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점필재연구소 학술대회에서 경성대학교 한문학과 정경주 교수의 “점필재 김종직의 조의제문과 출처논란에 대해”란 주제발표를 듣고 그 내용을 인용해 기고코자 한다.

① 조의제문은 정축년 10월에 지은 것이 아니다

연산군 4년 7월의 무오사화(戊午史禍)는 유자광과 일부 권신이 그들에게 비판적인 신진 사류를 대역의 붕당으로 몰아 처벌하기 위해 조작된 사건이다.
점필재 김종직에게 대역의 죄목를 씌우는데 인용한 가장 유력한 증거가 조의제문(弔義帝文)에 대한 유자광과 윤필상 등의 해석 이었다.
점필재 김종직의 조의제문은 역사사실에 대한 논평을 담은 글로 본디 단종의 죽음이나 세조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글이다. 사초(史草)국청에서 유자광이 조의제문을 근거로 김종직을 대역으로 몰아간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점필재 김종직이 세조조에 출사해 세조로부터 불초하다는 말을 듣고 앙심을 품고 조의제문을 지어 선왕을 비방 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조의제문이 세조가 단종을 살해한 것을 비난한 내용을 담고 있어 사육신과 같은 모역(謀逆)의 뜻이 있었다는 것이다.
연산군일기 무오년 7월17일의 전지(傳旨) 내용에 인용된 조의제문의 창작연월은 정축년(1459)10월 어느 날 이다.
무오사화 추국(推鞫)이 열린 다음날인 무오년(1498)7월13일 김일손이 자신의 사초 말미에“김종직이 과거에 급제해 출사하기 전에 지은 제문을 덧 붙였다”고 했다(未釋褐).
무오년 7월16일의 전지(傳旨)내용에는 “김종직이 세조조에 출사해 세조로부터 불초하다는 말을 듣고(1464년) 조의제문을 지어 비난했다”라고 하였는데 다음날인 7월17일의 전지에 인용된 조의제문에는 그 글을 정축년(1459)10월 어느 날에 지은 것으로 명시 됐다.
그러나 조의제문을 사초에 올렸던 권경유, 권오복 등은 당초에 모두 김일손과 같이 김종직이 의제(義帝)를 위해 지은 것이라고 하였지 출사 뒤에 단종을 빗대어 지은 것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중종2년 2월 26일 무오사화 당시의 죄인을 신문했던(推官) 남곤 등과 함께 가랑청(假郞廳) 으로 참여한 성희안이 진언해, “무오년의 일을 아는 사람은 유자광과 자신밖에 없다”고 하면서 “김종직이 유생이 되었을 때 조의제문을 지었는데 그 본뜻은 무엇을 가리키는지 모른다”라고 했다.
남곤 역시 유자광전을 지어 무오사화가 유자광의 날조로 일어난 것임을 증언한바 있다.
조의제문의 창작 시기를 논함에 있어서 연산군일기를 비롯한 당대의 기록에서부터 네 가지 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연산군의 전지와 대신들의 헌의(獻議) 내용에는 김종직이 조의제문을 지은 시기를 ‘세조조 출사 이후 와 정축년 10월’이라는 두 가지 말이 엇갈리게 나타나고, 또 김일손 등의 공초 내용에는 ‘김종직이 출사하기 이전’이라는 증언이 있었고, 성희안의 발언에는 ‘김종직이 유생 때 지은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세조조 출사 이후의 설과 ‘정축년10월’의 설은 둘 다 사실이라 할 수 없다. 세조10년(1464)8월6일 윤대의 자리에서 사헌부 감찰로서 직언을 했다가 파직됐다가 6개월 뒤에 복직 돼 계속 관직에 있었기 때문에 세조를 원망할 이유가 없었다.
정축년 10월이 단종이 시해 되었던 때라면 단종의 죽음을 빗대어 쓴 유력한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의제문과 단종의 죽음을 억지로 연결하기 위해 “정축10월 어느 날”이란 말을 넣었을 가능성이 있다.
김종직은 정축년 10월 어느 날에 단종의 죽음을 듣고 조의제문을 지을 수가 없었다.
세조실록에 의하면 정축년 10월20일까지 양녕대군을 비롯한 종친과 의정부의 대신들 까지 나서 단종에 대한 세조의 결단을 요구 했고, 그달 21일 금성대군 이유를 처단하라고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단종이 자결해 예장을 했다는 짤막한 내용이 있다.
그런데 단종은 10월24일 유시(酉時)에 교살(絞殺) 당했다는 말이 있다. 금성대군을 처단하라는 결정이 10월21일 내렸으면 처형은 그 뒷날 하였을 것이고 그 소문이 영월로 전달되려면  또한 시일이 필요하다.
단종의 죽음이 10월24일 전후라는 설이 상당한 근거가 있다.
김일손은 자신의 사초에 단종이 죽은 뒤 열흘이 지나도록 방치됐다고 기록됐다. 또한 시신을 수습하려면 소렴, 대렴, 도빈의 절차에 최소한 3일은 걸리고 그로부터 예장을 진행하려면 한 달은 지나야 한다.
조의제문에는 초나라 의제가 10월 어느 날 답계역에서 꿈에 나타나 그 시신이 강물에 던져 졌다고 했다는 말이 있다. 글의 내용을 보면 김종직이 10월 어느 날에 미리 단종의 죽음과 그 시신의 방치와 유실과정을 예견 했다는 말이 되는데 이는 처음부터 성립이 되지 않는 말이다.
그렇다면 무오년 7월17일의 전지에 정축10월 어느 날 이라는 말이 들어 있다. 김종직의 조의제문에 대한 형벌을 논하라고 한 전지내용의 정축이란 표기는 조의제문의 창작의도가 단종의 죽음과 관계된다는 사실을 애써 강조하려한 의도를 담아 변조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