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공화국 시절 남북대화가 시작될 때였던가 보다. ‘북괴’가 북한이 되고 ‘남조선괴뢰도당’이 남조선이 돼 서로 총칼을 겨눈 이후 처음으로 대화와 교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남북 적십자회담과 당국자 회담이 열려 대표단이 상호 방문했다.
우리 대표단이 북한에 가서 안내 받은 곳이 ‘닭공장’이었다. 우리로 치면 양계장이었다. 그때 안내원이, 1일 생산 계란이 얼마인데 조금만 더 생산하면 남조선 인민들에게 하루 한 알씩 나눠 줄 수 있을 텐데 하던 게 생각났다. 얼마 전 방송이 ‘강아지 공장’ 얘길 했다. 반려견 키우는 사람이 늘면서 관련 산업도 빠르게 발전해 간다고 한다. 관련 제품도 고급화해져 40만 원짜리 강아지 옷, 100만 원짜리 개집이 백화점·마트에 나왔다. 게다가 반려견 전용 유모차와 카시트까지 등장했다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1년 50만 원 내는 반려견 보험도 나왔다 한다. 어느 동물병원은 방사선 암 치료기도 들여올 예정이라고 한다니 소시민으로서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그건 그렇다 치고 어리둥절할 일은 따로 있었다. ‘창조경제’라는 시대의 화두에 따라 강아지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느라고 그런 건지 인공으로 강아지 번식을 시키느라 수컷에 발정 유도제를 주사하고 암컷과 억지로 교배를 시킨다. 또 수컷 정자를 빼내 암컷에 투여해 임신을 시키기도 하고 암캐가 늙어 출산이 어려우면 제왕절개로 새끼를 꺼내기도 한다. 이렇게 생산된 강아지는 애견센타 매장을 거쳐 비싸게 팔려 나간다.
늘어나는 반려견 수요가 인간의 욕심과 결합해 동물학대로 이어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본 방송은 곧 ‘고양이 공장’이 생기지나 않을까라는 염려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강아지 공장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최근 영국 BBC가 아일랜드의 개 번식장을 몰래 찾아가 보고 현장을 고발했다 한다. 그렇게 생산돼 애견 샵에 나오는 숫자가 전체의 3분의1이나 된다니 더욱 놀랍다.
인간의 탐욕은 과연 어디까지일까도 모르는 판국에 충격적인 것은 또 있다.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곰 쓸개즙을 채취하는, 그야말로 엽기적 행태를 방송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산 곰을 우리에 가둬 배를 가르고 쓸개주머니에 호스를 연결해 놓아 즙이 생성되면 흡입 주머니로 흘러내리게 장치를 해 놨다. 곰은 서 있지도 못하고 사료도 누워서만 먹으니 숨을 쉬고 몸을 움찔할 땐 찌륵찌륵 소리를 내며 호스를 타고 주머니로 즙이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럴 땐 곰은 즙 생산을 안 하면 될 것인데 미련곰퉁이(?) 같은 곰은 그것도 모르고 즙을 생산하는 것이었다. 인간의 탐욕이 갈 데까지 갔으니 이를 희화화해본 것이다.
식물에서, 특히 식용 식물에서 유전자 조작을 해 품질 개량과 다수확을 꾀하고, 이종 교배를 시켜 뿌리에는 감자를, 줄기에는 토마토를 열리게 하는 농법을 연구기관에서 성공했다는 얘기는 오래 전에 들었다. 이는 우리 인간을 위한 연구 결과물이지만 ‘강아지 공장’이나 ‘쓸개즙 강탈(?)’은, 동물이지만 구태여 보편적 생명윤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도저히 인간이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아니나 다를까 동물보호단체가 나섰다. 연예인과 일반인도 동참해 동물보호법 개정 서명 운동에 나선다 한다.
양 아흔아홉 마리 가진 자가 한 마리 가진 사람의 양을 탐하고, ‘두면 더 두고 싶다’는 속담이 있듯 그게 바로 탐욕이다. 전관예우 논란을 부른 어느 변호사는 이른바 중산층이나 소액으로 투자하는 오피스텔을 123채나 소유하고 있었다. 그것도 세금 수억 원을 탈세해가면서 말이다. 검찰 현직 검사장의 ‘주식대박’도 도진개진이다. 이를 본 어느 언론인은 ‘하이에나 부자’라고 일갈했다.
임야나 불모지나 다름없는 땅 몇 평 갖고 있다가 개발이 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 경우를 우리는 졸부(猝富)라 부른다. 졸부는 듣기에 따라 의미가 다를 수도 있지만 하이에나 부자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오늘의 시대는 돈이면 두역신(痘疫神)도 부리고 귀신도 부릴 수 있다(有錢使鬼神)는 사고가 팽배해 있다. 이런 물신숭배적 세정(世情)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아무리 돈이면 다 되는 황금만능시대라고 하지만 엄숙한 자연의 섭리를 거역해가며 끝없이 일어나는 욕망을 다 채운다는 것은 인간이 할 짓은 아니다. ‘이름이 좋아 불로초(실속 없이 이름만 좋다)’라더니 아무리 우리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곤 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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