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태를 일러 삼포(三抛)의 시대라 한다. 다시 말해 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말이다. 예삿일이 아니다.
한참 전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이 있었다. 현 세계 경제상황을 진단하며 2020년에는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 했다.
이 다보스포럼뿐만 아니라 경제학자, 미래학자 등도 공통으로 전망하는, 인류를 향한 중대한 진단이다.
18세기 증기기관의 등장에 의한 1차 산업혁명으로 시작해 대량생산의 2차 산업, 정보화의 3차 산업, 로봇·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까지의 4차 산업의 시대로 가고 있다고 오늘에 와서 국제적 석학들은 말한다.
인류의 역사는 너무 많이, 또 초음속으로 변전해 간다.
벽해상전도 모자라 적확(的確)한 말을 찾을 길이 없다. 더구나 ICT와 과학기술의 발달은 그 끝이 어디일까 나로선 알 길이 없다.
내가 이런 변화가 아닌 변전에 대한 기초적 지식도 없지만 나름대로 뭔지 모를 위기감 같은 것은 있다.
내가 2020년까지 살 수 있을지의 여부는 별 의미도 없지만 인류의 역사가 언제까지 존속할 것이며 어떤 형태의 삶이 존속될까도 몹시 궁금하다. 내가 너무 나간 것일까?
일자리(취업) 문제는 먼저 대중의 발인 지하철만 봐도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첨단과학의 상징 신분당선은 우선 기관사부터 없다.
이른바 무인기관차이다. 여타 다른 선도 ‘집표원’은 옛날 얘기가 돼버렸고 직원도 아예 없거나 있어도 복잡한 역이나 두서너 명이 고작이다.
기계화, 자동화도 일반화가 되어 이제는 낯선 단어가 아니다.
처음 자동화가 등장했을 땐 그 기능에 시선이 갔고 ‘오토메이션’이란 말의 신선미도 있었지만 이젠 그 용어 자체가 ‘재래적’이라는 느낌을 갖는다. 
끝없는 과학 발달의 그 끝은 어디일까? 머지않아 무인승용차가 나온다고 하며 시운전을 성공한 지도 한참 지났다.
곧 무인 드론기가 자장면 배달을 할 시대가 온다고도 하고, 의술의 원격진료는 지금 확장 중이어서 이들 모두가 기계화·자동화가 되면 이로 인한 줄어들 일자리가 가히 얼마나 될까 가늠도 되지 않는다.
내 20대 때 당시 지인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있다.
미국 서부개척시대에 철도 건설 공사장에서 선로 침목 박는 공사는 사람이 직접 박았는데 그걸 기계가 하게 됐으니 인부의 일자리도 그만큼 줄었다.
참다못한 인부들이 기계와 시합을 하자고 제안을 했다.
그 인부 죽을 각오로 해머질을 했다. 인부의 판정승이었다. 여기까진 좋았는데 그는 그만 기절해 절명하고 말았다 한다.
한 때 우리 ‘국민 신발’이었던 고무신 얘기도 있다. 그 역사는 일제 강점기인 1916년경이다.
당시 짚신이 대세이고 좀 나은 신발은 나막신이고 그 상위는 관원이나 부호들이 신는 가죽신이었다.
그랬는데 고무신이 등장하자 미투리나 짚신이 팔리지 않아 그걸 생계로 삼던 민중이 전국에서 고무신 불매 운동에 나섰다. “고모신을 벗고 ‘조선의 집신’을 신자…”의 운동(캠페인)을 벌였고 이에 맞서 “…강철보다 견고한 고모신…”으로 대항했다.
함남 신흥군 원평면 전동(典洞) 농민청년회는 ‘고무화(靴) 침입 방지’를 결의하고 보통학교 생도와 그 부형들은 ‘조선 사람 손으로 맨드러진 신(草鞋)을 벗고 고모신을 신는’ 것은 ‘민족 경제 파멸을 조장한다’고 고무신 배척에 나섰다 한다.
그래도 고무신 산업이 위축되기는커녕 1933년경엔 공장 수가 70여 곳을 넘었다 하니 당시 고무신 공장 여성 노동자가 늘기만 했다. 그래서 나온 유행가가 ‘고무 공장 큰애기’라는 것이다.
유행가는 시대를 반영한다던가…?
앞서 언급한 대로 18세기 1차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4차 산업의 시대가 오기까지의 그 이면에는 미국 ‘침목’ 사건으로부터 ‘고무신 불매 운동’까지 있었다.
그 발전상을 한두 마디로 정리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더 좋은 세상을 향한 연구와 계발이 주축이었을 것이다. 피땀의 결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편리와 효용성의 뒤에는 대량실업의 사태에 이르렀으니 편리와 효용만이 최선은 아님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침목을 해머로 박을 수도 없고 짚신만을 신을 수도 없으니 이걸 한마디로 딜레마라고나 해야 할까?
오늘의 산업사회, 기계화·자동화는 필수이다.
원양어선 대형 어망에 잡다한 고기가 잡혔다. 어종 따로, 크기별 따로 선별은 선원의 몫이다.
어망 던지고 올리는 작업 모두는 기계화인데 선별만은 인력뿐이다.
기계화·자동화가 만능인데 이 선별 작업도 기계화 하면 선원은 필요 없겠지…? -고등어 너는 1번 어망으로 가고 참치는 2번 어망으로 가게 훈련시키면 어떨까-. 오만 상상을 해본다.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세상이 온다고 해도 끝없는 인간의 지혜는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가겠지?
그것이 우리 인류가 걸어온 길이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