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녹음으로 짙어지는 유월로 접어들었다. 이 눈부시게 찬란한 계절이 우리 민족에게는 6·25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난, 역사적으로 가장 아픈 시기이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유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영령들이 이 푸르른 강토를 저 붉은 침략의 무리들로부터 지켜 내려다 값진 피 흘리며 스러져 갔는가. 오늘의 조국산천에 두루 넘치고 있는 자유와 평화와 번영은 온전히 가신님들의 고귀한 희생 덕분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남아 있는 분단국가이다. 북한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핵무기를 개발하는가 하면 수시로 무장공비를 침투시키는 등 호시탐탐 무력침략의 기회만 엿보고 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같은 지금의 안보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늘 도발에 대비하는 자세로 뜨거운 호국정신과 투철한 안보의식을 지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에 걸쳐 세계가 놀랄 만큼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해 왔다. 그 덕분에 절대의 가난에서 벗어나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선진국이 됐다. 이것은 오로지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목숨을 바쳐 강토를 지켜낸 순국선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이렇게 잘살게 된 것이 호국영령들이 흘린 피의 대가라는 사실을 잊고 지낼 때가 많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역사 속에 살아남을 수 없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지난 역사의 의미를 되새기며, 호국영령들의 고귀한 희생에 감사하는 기간이 되었으면 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그분들의 거룩한 희생에 보답하는 길은 무엇일까. 그것은 멀고 거창한 데 있지 않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라는 옛 시가에서처럼, 무엇보다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직분에 충실한 것이다. 공무를 맡은 사람들은 대민 지원에, 산업역군들은 생산 업무에, 학생들은 학교 공부에 최선을 다할 때 나라는 저절로 잘 돌아가게 돼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눈을 돌리며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이것도 나라사랑의 한 방편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