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기슭에 걸터앉으면
강은 남도 사투리로 속살거리다가
어느새 내 곁으로 살며시 다가와
내 몸 깊숙이 파고들어 흐른다
살아오면서
두어 번 만났을 뿐
멀고 먼 길을 돌아온
낯선 남도의 한 江일 뿐인데
마치
잃어버린 오랜 피붙이를 만난 듯
지금
내 몸속엔 온통 섬진물결로 너울대고
난 그 속에 빠져 좀처럼 헤어나질 못한다
바쁘게 살았는지
아프게 살았는지 모르지만
何如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가장 아끼면서도 버려두었던
이젠 점 점 쓸쓸하고 낯설어지는
몇 몇 낱말들을 끄집어내어
가슴속 깊숙이 흐르는
강물위에 띄워본다

강도 생각에 젖는지
여울져 맴돌기만 할 뿐
이윽고
나도 강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