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청이 찢어질 듯 노랫소리가 들린다. 휘황찬란한 불빛아래 남녀가 어우러져 춤을 춘다. 흥겨운 장단에 맞춰 손뼉을 치는 사람, 탬버린을 흔드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다. 요즘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며, 모임이 있을 때면 2차는 으레 노래방을 찾는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풍류를 좋아 하고 흥이 많았던 민족인 것 같다. 휘영청 달 밝은 밤에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가야금 선율에 맞춰 노랫가락이 울려 퍼지곤 했을 게다. 긴 머리를 땋은 처녀들은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불렀을 것이다. 원래 우리민족은 흥이 많고 신명나게 노는 끼를 지닌 민족이 아니었던가.
세월 참 빠르다.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첫 발령을 받고 두메산골 조그마한 학교에 근무할 때였다. 주말이면 읍내에 가서 술 한 잔 할 때면 술집색시 옆에 두고 젓가락 장단에 맞춰 흥겹게 노래 부르던 때가 있었다. 지금 기억으로는 탁주 한 되에 600원, 안주 한 접시가 1천원이었다. 막걸리 두 되만 먹으면 흥겹게 한나절 보낼 수 있었다.
지금은 아련한 옛 추억으로 살아졌지만, 그 때의 낭만적인 풍경이 자꾸만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
한 주간 쌓인 피로를 술 마시고 노래하면 말끔히 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시골 인심 또한 어찌나 후하든지 회갑잔치나 결혼잔치에 학부모의 초청을 받아 퇴근 시간에 가면, 진수성찬에다 술상까지 곁들여 한바탕 노래마당이 벌어진다. 밤이 이슥하도록 여흥에 취해 노래 부르던 그 시절이 그립다.
지금은 모임자리가 있으면 2차로 노래방을 가서 여흥을 풀 수 있어 좋겠지만, 옛날에는 노래방 문화가 우리나라 까지 전파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아마 노래방 문화는 서양의 카페에서 유래된 것으로 판단된다. 노래방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것은 30여 년 전으로 이웃나라 일본에서 건너온 것일 게다. 일본에서는 ‘가라오케’라고 해서 우리보다 일찍 받아들여진 것 같다.
노래방에 가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성격이 급한 사람은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고 ‘18번’만 부르면 그것으로 끝이다. 또 다른 부류는 노래는 부르지 않고 탬버린이나 기구를 흔들며 시종일관 백댄서가 된다. 어떤 사람은 노래책만 뒤지는 유형, 술과 안주만 축내는 유형, 한쪽 구석에 앉아 잠자는 유형, 마이크를 한번 잡으면 놓지 않는 유형 등 다양하다. 그 중에 남의 생각은 하지 않고 마이크를 독차지하는 유형을 만나면 분위기를 잡치는 때도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노래방 문화가 우리나라에 정착된 것은 참 다행한 일이라고 본다. 평소 쌓인 스트레스를 노래로 풀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옛날에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면 밤늦게까지 마셔야 하고, 술집아가씨와 술값 때문에 다투는 일들이 비일비재 했다. 지금의 노래연습장에서는 술을 팔지 않도록 되어있고, 술을 마시더라도 적게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노래방에 가면 아무리 오래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동네 가요교실에서 배운 신곡을 혼자 복습하는 것도 상당한 즐거움이다.
오늘같이 날씨가 꿀꿀한 날이면, 마음 맞는 옛 친구와 만나 삼겹살에 소주한잔 걸치고 노래방에 들러 흘러간 ‘18번’이라도 한 곡조 뽑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