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이가 갈대와 막걸리를 노래했다.
가을 山行(산행) 길에 벅차오르는 숨을 고르게 하는 그곳에도 있던 갈대를, 아니 갈대꽃들의 무리를 노래하고 즐거워하였다.
산 정상에 조금 모자라는 산중턱 능선에 가득히 깔려있던 갈대꽃들은, 양탄자보다 풍성히 하얗고, 구름 뭉치보다 보드랍던 아름다운 모습을 가슴 가득히 품고 있다가 큰 숨 한 번에 출산하여 가을을 장식하고 있다.
그이는 산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숨 차는 기분을 느끼지만, 갈대의 환상적인 환영식에 도취되어 감히 ‘쉬고 갑시다’란 말조차 내 뱉지 못하고, 가픈 숨사위 사이사이로 혼신의 힘을 다하여 삼키기를 하고 있으니, 그의 볼은 앙가슴 모양으로 솟아오르고 앵두처름 빨개져서 미처 다 익지 못한 갈잎과 잘 어울리고 있다.
그이가 산행 길에 흔쾌히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자주 다녀 흔히 알고 있는 길보다 낯선 길을 오를 때 더욱 풍성하고 다양한 생각을 흥미롭도록 가슴에  지니게 된다는 것을 갈대라는 친구를 통하여 알게 되었다,
‘갈대’라는 친구는 항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람 앞에 비굴하게 굽신굽신 거리면서,  비실비실 웃기도 한다,  키도 지나치게 작고,  얼굴 못난 것이,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지만 성형수술도 않하고 그렇게 목숨부지 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이는 갈대 앞에만 오면,  대통령도 못 하는 일도 할 수 있고, 아니 반기문 총장도 못하는 일도 막걸리라는 친구와 함께라면 쉽게 깨끗이 해 치우는 것이다.
물론  안내도나 안전성등 사회성에 입각한 내용은 등산가나 조난 구조대원들의 몫으로 배제하고, 그이 특유의 감성적인 부분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상당히 돈키호태 같은 조금은 독특한 生(생)을 살고있는 그이의 은둔 생활은, 막걸리와 함께 그이의 유일한 벗이 갈대인 것처럼  당연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이는, 특히나 요즘 처럼 낙엽이 완성되기 직전인 초입가을 시절에는, 산에 있는 풀 나무가 큰 詩的(시적) 感性(감성)을 너무나 많이 그이에게 부어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산의 윗도리 부터  붉고 노랗고 갈색으로 물이 들기 시작하면  춤추는 갈대인간으로 변하고 만다.    
그러면 그이는, 몽당연필 한개 들고, 약간 충혈된 눈을 가늘게 했다 크게 했다 하면서 갈대밭의 온기를 그리느라고 산 정상을 딩굴기 예사였다.
그이가 한 발자죽 또 한 발자죽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동안에도 지나가는 바람이 갈대의 옆구리에 붙어있던 詩心(시심)이 밀물처름 휘 몰아처, 그의 메마른 가슴속에 이름 없이 숨죽여 있던 감정을 밑에서부터 끓어오르게 하여 그를 아주 작은 글쟁이로 만들기도 한다.
신기한 것은 아주 드물게 막걸리 친구를 왕따시키고,  단 둘이서도 웃고 울면서 키득키득되는 모습이 간혹 그것도 그 소중한 주말 시간에 사람들 눈도 의식하지 않으면서 詩(시)를 노래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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