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이는,  사춘기 학창시절 땐,  단풍잎을 책갈피 속에 갈무리 하였다가 뜨거운 편지속이나  詩畵(시화)전 작품 속에  많이도 사용하였었다. 주로 은행잎, 단풍나무잎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지만 정말로 마음만은 풍요롭기 한없던 시기였었나 보다. 그땐 흠없고 온전한 것만 가려서 갈무리 하느라고 하나를 선택하고 버려지는 엄청난 양의  남아 있는  시체인 이파리 무더기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선택받지 못한 무수한 잎들의 모양 색조를 생각하게 되고  끝내는 그들이 그냥 썩어서 거름으로 될까? 아니면 불꽃의 일부분으로  生(생)을 마감하게 될까?  등을  마음으로 갸름하면서 바라보게 되었다.
그이가 그렇게 된 것은, 갈대들이  國會(국회)의 높은 신분을 지니고 있는 월계수라고 하는 나무의 주변을 황금으로 장식해주지 않아서인지,  조금 덜 해주어서인지 잘 알수 없지만,  여하튼 갈대들이  녹색에서 흰색으로 탈 벗음도 미처 다 못 한 채로 무더기 값으로 공동묘지로 질질 끌려가서 그 흔한 묘비 하나 없이 두엄이 되어 사라지는걸 보고난 후이다.
그이가, 국민(초등)학교 수학 여행길에 해인사 입구의 숲들을, 대구 달성공원 원숭이 만큼이나 신기하게 보고 놀랐던 경험이 있었다. 우리네가 살던  마을의 산들은 나무는 물론이고  잔디나 잡초마저도 땔감으로 사용하여 온통 민둥산인 시절이니, 인생 반고비를 살아온 그이 또래를 넘어선 분들은 아련한 追憶(추억)으로 젖어들 듯하다.
그이는, 갈대의 속가슴을 헤쳐 보고픈 마음의 회오리를 붙잡고 기다리기엔 너무나 벅차서, 조용히  갈대의 뽀얀 솜틀 꽃망울 위에, 막걸리 무늬가 있는 그의 인생을 조용히 눕혀 보려고 한다. 
김치 쪼가리라도 있을때의 막걸리도, 굵은 소금 한 움큼으로 먹던 막걸리도, 옛날 어느 절대 권력자가 마시던 막걸리도, 지갑이 너무 작다고 투툴되던 막걸리도, 잠시 내려놓은 총칼잡이가 마시던 막걸리도, 열길높이 치솟아 오르는 물가가 두렵다고 눈 감던 막걸리도,예쁘게 치장한 상여속에 함께 눕혀 크다란 애드블룬 열기구로 우주 끝으로 보내고 말았으면 좋을 듯한 마음을 역시나 귓속말로 중얼거리며 갈대의 옆구리에 눕고 싶어 한다.
그이는, 갈대의 속가슴을 헤집고 만질 이유가 상당하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장황하게 설명하지만,  막걸리는 그가 이미 갈대의 모든 사정을 일획도 빠짐없이 구석구석 살펴본 경험도 있고, 또 눈만 뜸한  듣고 보고 했기 때문에 갈대의 가슴을 맛볼 필요도 없다고 만류하지만, 그이는 오늘도 갈대의 가슴 속사정 타령을 하다가 막걸리 친구의 도움을 청하여 꺼이꺼이 볼품도 없는 일기장을 구토해 내고 있다.
그이가 반환점을 돌아선 인생사를 정리한 결과 마이너스 결산이다. 모두가 ‘내가 아닌 네가’ 원인 제공했다고 핏대 세우며 눈물까지 보태어 개인 강연을 시작하곤 하지만 결실이 부족하여 그렇게 되었나보다. 그것도 알고 보니 그이 혼자 한 것이 아니라  막걸리와  동무하여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바둑이 합창을 앞세워 독무대 리사틀을 크게 하곤 했으니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모든 생각과 꿈을 잃은 그이는,  오늘도 컴퓨터를 포맷한 것보다 더 깨끗하게 준비하여 약하나 가장 질기게 자리매김하고 경조사에  협찬금도 내면서 향토주인나리 행세를 하는 갈대의 품세를 알아보려고 갈대의 숲속을 헤집고 다니지만 역시 막걸리가 없이는 어려운가보다.      
그이의 인생에서 막걸리 없이 갈대의 숨은 힘을 알아내는 날이 언제일까?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