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대 토기문화의 결정판으로 정평이 나 있는 가야토기. 그 가운데 시.공간적으로 가장 넓은 지역에 분포하며 많은 사람들이 애용해왔던 대가야 토기. 대가야 토기의 생산과 공급의 중심지였던 대가야의 도읍지 고령. 이처럼 대가야시대부터 토기를 만들던 장인들의 기술과 정신은 끊임없이 계승돼그 맥이 면면히 이어져 왔다.
이에 본 신문사는 5회 시리즈 기획취재를 통해 이번 고령토기의 기획취재를 통해 고령의 토기와 도자기 속에 담긴 장인의 혼을 만나본다.
<사진제공 : 대가야박물관>


"토기·도자기 생산의 중심지, 고령"

우리나라 사람들이 처음으로 만든 그릇은 신석기시대의 덧무늬토기와 빗살무늬토기이며, 청동기시대에는 민무늬토기를 만들었다. 초기철기시대는 그릇의 종류가 다양해졌으며, 삼한시대에는 재래의 연질토기와 함께 중국으로부터 새로운 기술이 도입돼와질토기를 만들었다.
사국시대의 그릇들은 보다 단단하게 만들어졌는데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등 각 국가마다 특색을 가지고 있다. 통일신라시대에는 다양한 도장무늬[印花文]를 새긴 토기와, 불교 화장의 유행으로 뼈단지가 많아진다.
신라말에는 중국의 기술을 받아들이면서 청자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특히, 12세기는 청자의 절정기로 상감청자는 천하제일의 비색(秘色)청자, 혹은 천공술(天工術)이라고 평가를 받았다. 14세기에 들어와 상감청자의 대중화된 형태인 분청자가 등장했다. 분청자는 15세기에 크게 유행하였으며, 다양한 제작기법으로 16세기 후반까지 만들어졌다.
한편, 백자는 15세기 중반부터 왕실에서 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으나, 16세기에 접어들면서 일반에 널리 확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세기 후반 관요(官窯)가 해체되고 산업화된 왜사기(倭沙器)가 들어오면서 백자의 전통이 사라지게 됐다.
고령지역은 조선시대 도자기 생산의 중심지였다. 이는 조선시대의 각종 문헌자료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세종실록지리지 (1424 1432)에는 전국 324곳의 자기소와 도기소가 기록돼있다. 그 중 경기도 광주(廣州)와 상주(尙州) 등 상품(上品)의 도자기를 생산하던 4곳 중의 한 곳으로 고령의 예현리(曳峴里)자기소가 기록돼있다.
그리고 성현(成俔, 1439 1504)의  용재총화(∑r齋叢話)에서는 “고령에서 만드는 자기가 가장 정교하다”고 했다. 점필재 김종직(金宗直)의  이준록(彛尊錄) 에는 고령현감으로 있던 김숙자(金淑滋,1389 1456)가 장인들을 잘 지도해 “고령의 백자가 광주(廣州)나 남원(南原)보다 우수하다”고 평가 했다. 경국대전(經國大典) 에는 고령에 소속된 전문 장인의 수가 6명으로 기록돼있다. 이처럼 6명의 장인이 배속된 곳은 고령과 함께 전라도의 순천과 부안 뿐이었다. 현재, 문헌자료에 기록된 고령의 자기소는 예현리(上品), 흑수리(黑水里, 中品), 하며리(下旀里)·구언리(仇彦里, 下品) 등이 있다.
고령에서 만든 도자기는 경기도 광주나 전라도 남원의 것과 함께 조정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었다. 아울러 생산을 직접 담당했던 전문 장인들도 여타 지역에 비해 훨씬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준록 하(彛尊錄下)》
<선공사업 제4(先公事業 第四)>
高靈歲貢白砂器．工人用功．甚鹵莽．故器多若　．官被詰責．先公至．召語工人曰．昔舜陶河濱．胡公利器用而封之陳．是豈可少哉．若等祖孫．世守其業．何鹵莽如是．若等妻子．皆知造餠餌．篩之數重．則米屑精潔．撫按良久．則脈理　滑．其用工與此何殊．遂敎其下九篩之法．精緻鮮潔．居廣州南原之右．先是．每進獻．二邑之工受賞．縣工多得罪．今縣工得賞．而二邑之工．反受譴．至今賴之．
고령에서는 세공으로 백사기(白沙器)를 바쳤는데, 공인(工人)의 솜씨가 매우 거칠어서 이지러진 그릇이 많아 관(官)에서 꾸지람을 받았다. 그런데 선공(金叔滋)께서 그 곳에 가서는 공인을 불러서 이르기를, “… 너희들은 조상 대대로 그 업(業)을 지켜왔는데 어찌해 이토록 거칠단 말이냐. 너희들의 처자(妻子)는 모두 떡[餠餌]을 만들 줄 알아서, 체[篩]를 여러 번 사용하면 쌀가루가 정결(精潔)해지는 것이고, 오래도록 문지르면 결[脈理]이 매끄러워지는 것이니, 그 용공(用工)이 이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했다.
마침내 아홉 번 체질하는 법을 가르친 결과, 그릇의 맑고 깨끗하기가 광주(廣州)나 남원(南原)의 것보다 우월해졌다. 이보다 앞서서는 그릇을 바칠 때 마다 두 고들의 공인은 상을 받고, 고령현의 공인은 흔히 죄를 받았는데, 지금은 고령현의 공인은 상을 받고, 광주와 남원의 공인은 도리어 꾸지람을 받음으로써, 지금까지 선공의 은택을 입고 있다.

乙亥夏．與金南海允德．遇於淸道公館夜話．公云．予昔在高靈．金宗瑞時以都巡察使入縣．召余對食．金指案上白砂器曰．貴縣砂器．甚善甚善．言至再三．予實未了其欲之也．只唯而退．後金在京師．屢對人　予之拙．冀予聞之．

을해년(1455년) 여름에는 김윤덕(金允德)과 청도(淸道)의 공관(公館)에서 만나 밤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金叔滋)이 이르기를, “내가 옛날 고령에 있을 적에 김종서(金宗瑞)가 당시 도순찰사(都巡察使)로 그 현(縣)에 들어와서 나를 불러 함께 식사를 하였습니다” 가 책상 위에 있는 백사기(白砂器)를 가리키면서 말하기를 “귀 현(고령)의 사기가 매우 좋다”는 말을 두세 번이나 계속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실로 그가 가지고 싶어 하는 줄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다만 ‘예’하고 물러나와 버렸습니다. 그런데 뒤에 가 서울에서 누차 사람을 대해서 나의 졸(拙)함을 책망해 그 말이 나에게 전해지기를 기대하였습니다”고 했다.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습니다.               
/기획공동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