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발전의 규율은 생각지도 않고 속성으로 이루려고 억지를 행하지만 결과를 보면 오히려 그르치고 만다는 말이 있다.
옛날 어리석은 농부가 살고 있었는데. 그는 논에 모를 심어 놓고 벼가 어느 정도 자랐는지 궁금해서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논으로 달려가 벼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벼가 너무 더디게 자라는 것 같아 보였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아침 일찍 논으로 나간 농부는 벼 한 포기를 잡아 살짝 뽑아놓았다.
그랬더니 벼의 키가 한결 커진 것처럼 보였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온 농부는 하루 종일 벼의 키를 키워 주느라 너무 열심히 일한 탓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고 이야기했다.
의아해진 그의 아들이 논으로 달려가 보니 벼들이 땅에서 뽑혀서 이미 말라죽어 있었다.
무슨 일이든 규칙에 순응하지 않으면 오히려 해가 된다는 교훈을 알려주고 있다. 이처럼 성급하게 뭔가를 이루기 위해 속도를 내는 데만 연연하면 오히려 일을 더 그르칠 수 있다.
요즘 학부모들의 조급증을 보면, 이 말을 회초리로 선물해주고 싶다.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보다는 사교육의 힘으로 성적을 끌어올리려는 무리한 욕심을 부리는 것이다.
자발적인 힘으로 지적 내실을 다질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성적 지상주의에 빠져 남에게 보여 지는 서열만 따지는 형태의 교육을 과연 교육이라고 볼 수 있을까?
위에서 말한바와 같이 억지로 싹을 뽑아서 성장을 돕는다는 것은 아직 준비가 안 된 아이들에게 강제적인 교육으로 성적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자기 힘으로 깨우쳐 올라간 성적이 아닌 이상 그저 공든 탑에 불과하다. 벼가 스스로의 힘으로 땅 속에 뿌리를 내리듯이 공부는 물론 세상을 살아 갈 기초적인 뿌리를 내릴 시간을 줘야 한다.
뿌리도 내리지 않는데 키만 크게 보이려 하는 것은 진정한 성장이 아니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살지 말자. 요즘 아이들을 보면 키도 크고 체격도 우람하다. 아마도 먹는 것을 잘 먹어서 그렇겠지?
그런데 의외로 아이들의 체력은 부모세대보다도 떨어진다고 한다.
이것 역시 내실은 다지지 않고 겉보기에만 치중한 결과이다. 식물이든 사람이든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
그래야 비바람이 불어도 견디고 이겨내면서 성장할 수 있다. 작물이 뿌리를 내릴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 진짜 농사이고 아이들이 공부의 뿌리를 내리도록 도와야 진짜 교육이다.
그저 관심과 사랑으로 지켜봐주면 되는 것을 조급하게 간섭하고 억지로 키우려고 하면 오히려 아이들을 망치는 것이다.
마음이 급하더라도 간섭하지 말고 알아서 성장하도록 지켜봐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을 이루는 가장 좋은 방법이고, 아름다움이다.사람의 일생에서 감성과 오성은 나이 따라 변하는 것이 정상일까?
내 나이 생체적 연령으로만 노년이라고 스스로 단정하기는 아직은 내키지 않는다. 그러나 오성은 별 변화가 없는 듯하지만 감성만은 변해 감을 어쩌지 못한다. 다시 말해 오성은 무뎌지고 감성은 나약해진다는 말이다. 일상의 생활에서 그것을 느낀다는 말이다. 지난 9월26일 해군 링스헬기 대(對)잠함 훈련 도중 세 해군(조종사 김종만 소령·부조종사 박유신 소령·조작사 황성철 상사)이 순직하는 사고가 났다. 이를 보는 내 가슴은 결코 나약해지는 감성만은 아니었다. 어느 생명이나 소중하지 않을까만 나라에 목숨을 바친 이번 참사야말로 나라의 간성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어 보는 순간 먼저 가슴부터 에이는 것이었다.
여느 슬픔을 보는 것과는 달랐다. 가슴이 먹먹해지더니 주착이게도 나도 모르게 눈물샘이 그냥 있지 않았다. 주착이라고 해 그 슬픔을 희석시키거나 폄훼한다는 말은 정말 아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수수 많은 슬픈 일을 보고 듣고 했지만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나이 먹은 탓으로만 돌리기엔 뭔가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단풍잎 굴러가는 것을 보고도 풋내기 감상에 젖던, 내 20대 때의 함부로 남발하는 그런 감성은 아니었다. 좀체 느껴보지 못했던 감성이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그럴 만한 이유는 있었다. 유가족 누구도 소리 내어 울지도 않았고,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이른바 ‘시민운동가’들이 원인 규명 때까지 장례식을 거부하라는 선동도 의연하게 거부했다는 사실에서 더욱 숙연해 지는 것이었다. 슬픔과 분노는 겉으로 나타내기 보다는 안으로 끌어들여 삭일 때 더 거룩하고 더 숙연해 진다고 한다.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더구나 김경민 소령의 아버지 김재호 목사는, ‘만일 우리 아들이 아니었으면 다른 군인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겠나’와 ‘수심 1000여m나 되는 바다에서 아들을 수색해서 수습해준 해군이 고맙다’고 한 대목에서다.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그 의연함에 머리가 절로 숙여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군의 참사가 있을 때마다, 특히 군사장비와 관련된 사고를 볼 때마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차마 입에 담기도 싫은 후진국 수준의 ‘방산비리’이다. 아니나 달라 이번 사고기 링스헬기도 볼트에 문제가 있었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언제까지 이런 비리에 국민들이 분통을 터트려야 하는가. 공금횡령, 착복 등 이른바 생계형 비리와는 다르다. 방산비리! 참 어이가 없다. 조선 세종 때 발명왕 장영실이 만든 어가(御駕)가 부서져 장형을 받고 투옥·파직 당한 일도 있었음이 불현듯 생각났다. 내 언젠가 방산비리 같은 범죄는 ‘군사반란죄’로 극형에 처해야 한다고 한 적이 있다. 전장에 나간 병사가 무기가 불량품이면 도대체 어쩌잔 말인가. 그 해독이 하나둘 마치 마각(馬脚)이듯 드러나기도 해 참으로 한숨만 짖게 한다. 대저 그들은 ‘국방’은 무엇이며 ‘국가’라는 엄숙한 개념이나 있는 자들인지 묻고 싶다.
이번 기회에 방산비리는 물론 군사무기 비리는 뿌리 뽑아야 한다. 얼마나 부패했으면 국가를 지켜야 하는 군사무기에 비리가 세균처럼 스며들 여지가 있다니 가슴을 칠 일이다. 감독기관은 뭘 했으며 이게 어디 보통 일인가. 언론이 신랄하게 보도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국가 원로들의 충정어린 고언도 있었다. 나라에 목숨 바친 군인들을 이렇게 보내서는 안 된다고. 관계 부대나 조문 행렬이 있었을 뿐 유가족만이 한산한 빈소를 지키는 현실을 개탄했다. 불법 시위하다 죽은 사람에게는 민노총과 시민단체가 사건을 부추기고 정치인은 유·불리에 따라 시이소(?)를 타는 현상이 더욱 통탄스럽다고도 했다. 그놈(?)의 진영논리….
그런가 하면 나라를 지키다 순직한 군인들에게는 관심이 없다고 질책을 쏟아낸다. 나라를 지키려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썩는다’고 한 국가 최고 지도자도 있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해전을 보는 시각이 아직도 정치적 손익에 따라 다른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번 해군 링스헬기 참사를 보는 내 저미었던 가슴은 뭔지 모르게 허전하기만 하다. 다만, ‘글은 하고 싶은 말을 다 담아내지 못하고, 말은 절절한 마음을 다 담아낼 수 없다’고 하듯 나도 여기서는 예외일 수가 없다. 숙고해 정제된 마음을 표현하고자는 했지만 염원 같지는 않다.
무언가 숙연해지는 마음은 가슴에서 맴돌기만 하는데 정제된 언어를 찾지 못함이 유감이다. 나이를 먹으며 점차 쇠약해지고 나약해지는 감성이긴 하지만 그러나 나름대로는 나타내고 싶어 적어본 것이다.
순직한 세 분의 영면을 빌어드리는 것으로 내 마음의 일단이나마 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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