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뽀 삐뽀  낯선 전화,  낯선 전화 왔어요.”
이것은  미리 입력하여 약속한 289개의  전화번호가 아닌 전화가 오면 약간 간지럽게 울어 보고 있는 그이의 최신형  핸드폰 벨 소리다.  
그렇지만 몇 십 년이  넘도록 습관화 된  밤 10시부터 새로 시작한 4시까지의 그이의 단잠을 방해하는 전화는 그이의 투덜거리는 잔소리를 듣기에 깊은 인내를 필요로 할 것이다. 이 세상 누구도 자기의 즐거운 시간을 방해 받고 쉽진 안겠지만, 그이의 수면 시간은 정말로 이상하리만큼 집착하는 그의 시간이라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은, 심지어는 첫 아들의 칭얼거림조차 거북해 하던 습관이었으니 전화 받기가 얼마나 싫었는지 모른다. 이런 그이의 속내도 모르는지 전화가 계속 울고 있다 야속하리만치.
그이가 미리 입력해 놓은 안면 있는 전화도 아닌 것이  계속 울어서 전화기를 내동댕이쳐 버릴까를 생각하다가, 정말로 귀찮아서 발신번호라도 볼 양으로 확인하니 발신지가 경기도 어느 곳이라서 끊어 버리려고 하던 찰라 ‘혹시 軍에 있는 막내아들이 무슨 일이 있나’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어서 전화 응대를 했다. 막내아들도 그의 수면 습관을 알고 있으며 또한 장기 복무자로 개인전화 사용이 가능하니 이것도 杞憂(기우)이지만, 정말로 크게 다치기라도 했다면 옆의 戰友들이 할 수도 있을 것이기에, 걱정된 그의 가슴의 벌렁거림이 잠이란 잠은 모두 보냈으니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옳을 것이다.
“한 선생님이십니까?”
어라? 아는 사람인가 보네?  진짜로 아들이 무슨 일이 있나 보구나. 아이고 하나님 아버지 이를 우야꼬예? 귀찮아서 받지 않은 전화를 이제는 두려워서 말문이 막히고 손까지 덜덜 떨면서 더듬거리고 있는 그 사람의 모습은 과히 불쌍한 모습이었다.
“예 제가 韓가 입니다만 무슨 일로...”
“늦은 밤에 죄송한 마음이 있었지만, 돌아가신 분이 있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전화 했습니다...”
“예, 우리 ***가 말입니까?  다친 것이 아니고 죽었다구요?” 순간 그이는 전화기를 잡고 있을 힘이 없어서 놓쳤고, 순간 모든 감각 즉 五感을 잃어 버렸다. 옆에 누구라도 있으면 냉수라도 한 사발 마실 수 있으련만, 홀로족인 관계로 발음도 안 되는 중얼거리는 祈禱(기도)로 ‘주여주여주여’만 외치지만 말이 나오지 않고, 눈은 모두가 하얀빛이라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직도 전화기에서는 ‘여보세요’만 계속 쏟아 내놓고 있는 것을 보니 상대방도 놀라기는 그 남자와 大同小異한 듯하였다.
“정 말 인기요?  죽었는기”
“선생님, 그런데 **가 누굽니까? 돌아가신 분은 한**이신데 선생님이 갑자기 말씀을 않으셔서 제가 오히려 당황 했습니다”
“그라마 돌아가신 분이  한**라는 분이시고... 나의 친척 중에는 그런 분이 없습니다.  전화 잘 못 하신 것 같습니다. 그만 끊겠습니다”
“잠깐 잠깐만예, 여기는 김포 수산나입니다. ”
“예에? 수산나? 진작 그렇게 말씀 하시지요. 얼마나 놀랐는지....휴우”
‘수산나’ 이것은 무슨 꽃집이거나 종교집단이 아니다. 고향이 북쪽이신 분이거나, 남쪽이라도 무슨무슨 사연에 의하여 아름다운? 인생의 종말을 지켜 줄 아들딸이나 심지어는 손주도 조카조차 없는 무연고 어르신들의 마지막 인생을 보살피다가 임종을 지켜주는 곳이다.         
그 사람이 그곳에 근무 할 때는 양로원 성격이 짙은 체제였지만,  지금은 무료노인전문요양원이란 표현이 등록된 이름이다. 벌써 그곳을 떠나 온지 6년이 지났는데 무슨 사연이 있을까? 지금은 이 분류의 시설을 관리 하는 것이, 의료보험법에 의하여 財源이 조달되다 보니 열악한 근무환경 운운하면서 이직률이 최고조인 업종이지만, 당시만 해도 財源이 보건사회부 관련이고 종사자 대우도 지금의 갑절 이상의 보수에 근무자 학력등도 제법 기죽지 않을 정도였으니, 외부에 알리기 위한 자부심이 아닌 명실공히 자부심 가지고 근무 했다고 해도 웃을 사람이 많지는 않을 듯하다.     
당시 수산나(요양원)에는, 그이를 당신의 아들인양 생각하면서 지내시는 분이 계셨다. 흔히 세상에서 말하는 치매나 정신질환에 의한 ‘아로마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맑은 정신으로 사람의 정이 그리워서 당신의 壽衣(수의)를 입혀 줄 아들이 필요하다고 항상 이야기 하시면서, 그를 ‘당신의 아들’로 부르고 생각해 주신 분이 바로 이분이셨다.
연세가 당시 아흔 셋이었으니 지금은 아흔 아홉인가?  온 백인가 되실 것이다. 그는 그냥 그렇게 생활지도원으로서 그분을 생각했고 그냥 그렇게 마음 맞춰 드리려고 아들도 되었으며, 무엇보다 복지 분야 근무자는 모두에게 꼭 같이 고루고루 사랑을 나누워 드려야 한다는 지침도 있으니, 그이의 취우치지 않고 고루고루 주는 사랑의 실천은 그렇게 잘못 된 것은 아니며 또 무엇보다 깊은 정을 주다가 먼 곳으로 가시고 나면 한 동안 소위 ‘멘붕’이되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면 더욱 그렇다.
그러다 이곳으로 떠나왔고, 처음에는 군립요양원에서 근무하면서 그나마 위로를  얻었지만, 지금은 앞서 말한 격변기를 맞은 국가정책에 의하여 이렇게 되었기로, 기도하는 시간이 대신 갑절로 길어졌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그  할머니가 정말로 임종을 맞이하면서 하신 말씀이  “갸가 보고 싶다” 였단다.
당시 근무를 같이 한 동료들은 모두 이직하여 가고 없고, 요양원 원장님 만이 남아 있는 처지이니 모두가 무슨 말씀인지 이해 할 수 없어  원장에게 報告하였고, 원장님은 용케도 내가 근무할 당시에 그 할머님이 그 남자를 그렇게 불렸던 것을 기억 하시곤 “한선생 말입니까?”하니 겨우 고개 짓하시는 모습으로  答하였단다.
그곳을 떠나온지 오래되어 그를 언제 어떻게 찾아서 임종을 보게 할 것인가? 그래서 당시 그 남자의 인사 기록부에서 증명사진을 찾아내어서 할머님이 볼 수 있도록 크게 복사하여 보여 드리니 그 사진을 안고 평안히 날개짖 하시며 가셨다고 한다. 
할머님이 마지막 불꽃으로 가시는 그 길에, 그의 증명사진을 넣을 것인가 아니면  그냥 버릴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할머님의 사랑을 생각하고, 또 어차피 그 사람의 사진도 쓰레기로 버리거나  불태워야 하니 같이 보내 드렸단다.
불꽃잔치까지 끝을 본 후이지만, 직원회의에서 그래도 그에게 알려야 한다고 결론이 나서 이렇게 밤이 늦었지만 알리게 되었단다.
그 남자는 그분을 그렇게 잘 모시지 않았다고 본다. 그 남자는 그의 친 어머님에게도 일생을  불효짖만 하고 살아온 몸인데 무엇을 잘해 드렸겠는가? 아아 정말로  하늘에 계신 무한대의 극치인 그분은 다 알고 계실 것이니 그 남자는 얼마나 더 울면서 기도해야  이 부끄러움을 감당할까? 우리 모두가  그 남자의 엄청난 슬픔을  위로해 주면 좋을 텐데. 모두가 먹고 살기 바쁘고 또  그 남자가 우리의 삶 속에서  주는 메시지가 약하니, 그렇게 모두에게 호소할 만큼 영향력을 가진 사람도 아닌 지금, 우리 모두는 누구에게 우리의 순수한 사랑의 열매로 이처럼 참담한 위기를  미리 피할 수 있 메시지를 말 할 수 있을까?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