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직전 발생해 지금도 여진이 계속되는 경주 지진은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줬다. 한국이 지진에 거의 무방비 상태라 강진이 발생하면 속수무책이란 점도 드러났다.
무엇보다 경보 시스템부터 구멍이 뚫려 있다는 사실에 국민이 더 불안해 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경주에서 우리나라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인 5.8의 지진이 일어난 지 며칠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무려 350여 회의 여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경상, 찰과상 등 수십 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건물 균열, 지붕과 담 파손 등 수천 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게다가 지난 17일에는 장대비까지 쏟아져 약해진 지반으로 인한 2차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이 지역에서는 공무원, 군인, 건설인 협회 회원 등이 적극적으로 피해복구에 나서고 있지만 주민 불안은 여전한 상태다.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 발생에 그 원인 찾기가 한창이다. 한반도는 환태평양 불의 고리에서 빗겨나 있고, 지각판의 안쪽에 놓여 있어서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동일본 대지진 때 한반도가 일본 쪽으로 움직였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에 양산단층대를 비롯 활성단층대가 밀집돼 있고 지진 발생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있는 만큼 결코 지진 안전지대는 아니다. 문제는 지금까지 지진 안전지대라는 고정관념 속에 지진에 대한 대비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근 일본의 잦은 지진을 보면서도 지리적·지질적으로 일본과 다르다고만 여겨왔다.
이제 우리나라도 언제라도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나라란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간의 관측 기록을 보면 계속해서 지진 발생 빈도수가 많아졌고, 강도 또한 점점 높아져 왔음을 알 수 있다. 한반도 전역에 대한 전면적인 지질조사가 필요하며 지진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기경보시스템 구축도 필수 요소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기상청이 10초 내 경보를 목표로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대피 요령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지진은 이제 국가적인 문제로 현실화됐다. 중앙 정부 차원의 재난 컨트롤 타워를 중심으로한 지진 예방, 최소화, 발생 후 대응 등 근본적이고 치밀한 대책마련은 당연하다. 이와함께 우리 지역도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 지층 및 내진설계 조사, 매뉴얼 재정비, 홍보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해 즉각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
아무런 준비없이 재난이 닥쳐서야 어쩔줄 모르고 허둥대는 일은 또 다른 재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