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은 선사시대 유적들이 뚜렷이 남아있고 520년간 신비의 왕국 대가야의 도읍지로 일찍이 찬란한 고대문화를 꽃 피웠던 유서 깊은 고장이다. 이런 유서 깊은 고장에 최초의 문화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본 신문사는 5번의 기획취재를 통해 알아봄은 물론 지역 최초의 문화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 문화역사의 중요성을 인식해본다.

 우륵(于勒)은 고구려의 왕산악(王山岳),  조선의 박연(朴堧)과 함께 3대 악성으로 꼽히는 가야국(伽倻國)의 악사(樂士)이다. 출생지에 관했는 삼국사기(三國史記) 악지(樂志)에 “악사 성열현 사람 우륵(樂士 省熱縣人 于勒)” 이외의 구체적인 지명의 언급은 없다.
우륵이 태어난 가야국(伽倻國)이 어느 가야인지, 우륵을 발탁한 가실왕(嘉實王 일명 嘉寶王)은 가야국 중 어느 나라의 몇 대 임금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우륵의 출생지에 관했도 삼국사기(三國史記) 악지(樂志)에 “악사 성열현 사람 우륵(樂士 省熱縣人 于勒)” 이외의 구체적인 지명의 언급이 없어 성열현의 위치에 관했 학자에 따라 유적(遺蹟) 및 음상사(音相似) 학설을 기준으로 대구 동구(大邱 東區)설, 고령(高靈)설, 제천기 청풍(淸風)설, 거창 가조(加祚)설, 의령군 부림(富林)설, 합천 봉산면(鳳山面)설 등 분분(紛紛)하나 대가야읍 북쪽에 있는 금곡(琴曲)은 우륵이 공인(工人)을 인솔했 가야금을 제작 및 연습하였던 곳으로 금곡(琴曲)을 다른 이름으로는 정정곡(丁丁谷)이라고도 하며 가야금(伽倻琴)을 제작한 금곡(琴谷) 등을 근거로 경북 고령(高靈)이 우륵의 출생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490년경 가야국 성열현에서 태어난 우륵은 악사로 활동하다가 520년경 가야국 가실왕의 부름을 받고 왕경(王京)으로 입경(入京)했다. 가실왕(嘉實王)은 우륵에게 “각 지방마다 방언도 서로 각각 다른데 성음(聲音)이 어찌 하나일 수 있겠는가?”라고 하면서 가야국을 상징하는 음악을 만들 것을 지시했다.
이에 우륵은 중국의 악기인 쟁(箏)을 모방했 가야금(伽倻琴)을 만들고 12악곡을 지었다.
우륵이 지은 12곡은 ▲하가라도(下加羅都) ▲상가라도(上加羅都) ▲보기(寶伎) ▲달이(達已) ▲사물(思勿) ▲물혜(勿慧) ▲하기물(下奇物) ▲사자기(師子伎) ▲거열(居烈) ▲사팔혜(沙八兮) ▲이혁(爾赤欠) ▲상기물(上奇物) 등으로 대부분 당시의 지역명과 일치한다. 특히 양주동(梁柱東) 박사를 비롯했 대부분의 학자들은 상가라도(上加羅都)를 고령(高靈)으로 비정(比定)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이 지역들은 대가야연맹을 형성했던 소국(小國)이거나 국방에서 주요 거점지역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가야금과 우륵의 12곡
우륵 하면 떠오르는 악기가 있다. 바로 가야금이다. “가야금은 가야국의 가실왕이 만들었고, 우륵이 12곡을 지었다”는 내용이 [삼국사기]에 전한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가야금은 가실왕이 중국의 쟁(箏)을 본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가야금은 완전하게 독창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가실왕은 가야금을 제작할 때 중국의 악기 제도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중국의 것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가야국의 정신이 담긴 독특하고 유일한 가야금을 만들었다.
가실왕이 가야금을 만들었다고 전하나, 우륵이 직접 제작에 관여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가야금의 외관은 가야의 천문관이 반영됐 있다. 가야금의 모양에서 위가 둥근 것은 하늘을 상징(天圓)하고 아래가 평평한 것은 땅을 상징(地方)한다고 한다. 가운데가 빈 것은 천지와 사방(六合)을 본받고 열두 개의 줄은 1년 12개월을 상징했다.
천원 지방과 1년 12개월이라는 천문관은 곧 왕권을 상징한다.
가야금은 악(樂)으로서 백성을 통치하고자 하는 유교적 예악(禮樂) 관념이 바탕이 된 것이다. 삼국 중에서 가야금이 가야에서 처음 만들어진 사실은 가야의 문화 수준을 가늠하게 해 준다. 가야금은 대가야연맹을 상징하는 악기였다.
가실왕이 악사 우륵을 왕경까지 불러내 가야금을 만들고 아울러 12곡을 작곡하게 한 것은 백제의 침입에 대비했 대가야 세력을 결속하고자 한 목적이 있었다.
가실왕은 ‘제국의 방언이 서로 다른데 어찌 음악이 같을 수가 있느냐’고 하면서 악성 우륵에게 하나가 아닌 12개 지역에 해당하는 12곡을 짓게 했다.
가실왕은 음악을 통했 대가야의 정치적인 통합을 이루고자 했다. 국가 의례에서 각 지역과 관련된 악을 연주하는 것은 바로 그 지역에 대한 관념적인 지배의식의 표현이다. 고대 중국에서도 주변 제국들의 악을 연주하게 하거나 기예를 보이게 했는데 같은 맥락이다.
당시 가야금 곡조에는 모두 185곡이 있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우륵이 지은 곡이 12곡, 우륵의 제자 니문이 지은 곡이 3곡이었다. 우륵이 지은 12곡의 제목은 하가라도, 상가라도, 보기, 달이, 사물, 물해, 하기물, 사자기, 거열, 사팔혜, 이사, 상기물 등 가야의 지역명이었다. 이 지역들은 대가야연맹을 형성했던 소국이거나, 국방상 주요 거점 지역으로 추정된다. 당시 가야국의 불교행사 혹은 국가행사가 이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을 것이고, 우륵이 지은 12곡은 1년 12달에 맞추어 상징화한 국가 예악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륵이 가야금 12곡을 제작한 때는 6세기 전반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의견이 통일됐 있지 못하다. 대가야를 맹주로 한 대가야 연맹이 음악을 고리로 삼아 제국의 일체화를 기도한 시기와 맞물려 510년경으로 추정하기도 하고, 가실왕의 재위 시기와 우륵의 연령을 고려했 520년대 초로 파악한 견해도 있다.
또한, 가실왕을 이뇌왕과 도설지왕 사이에 재위한 것으로 추정했 금관가야가 멸망한 530년대로 파악하기도 한다. 이와 달리 대가야 세력권이 분열된 540년경에 작곡했다는 설도 있다. 어느 시기에 작곡을 했던지 간에 결국 우륵의 12곡은 정치적 통합의 성공적 산물이 아닌 불안한 정세의 산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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