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수교한 지도 20여 년이 지났다. 중국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6.25이다. 특히 당시의 인해전술을 생각하면 수교는커녕 언제라도 되갚아 주고 싶은데 오늘의 국제 관계란 국익 최우선이라 그럴 수도 없는 것이 세계 질서이다.
수교의 유형도 여럿이다. 가장 가까운 이름 혈맹이 있는가 하면 맹방도 있고 그 아래 한 단계 낮은 우방도 있는데 중국은 여기 어디에도 해당이 없는, 굳이 따지자면 그냥 서로 필요해서 맺은 수교이다. 그런데 정부가 네댓 번이나 바뀌었어도 큰 곡절 없이 관계를 유지해 왔다.
국제 관계란 어느 일방의 이해득실이 아니라 그야말로 실용적이고 현실적 ‘상호주의’라는 것이 상식이다. 더구나 대국인 대(對)중국과의 거래에서는 더 말할 것이 없다.
국익 최우선으로 말하자면 아무래도 제일 먼저가 국가 안보, 산업·통상, 관광 등일 것이다.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지만 교역량으로만 보면 중국이 먼저이고 다음이 미국이 아닌가 한다.
수교 이후 산업·통상에서만 보더라도 전 분야에서, 특히 제조업에서 중국이 우리보다는 후진이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그들의 살 길은 오로지 기술력인데 그럴 여건이 안 되니 모든 상품을 저가 공세로 돌아섰다. 그렇게라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 그것이 바로 적자생존의 법칙인 모양이다.
그들은 국제 관계를 말할 때마다 인용하는 게 있다. 바로 일대일로(一帶一路·신 실크로드)이다. 이는 ‘같은 길을 함께 가자는 운명공동체’를 말함인데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사드 배치를 두고 트집을 잡아 하루아침에 양국 사이를 냉기류로 만들고 말았다. 지금도 진행형이다. 심지어 한류 등 문화 교류도 막는가 하면 단체관광은 아예 끊어버리는 치졸함을 보이기도 했다.
사드는 쉽게 말해 남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무기인데, 도둑을 막으려   담장을 친다는데 그걸 못하게 하다니 참 어이가 없다. 그들이 그 넓은 땅에  수백 기의 사드는 물론 공격용 무기도 배치해 놓은 것은 세계가 다 안다. 그런데도 우리는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북한의 공격을 대비하고자 함인데  그걸 못하게 하는 중국이야말로 한 마디로 평하자면 ‘대국답지 못하다’이다. G2가 무색해져버리는 그들의 작태를 봐야 하는 우리는 그들이 한심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얼마 전 현관문에 방충망을 설치할까 하고 업자를 불러 견적을 봤다. 10만원이 나왔다. 그렇게라도 할까 했었는데 이웃집이 이미 설치해 놓은 것을 본 것이다. 재료 구입처가 대형 매장이라는 것도 알았다. 부속 재료까지 모두 해서 11,000원이었다. 물론 설치는 본인이 해야 하는 공력은 들었지만 거의 10분의 1 가격이었다. 이것 하나만 보고도 중국의 저가 공세가 어떤지를 듣고는 있었지만 내가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었다.
저가 공세는 공산품만이 아니다. 각종 농산물이 있는가 하면 의류 산업의  패션으로부터 식품, 채소, 한약재 등은 물론 생필품까지 우리 소비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대강 70%가 중국산이 아닌가 한다.
그 방충망, 제품은 그런대로 쓸 만했으나 설치 설명서를 보고는 다시 한 번 놀랐다. 아마도 우리 조선족이 문안을 만들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아무리 봐도 우리나라 초등생 수준도 못 됐으니 좀 아쉬웠다.
‘…자동으로 닫혀지므로 해충으로 보호해 줍니다’, ‘…상단에 부착된 부분이 떨어질 수 잇는 것을 방주하기 위해 사용할 때…’, ‘…플라스틱 압침을 돌려서 고정시켜 주십시오’. 조선족 사회에서만 쓰는 사투리를 쓴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것도 괜찮은 것 아닌 가라고는 했지만 어쩐지 좀 시답잖았다.
그렇거나 말거나 값이 싸서 좋기는 했지만 이런 저가 공세에 피해를 보는 관계 업자와 시공 업자들을 생각하니 우선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특히나 현장에 와서, ‘그 일자리가 좀 까다롭긴 하지만 그래도 한다면 해주겠다고 하며 견적까지 봐준 업자가 제일 미안했다. 그놈의 돈이 뭔지 참….
중국 제조업의 기술은 놀랄 만하다는 평가는 나 있다. 그 기술로 제대로  만들면 괜찮을 텐데 유명 브랜드 흉내만 낸 모조·모사품이니 기술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이른바 ‘짝퉁 명장(?)’이라 불렀다. 더 나아가 인공 가공육도 만들고 심지어 인공 계란도 만드는 나라다 됐다.
무한경쟁 시대에 그들이 모조·모사품을 만들면 우리는 정품을 만들어 경쟁을 하는 것이 하나의 생존 전략일지도 모른다. 이런 시대에 우리가 가진 것은   인력과 기술뿐인데 엄혹한 이 질서를 헤쳐 나가려면 정말 지혜가 필요한 오늘의 우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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