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이 사망선고를 받았다가 다시 살아날 것 같다. 박정희의 상징적 키워드가 어디 하나둘일까만 ‘잘살기’의 대표적인 것이 새마을이다.
  그걸 박정희의 잔재라 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까지도 고사작전을 쓰려고 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일부 국가 정상으로부터 개발도상국 새마을운동 지원 사업에 대한 감사의 뜻을 받은 이후, 칭찬은 뭐도 어쩐다고 하듯이 급반전을 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보다 오히려 예산도 증액하겠다는 것이다. 이 나라 정책을 조령모개라 비판해야 할까 아니면 적절한 판단이라고 해야 할까 참 헷갈리기도 한다.
동상은커녕 기념우표도 못 만들게 좀팽이 짓을 하던 박정희 미워하는 세력들은 반전된 이 상황을 보고 과연 뭐라고 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속으로 부글부글 속만 썩이고 있지는 않는지….
‘한류 1호’, ‘한류 원조’라고 하고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라고도 하는 ‘새마을’이 저승까지 갔다가 그래로라도 회생은 됐지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거나 김빠진 맥주 같아 멋쩍기는 마찬가지다.
박정희! 뭘 그렇게 잘못 했느냐? 도대체 그들은 어느 나라 어느 땅위에서 살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 나라 이렇게 발전할 때, 온 국민이 피땀 흘릴 때 당신은 땀 한 방울이라도 흘려봤느냐. ‘잘살아보세’의 노래는 노래라기보다는 눈물과 땀의 구호였다는데 당신은 어떻게 들었느냐.
악평을 하다가도 마지못해 하는 진부한 얘기, ‘공칠과삼’도 이젠 신물이 난다. 다만 한 가지. 어느 세계 지도자, 특히 역사에 남을 위대한 지도자들도 과는 있었지만 그 과는 사후(死後) 공에 묻히고 말았다. 처칠이 그랬고 호치민, 모택동, 등소평, 이광요 등도 그랬다. 그런데 우리 일부 국민은 공과를 볼 것도 없이 무조건 나쁘다고만 하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10·26 전, 당시 정치 상황은 ‘반박정희’파가 상당수 있어서 타도 박정희의 전선이 구축돼 있었다. 그 중심인물이 대선에까지 나섰던 백기완이었다.  그가 박정희의 평가를 남겼다.
“젊은이들아! 금세기 가장 존경 받는 인물, 세종대왕보다 더 존경 받는 사람이 누군지 아느냐. (…)실의에 빠진 나태한 국민에게 우리도 하면 된다는 새마을 혁명정신으로 잠재력을 일깨워 자신감을 안겨준 지도자, 그가 바로 박정희 대통령이다.”
한참 전(2009년)연세대에서 열린 박정희 30주기 학술회의에 참가한 호주국립대 김형아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주도한 새마을운동이 한국인의 국민성을 바궜고 경제기적의 원동력이 됐다. (…)박정희의 유신체제가 싫어 한국을 떠났지만 박정희 개인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박정희) 시대를 연구하다 보니 좋든 싫든 간에 그 사실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정희의 과오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그를 놔줘야 한다.”
 또 있다. 한국 현대정치사연구의 대가인 미국 펜실바니아大 교수 이정식의 얘기다. “ 박정희 치하에서 어용학자가 되기 싫어 미국으로 온 내가 그의 평전을 쓰다니 참 아이러니다. 5·16 때부터 인간 박정희가 걸어왔던 길을 더듬으며 그의 인생관과 역사관이 형성된 과정을 추적했다. (…)가난했던 어린시절 분노가 씨앗이 돼 나라의 경제발전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은 21세기 한국에는 행운이었다.”
얼마 전에도 박정희 관련 글을 썼다. 내 이러다간 ‘박정희 마니아’가 될지도 모르겠다. 될 때 되더라도 그렇게 쓰는 것이 내 소신이다. 누구라도 이에 대해 반론이 있으면 그 흔해빠진 끝장토론이이라도 하고 싶다.
이 나라 지금 정치적 숙청이라 할 만큼 ‘적폐청산’에 국력을 소진하는 듯하다. 이런 상황을 보고 선견지명이 있어 이래서는 안 된다고 궤도수정을 해야 한다는 소신파는 어디 없을까.
중세 암흑기 교황청의 가톨릭 신자들이 진리(천동설)에 반하는 지동설을 갈릴레이가 주장하자 신정(神政) 신봉자들이 대노했다. 그래서 재판을 받고 법정을 나오며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는 유대인 학교에서 탈무드·성경 등을 공부하다 교리에 대한 의혹이 생겨 비판함으로써 교회 지도자들을 당혹케 했다. 여러 번 함구하라 했지만 이를 거부, 끝내 파문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말년에는 하이델베르크大의 교수직 제안이 들어왔으나 끝내 사양, 독신으로 지내다 그의 하숙집 다락방에서 고고(孤高)한 생을 마쳤다. ‘내일 세상이 끝날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오늘의 이 나라에 김형아 교수나 이정식 교수 같은 분이 나와야 하며,  ‘이니’로부터 적폐세력이라거나 친일매국노라고 매도당하더라도, ‘NO’라는 쓴소리를 하는 충남 안희정 도지사 같은 정치인도 나와야 한다. 무소신, 무정견의 따리(아첨)들은 도태돼야 한다.
  진정으로 일신의 영욕보다는 오로지 국가발전, 국익 최우선을 지상(至上) 과제로 삼는 정치인·고위공직자가 나와야 한다. 갈릴레이나 스피노자 같은 불굴의 소신파가 절실히 요구되는 오늘의 대한민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