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나흘간의 왁자그르르했던 설 명절 연휴가 끝이 났다. 밀물처럼 들이닥쳤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친척이며 친지들은 제각기 그들의 보금자리로 회귀하고, 이제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며칠 만에 일상으로 돌아와 보니, 한동안 시간의 흐름이 멈추어 버린 것 같다. 내일모레가 이순인 나이에 명절을 맞는다고 해 열없게 가슴 두근거리는 그런 설렘까지야 있으랴마는, 그래도 은근한 향수 같은 감정은 지우려야 지울 수가 없다.
그건 어쩌면 오랜 세월에 걸쳐 인이 박인 일종의 중독 증세 때문이리라.
들떴던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축제 뒤에 찾아오는 나른함으로 바뀐다. 마치 손꼽으며 기다리던 소풍을 마치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는 초등학생 아이 적이었을 때의 기분 같다. 하지만 적당한 시점에서 제동장치를 걸어 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네 삶 아니던가. 다음날의 또 다른 축제를 위해 이 정도 휴식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어야 하리라.
하루하루가 사냥꾼한테 쫓기는 노루마냥 숨 가쁘게 달려온 나날들이었다. 요 며칠, 그동안 마치 전쟁터처럼 치열한 생존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잠시 잠깐이나마 놓여나 마음에 여유를 찾았었다.
완전히 바닥을 드러내었던 삶의 에너지가 얼마만큼은 충전이 된 듯도 싶다. 앞날의 새로운 여정을 위한 준비는 이만하면 어지간히 마련을 한 셈이다. 계속 충전시킨다고 해서 무한정 채워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매일같이 힘겨운 노동만 계속됐다서도 물론 안 될 것이지만, 그렇다고 노상 의미 없는 휴식만 되풀이됐다서도 또한 아니 될 일이다. 베짱이처럼 할랑할랑 노래만 불러서도, 개미처럼 꾸벅꾸벅 일만 해서도 불행한 삶이기는 매한가지 아닐까. 건강한 노동 끝에 찾아오는 다디단 한순간의 휴식이야말로 기나긴 사막의 여정에서 만나는 오아시스와도 같은 것이리라. 이것이 세시풍속歲時風俗이 지니는 의미일 터이다.
잠시 들썽거렸던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고 더욱 활기찬 걸음걸이로 ‘생활’이라는 수레바퀴를 부지런히 돌려야겠다. 우리가 살아 있음의 엄숙한 증거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자,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내일을 향한 역동적인 새 출발을 위해 다함께 힘찬 시동을 걸어보자.
아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