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라 중하(中夏) 되니 망종(芒種), 하지(夏至) 절기(節氣)로다.
남풍은 때맞추어 맥추(麥秋: 보릿가을)를 재촉하니
보리밭 누른빛이 밤사이 나겠구나.
문 앞에 터를 닦고 타맥장(打麥場: 보리타작 마당)을 하오리라.
드는 낫에 베어다가 단단이<한단 한단씩> 헤쳐 놓고
도리깨 마주 서서 짓 내어 두드리니
불고 쓴 듯하던 집 안이 졸연(猝然)히 흥성(興盛)하다.
담석(擔石)에 남은 곡식 하마 거의 진(盡) 하리니
중간(中間)에 이 곡식이 신구상계(新舊相繼: 보릿고개) 하겠구나.
이 곡식 아니라면 여름 농사 어찌할까
천심(天心)을 생각하면 은혜도 망극하다.
목동(牧童)은 놀지 말고 농우(農牛)를 보살펴라.
뜨물에 꼴 먹이고 이슬 풀 자주 뜯겨
그루갈이<벼 벤 논갈이> 모심기에 제 힘을 빌리도다.
보릿짚 말리고 솔가지 많이 쌓아
장마나무<장마에 쓸 나무> 준비해 임시 걱정 없이 하소.
잠농(蠶農)을 마칠 때에 사나이 힘을 빌려
누에섶도 하려니와 고치나무 장만하소.
고치를 따오리라 청명(淸明)한 날 가리어서
발 위에 엷게 널고 폭양(曝陽)에 말리우소.
쌀고치 무리고치 누른고치 흰고치를 색색(色色)이 분별(分別)해
일이분(一二分) 씨를 두고 그 나머지 켜오리라.
자애를 차려 놓고 왕채<물레>에 올려내니
빙설(氷雪) 같은 실오리라 사랑스런 자애 소리
금슬(琴瑟)을 고르는 듯 부녀들 적공(積功)들여 이 재미 보는구나.
5월 5일 단오(端午) 날에 물색(物色)이 생신(生新)하다.
외밭에 맏물 따니 이슬에 젖었으며
앵두 익어 붉은빛이 아침볕에 바희도다<눈 부시다>.
목 맺힌<서투른 울음> 연계(軟鷄) 소리 익힘 벌로 자주 우네.
향촌의 아녀(兒女)들아 추천(鞦韆: 그네)은 말려니와 청홍상(靑紅裳) 창포(菖蒲) 비녀 가절(佳節)을 허송 마라.
노는 틈에 하올 일이 약쑥이나 베어 두소.
상천(上天)은 지인(至仁)해 유연(油然)히 작운(作雲)하니
때 마쳐 오는 비를 누가 능히 막을쏘냐.
처음에 부슬부슬 먼지를 적신 후에
밤들어 오는 소리 패연(沛然)히 드리운다.
관솔불 둘러앉아 내일 일 마련(磨鍊)하니
뒷논은 뉘 심으며 앞밭은 뉘가 갈꼬.
도롱이 접사리<짚이나 띠로 만든 우장(雨裝)>며 삿갓은 몇 벌인고.
모찌기는 자네 하소 논 삶기는 내가 함세.
들깨 모 담배 모는 머슴아희 맡아 내고
가지 모 고추 모는 아기 딸이 하려니와
맨드라미 봉선화(鳳仙花)는 네 사천<사치스러운 돈이란 뜻> 너무 마라.
아기 어멈 방아 찧어 들바라지 점심(點心) 하소.
보리밥 파찬국에 고추장 상추쌈은
식구(食口)를 헤아려서 넉넉히 능을 두소<여유있게 하다>.
샐 때<날샐 녘>에 문에 나니 개울에 물 넘는다.
며나리<농가의 풍악. 메나리(山歌)> 화답(和答)하니 격양가<풍년가> 아니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