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가 한 달이 채 남지도 않았지만 야권후보 단일화의 여부에 모든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바람에 정작 대선 공약(公約)의 검증과 미래 한국을 이끌 지도자를 고르는 일은 지금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형국이다.
확실한 대진표도 없는 안개속의 흐름에서 유권자의 기대치가 높아져 국민들만 들뜨게 만들어 놓았다.
더구나 찾아가는 곳마다 지역현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장담은 하고 있지만 재원확보나 실현가능성 있는 공약들은 거의 전무(全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필연적으로 당선이 목적인 후보들의 심정이야 이해하지만 공짜 공약에는 도가 넘치고 있다. 0~5세 무상보육에 반값등록금이 즐겁고 달콤한 장미빛 공약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그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 이상, 우리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때 쓰고, 칭얼대고, 뒤 처진다고 다 퍼주는 복지가 과연 옳은 복지인지 우리가 이 시점에서 심각하게 고민해 볼 때이다.
IMF 이후 최대의 불황을 겪고 있는 지금의 경제상황을 외면하고 정치개혁만을 외치고, 그것이 곧 민생의 최고 가치로 여기는 뜬구름 잡는 후보들도 문제이다.
사실 먹고사는 문제보다 더 우선적인 것은 없다.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 성장, 실업의 증가, 취업의 어려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양극화된 노동시장, 소득 분배구조의 악화 등 후보들이 고민과 지혜를 짜내야 하는 문제가 한 둘이 아니다.
지지도 조사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문, 안 후보가 하나로 합치면 차기 대통령 자리는 어떻게 변할지 우리 유권자도 자욱한 안개 속을 걷고 있다. 어떻게든 시한이 있어 결론이야 나겠지만 정치쇄신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가치와 철학이 하나되는 단일화 운운하지만 상대를 압도하고 이겨야 하는 냉정한 게임으로 양보하기에도 매우 힘든 작업이다.
나라의 앞길을 밝혀야 하는 국정 청사진은 없고 두 진영의 지루한 공방에 국민들만 짜증과 피로가 쌓이고 있다.
이번 대선에 유권자의 책임이 무거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회경제적 관점으로 삶의 조건을 누가 어떻게 개선시킬 수 있는지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워야 한다.
누가 당선이 되든 산적한 현안인 경제민주화, 일자리, 가계부채, 교육 등과 함께 이익집단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실현 불가능한 공약과 후보들의 달콤한 권력욕에 휘둘리는 유권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차라리 허리띠를 함께 졸라메고 어려운 난국을 극복하자고 외치는 게 더 진솔한 후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