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우리 조상들은 듣기 좋은 소리로 다음의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아기 울음소리요, 둘째는 책 읽는 소리, 셋째는 다듬이 소리라 했다. 그 중에서 ‘아기 울음소리’는 다산을 의미하며 희망과 미래를 상징한다.
요즘 농촌에는 그 소리들이 사라진 지 오래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젊은이들은 모두 도회지로 나가고 나이 든 부모님들만 남았으니 아기는 구경하기 조차 힘들어 졌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출산율은 더욱 떨어지고 있어 안타깝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긍도 간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머지않아 젊은이 한 명이 노인 열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시대에 도래하고 말 것이다.
정부에서는 출산장려금이나 세금혜택, 다자녀 양육비 보조를 해준다고는 하나, 국가의 공약만을 믿고 아기를 낳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우선 요즘 젊은이들은 귀찮고 힘든 것을 싫어한다. 결혼을 아예 하지 않겠다는 독신자가 늘어나고 결혼 적령기도 20대에서 30대로 많이 늦어졌으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적극적인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 옛날 서당에서는 ‘책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글 읽는 소리는 곧 공부를 의미하여 듣기 좋은 소리로 쳤다.
읽기에 못지않게 쓰기도 열심히었던 것 같다. 한석봉의 어머니가 불을 끄고 내기를 한 것만 봐도 글쓰기를 얼마나 중요시했는지 짐작이 간다.
예로부터 심정필정(心正筆正)이라고 했다.
마음이 곧아야 글씨도 바르다는 것이다. 글씨가 곧 마음의 거울이라는 말도 있듯이 글씨체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까지도 알 수 있다고 한다.
요즘 대학생들 글씨가 예전 초등학생 수준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다. 예로부터 사람을 판단하는 네가지 기준으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다음을 멀어져 간 ‘다듬이 소리’이다. 아낙들이 길쌈해서 만든 무명옷을 깨끗이 빨아 풀 먹여서 적당히 말린다.
그것을 다듬잇돌 위에 올려놓고 방망이를 양손에 하니씩 쥐고 두 사람이 마주 앉거나 아니면 혼자서 주름을 펴기 위해 드들긴다.
동지섣달 기나긴 밤 바깥세상에는 흰 눈이 소록소록 내리고 심장 박동과 같은 리듬으로 끊어질 듯 이어지던 그 소리는 이제 가슴 뭉클한 그리움으로만 남았다.
지금은 현대화에 밀려 다듬이 소리가 사라진지 오래다.
다듬이 소리는 향수와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 옛날 골목길을 걸을 때 울려 퍼지던 그 소리가 자꾸만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
나는 이 다듬이 소리 대신 ‘칭찬의 소리’를 권하고 싶다. 한평생을 살아가는 부부간은 물론, 만나는 사람들에게 칭찬의 소리 한 마디가 우리 사회를 더욱더 훈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주례사를 할 때, 예로부터 전해오는 듣기 좋은 세 가지 소리를 신랑신부에게 권한다. 3성(三聲) 중 다듬이 소리는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에 그 대신 칭찬의 소리를 권장했었다.
부부가 결혼해서 서로의 장점 만을 칭찬하면서 살아간다면,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옛날부터 전해오는 듣기 좋은 소리 세 가지를 현실에 맞게 아기 울음소리, 책 읽는 소리, 칭찬의 소리로 정하면 어떨까.
60년 만에 찾아온다는 흑룡의 해를 맞아 우리 선조들의 듣기 좋은 소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