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약 반세기전에는  군용차와  검정 세단이라는 차가 부의 대변자와 소위 권력의 측도처럼 보여 질 때가 있었다 한다. 물론 필자는 나의 사고력으로 좋은 차를  보고 판단한 것은 ‘코로나?’라는 승용차라고 생각이 든다.  미리 말해 두지만 필자는 아직 환갑이 안된 전후세대라서 그 이전의  문물은 잘 모른다.  전래되는 말을  빌리자면  당시는 유선전화도 백색전화가 권력이나 부의 상징이었다고  하기도 하지만  자세한 연유는 잘 모른다.
필자가 어릴 때는, 마을 뒤산을   산판(벌목현장)을 하느라고  GMC(가솔린기관의트럭)가 아무리 가파른 산악 길도 올라가고,  정말 아찔할 정도로  많은 나무를  싣고 내려오는 그야말로 천하장사였고, 무엇보다 그 차를 운전하는 수염이 많고 눈이 크며 그즈음에 마을에서 흔히 보던 어른들 보다 팔뚝의 근육이 굵고 큰  아저씨가 간혹 과자도 주고 비오는 날에  신작로에서 만나면 태워 주기도 하셨고, 누나가 있는 ‘영호’는  비가 안올때도 그 차를 자주 탈 수 있었는데, 그 차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차였다고 믿었고 아직도 그렇게 알고 싶고 영원히 믿고 싶다.
그러다가, 소위 대처라고 하는  거창읍내로 머리도 둔한 사람이 ‘공부합네’하고 떠났다가 몇십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지내는 신세가 된 것은 수차례 말했으니 독자 분들도 식상할듯하여 생략하고, 고향에 오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여러 가지의 문제점 중에서 자동차가 가장 고민거리였다. 승용차에  길들여 있는 나로서는 차 없이는 못살 것 같았고,  당시로 팔순을 바라보던 어머님의 농사일에는 승용차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인 듯 싶었으며, 우리의 고향집에는, ‘리어카’라는  운반용 농기구와 오토바이가 문명의 혜택 받은 기계의 전부였기에, 이 못나고 불효막심한 人士가  청개구리 애비 무덤을 개울가에 모시듯, 상당히 어깨를 어슥거리면서 구입한 것(車)이 육인승 화물차, 즉 6밴그레이스로 이미 생산연식이 십여년 경과된 것으로  고물 중에 상고물 차인 것이다.
어머님께서는, 청장년이 힘차게 안으면 한번에 옮길 양의 농산물의 잔재들도 作故(작고)하신 아버님과의 추억을 놓치기 싫어하시며,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수차례 아니 십여 차례나 오가면서, 굽은 허리의 마지막 힘이라도 쓰시는 양  온힘을 다하여 옮겨 오는 모습을, 이 못난 아들이 눈물이 나오지 않도록  두 눈을 찌르면서 보아온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라서 고물차라도 화물차로 구입하여 온 것이다.
나이 오십 줄의 중늙은이가, 자동차라고 그것도 사업이나 특수 사용처도 없이 그 흔한 중고 승용차도 아닌 낡은 화물차로 출퇴근을 하니, 직장 동료들의 이상한 추측내지는  약간  낮춰 보는듯한 눈초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농토나 과수원, 축산 등 어느 한종류의 사용처도 없이   출.퇴근용이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었을 것이다. 어릴때부터 나홀로 객지생활을 한 까닭에, 근검절약이  몸에 익숙하고, ‘대인관계좋다’ 할 성격도 당초부터 없었던 나로서는 동료들의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한 원인 제공을 했었나 보다.
시간이 허용 하는 한, 그 차로 당일치기 여행을 어머님과 하는 것이 당시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고,  황매산을 비롯한 합천과 가야산, 거창 의령 산청, 고령 등지의 아름다운 곳을 어머님의 눈과 가슴에 심어 주고자 했던 것은 사실이다.
어릴 때 소풍 때, 먹던 김밥보다 맛난 음식을 어머님과 함께라서 맛 볼 수 있었고, 소위 똥차라고 남들은 놀릴지라도 어머님과 나는,  6기통 벤츠보다  더 좋은 차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도시에 살던 때는 음식을 먹다 남아도 집으로 가지고 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어머님과 함께 식사를 하면 매번  남았고, 어련히 집으로 가지고 온 것이다. 엄마의  웃으며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은 부끄럽지도 않았고 식당 종업원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았다.
직장이랍시고 다니다보면 내 자유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한여름 초저녁은 달(月)도 있고 해(日)도 있기는 하지만, 어머님이 ‘셋째야 우얄래? 한번올래?’ 하고 전화가 오면 ‘알았습니더 예’하고  그 자랑스런 ‘어머님의 세상에서 가장 좋은 차’를, 고장나서 중도에 서면 우얄꼬 기도를 하면서 갔었다  고향에를.
짐이라고 해도 序頭(서두)에 말했듯이,  두 아름도 안되는 농산물 찌꺼리를 차에 실고 어릴 때부터 눈감고 다녀도 넘어지질 않았던 고향집 마당에 내려드리고 자정(子正)이 가까운 시각에 묘산 마령재를 넘을라치면, 건강하게 계셔주신 어머님이 고마워서 운적이 자주 있었다. 내 직업이  노인들 돌보는 일이니, 어머님 보다  엄청 젊은 분들이 돌아가시거나  병 수발 없이는 하루도 힘들어 하시는 사람을 항상 면대하고 있으니,  일생을 불효짓거리만 하고 살아온 나는, 가슴 사무치게 엄마의 건강이 고맙고 고마워,  마령산 산신령이 잠을 자든 못자든 속이 후련하게 될 때까지 울고 나서 나의 임시 둥지로 오곤 했다.
어머님은, 동네 이웃들에게 ‘저노옴아는 나 때문에 차를 못 바꾼단다’하고 나에게 미안하신 마음을  표현 하지만, 나는 어머님 때문에 가장 자동차세금이 적은차로 세상에서 가장 좋은차를  소유하고 있으니 감사의 기도를 멈출 수 없다.
“어머님 내년에는 농사를 그만 두면 좋을 듯 합니다. 이제 그만 하면 안되겠습니까요? ”라고 말을  하면서도, “내년에도  농사 지으시고요,  내가 가지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어머님의 차의 사용처’가 있도록 해 주세요 예?” 하는 이 못난 아들놈의 기도를,  세상의 많은 어르신들이시여 욕하여 주십시오.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