노래를 지금도 끝 절까지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봄꽃을 좋아했고 봄을 좋아했다.  따지고 보면  우리 어린 시절에는  겨울이 오히려  많은 활동력을 요구하는 놀이가 많았다. 토끼몰이는 온 산을 휘젓고 다녔고 어름의 조각배는 몸을 많이 움직이게 하니 추위를 느낄 수 없었나 보다.  물론 봄이 되면 새 학기가 시작되고 또 한해의 농사가 시작되니 그렇게 놀 수가 없기도 했지만, 모두가 봄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筆者가 ‘사월은 잔인한 달’이란 시를  배우면서, 봄보다 겨울을 더욱 사랑하고 있는가? 하는 생뚱맞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내가 어린 조카들로부터 당혹스런 질문을 받을 때가 혹 있지만, 筆者도 당시 어른들에게 엉뚱한 질문을 하기도하여, 지금까지도 고향의 어르신들의 회상 이야기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기억이 새롭게 떠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종합해 보면 춘궁기나 보리고개, 장리(長利)보리차용 등으로 지난 가을에 심어 놓은 보리 추수 전까지의 생활이 어려웠다는 내용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앞의 시의 작가는 춘궁기를 노래한 것이 아니란 것은 알지만, ‘송화 가루는 날리는데 문설주에 기대어 봄 새소리를 듣고 있는 소녀’를 읊은 시도 있으니 봄이 생활고(生活苦)를 확인하게 하는 시기였던 것도 같다.  지금처럼 저장이나 유통의 혁신적인 발전도 없었으며 무엇보다 절대적인 생산량이 적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 할까? 
그러나 筆者의 기억으로는 ‘보리 파종을 고랑모양으로 못하게 하고 두둑모양으로 하여 더 많은 량을 심게 하려는 면(面) 종사자들의 조금 과한 지도력의 모습을 기억의 고리에서 얻어 내면서 새로운 ‘봄의 소리’를 찾았다.
봄은 타향에서 향수를 달래면서도 사계절 중에서 으뜸으로 고향의 색깔을 던져주면서 노래해 달라고 주문했었던 것을 묵언수행 하는 승려의 굳게 닫혀있는 입처럼 고함치고 있었던 것이다.
인생을 설계하면서 직.간접 경험을 현실의 씨앗으로 하여  앞서간 선인들의 숱한 시행착오를 타산지석으로 끌어안기를 주저하지 말고 거름으로 사용하여 힘차게 흐르는 강물을  건너는 수영자(水泳者)처럼 살아가라는 ‘봄의 소리’가 있었다. 
새벽에 들려오는 많은 무리의 새소리들이 뒤섞여 있는 것 같지만 광섬유 케이불 선보다 더욱 섬세하게 분리되어 의사소통 되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 많은  정보 전달 매체의 범람 속에서도 각자의 필요한 지식정보를 만나(일용양식)를 얻어 사용하는 지혜로 삼고 싶다.
筆者의 작은 소리가 우연이라도 누구에게 이런 ‘봄의 소리’가 되면 밥값을 하련만… .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