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일생동안 아프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을까? 혼자 화두를 던져 본다. 옛 법구경 ‘보왕삼매론’에 보면 “세상을 살면서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사람이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현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고 살아가라 하셨느니라.”고 했다.
  그렇다. 사람은 이 세상에 나올 때부터 병고를 안고 태어났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 장애인이 아닌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눈이 나빠 안경을 쓰는 사람,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보청기를 끼는 사람, 이가 빠져 임플란트를 하는 사람 등, 이 세상에는 온전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나도 이제까지 수많은 병고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그것도 나이라고 요즘은 몸에 아픈 곳이 한 두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귀가 탈이 나서 두 번이나 수술을 했고, 무릎이 아파 내시경 수술이며, 쓸개에 돌이 생겨 담석재거 수술까지 전신마취를 세 번이나 한 사실이 있다.
그 뿐인가. 요즘은 조금만 무리하면 입술이 부르트고 잇몸이 붓고, 몸살이 와서 전신이 아프다. 일전에 텃밭에 잡초를 뽑는다고 좀 무리했더니 허리가 탈이 났다.
온 종일 허리에 찜질을 해 보지만 잘 낫지 않는다. 결국 한의원에 가서 침 맞고, 부황 뜨고, 약을 먹어야 낫는다. 조그마한 텃밭에 채소를 가꾸어 먹으려다 약값이 몇 배나 더 들어가는 실정이다. 그러다 허리가 좀 그만한가 싶더니 무릎이 또 아파온다.
수년 전 봉침요법으로 치료가 잘되었는데 재발한 모양이다. 퇴행성이라 많이 걷거나 서 있는 것은 금물이란다. 허리는 앉지 말고 서있거나 걷는 것이 좋다고 하니,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또 한 가지 고민거리는 눈에 티끌이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안과에 갔더니, 결막염에다 백내장 증세가 있어 잘 치료하지 않으면 수술까지 해야 한다니 갈수록 태산이다.
요즘 또 무거운 것을 들었더니 어깨가 탈이나 침을 맞아도 잘 낫지 않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빨이 탈이나 거금을 들여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니 하루가 괴롭기만 하다.
 이빨이야기만 나오면 화가 치밀어 오르는 일이 있다.
피 끓는 청년시절 운동하다가 넘어져 앞 이빨 두 개가 부러졌다. 당시는 금이빨을 해서 이십여 년 간 잘 사용하다가 닳아서 보기 좋게 한다고 다 쳐내고 세라믹 이빨로 교체했더니, 조금 딱딱한 음식물을 씹으면 떨어지고 해서 붙여 쓰다가 이번엔 수백만 원 들여서 리모델링 공사 중이다. 당시에 보철 금니 이빨은 본이와 같아 인물이 좋았었는데, 세라믹 이빨로 바꾸고는 인중이 움푹 들어가 인물을 다 버리는 격이 되었으며, 사랑니까지 무료로 발치해 준다면서 잇 뿌리가 멀쩡한 것을 뽑아 잇몸 틀이 줄어들어 볼이 쏙 들어간 할배를 만들어 놓았으니 누구를 탓할 수 있으랴! 지금 생각해보면 의사를 잘못만난 것이 나의 운명이라 여겨져 후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며칠 전 두피에 조그마한 딱지가 있어 손톱으로 제거 했더니, 손톱독이 올라서 붓고 고름이나 피부과에서 클리닉을 받은 일이며, 눈썹 언저리에 좁쌀 같은 점이 생겨 혹시나 대상포진이 아닌가 걱정이 돼 예방백신을 비싼 돈 주고 맞은 일도 있다.
요즘은 공복에 찬 것을 먹거나 음식을 과하게 먹으면 배탈이 잘 나고 복부팽만감을 느끼며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 그리고 2년마다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받아보니 한 번도 이상이 없을 때가 없었으며, 역류성식도염, 헬리코박터균, 대장용종을 수차례 재거하는 수술까지 받은바가 있다.
그것 뿐 인가. 사계절 감기는 싸고도는 체질이며, 누적된 스트레스로 인해 몸에 면역력이 떨어졌다며 한약도 거금을 들여 먹었으나 별 차도가 없다. 지금은 연식이 다된 기계나 자동차로 취급하고,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나 다름없으니, 체념하고 이대로 살아갈 수밖에, 어찌하겠는가.
 
지금은 혈기 왕성한 젊은 날의 추억이 그립다. 세상은 이제 100세 시대에 도래했다지만, 나는 과연 몇 살까지 아프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심히 두렵다.
오래 살더라도 몸만 건강하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문제는 사는 날까지 남에게 신세 안지고, 누를 끼치지 않고 살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이제부터는 그러려니∼ 하고, 오늘도 ‘보왕삼매론’을 탐독하며 살아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