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써놓고 보니 이 나이 같잖게 사랑이라니 좀 겸연쩍음을 피할 길이 없다.
하지만 오래 전 한때의 ‘나 하나의 사랑’이라는 유행가는 내 청춘일 때의 순애보(純愛譜)이다.
음악은 언제부터 우리 인류생활에 필요한 정신적 자산이었을까?
세계는 내 식견의 밖이고 우리는 단군조선 이전 우리 고대사의 원류인 부여국 시절에 제천 의식인 영고·동맹·무천이 시원이 아닌가 한다.
조선 때는 궁정의 아악인 종묘제례악과 민간의 속악인 잡가 민요 등이 있었다.
내 음악적 감성은 1947년 초등학교 입한 때 생전 처음 듣는 풍금 소리로 시작한다. 우리 사는 세상에 저런 소리가 어디서 어떻게 나는지 신기함을 지나 금방 매료된 때도 있었다.
조금 지나 유성기 소리도 들었고, 그 시절에는 이른바 대중가요가 유행가라는 이름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삽시간에 온 동네를 휩쓴 때도 있었다.
물론 라디오도 없었는데 어디서 어떻게 유행이 됐을까.
다 어려웠지만 간혹 좀 나은 집은 대구라는 문명·문화의 시원지를 나들게 되니 자연스레 들은 노래를 전파하는 메신저가 되었으며 신문물의 전령이 되었다. 그 절정이 6·25 전후였을 것이다.
영화도 그 몫을 단단히 했다. 유행가와 함께 유행어도 전파했다.
대구서 영화를 본 그들은 그 스토리를 들으려는 청소년들이 모이는 동네 사랑방에서는 바로 히어로우(Hero)가 되는 것이었다.
공전의 히트를 했던 ‘이별의 부산정거장’, ‘김삿갓’이 있었고 ‘사랑해선 안 될 사랑’과 ‘나 하나의 사랑’은 영화보다는 그 주제곡이 한 시대를 풍미했다.
가장 감성이 풍부할 사춘기 시절 그 애틋한 사랑의 노래는 모든 것을 거기 침잠해버린다.
어쩌면 나도 그 부류의 한 인간이었는지 나만이 아는 호칭 ‘보헤미안’이 있었다.
누구나 사춘기는 있다는데 나도 한때는 그 ‘나 하나의 사랑’ 보헤미안을 위해 허공에다 대고 그 세레나데를 수도 없이 띄워 보냈던 것이다.
영화 제목 ‘사랑해선 안될 사랑’이 바로 내 얘기였으니까 말이다.
보헤미안! 그는 정녕 내 영혼을 사로잡았는가! 이지적 눈매는 나를 끝내 뇌쇄(惱殺)시키고 말았던가?
그 청순 가련미(淸純可憐美)가 나를 포박하고 끝내는 광야로 내몰아 사랑의 방랑자로 만들고 말았던가?
두 주제곡은 사랑의 앙상블이 되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그렇게도 내 폐부를 찔러 절절히, 애절히 부르게 했던지 모르겠다.
누선을 간질이는 감루(感淚)가 되기도 하더니 폭풍우를 만들기도 했다.
음악은 그렇게 감루를 생산하고 때로는 폭풍우를 부르기도 하는가 보다.
일전 어느 예식장을 갔었다. 대강 보아 5,60대인 20여 명의 중후한 합창단이 한 지휘자 앞에 도열해 축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곡목이 나 하나의 사랑이었다.
그 곡목 선택도 예사롭지 않았지만 엄숙하기까지 한 그들의 진지한 표정에서 더욱 값지었다. 좀처럼 쉽게 보지 못했던 세리머니에 식장의 분위기를 압도하는 것이었다.
여느 예식장과 다르지 않게 주례사나 축가 순서에는 다소 분위기가 정연하지 못함이 예사인데 그날에는 일순 엄숙해지며 새롭게 출발하는 두 남녀의 앞날에 진심어린 축가로 축복해 주는 그 분위기에 모두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옛날로 돌아갔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박자를 맞추고 옆 사람이 들릴 만큼 립 씽크(Iip sync)도 했다.
주착이게도 찔끔 내 누선이 가만있질 않았다. 산전수전, 세파에 시달려 감성은 다 소진됐는 줄 알았지만 아직은 순정파(?)였다. 이를 누가 막으랴!
끝나자 환호와 함께 탄성도 나왔다. 하객 중 누구는 앵콜!을 청했지만 분위기에 묻히고 말았다.
인륜지대사라 엄숙·장중해야 하고 한편은 경건도 해야 하지만 지금의 시속(時俗)은 그렇지만은 아닌 것도 사실이다.
나의 이 고루한 사고는 oo해! 라거나 축가의 소프라노는 임계가 없는 듯 한없이 올라가 기성(?)에 가까움을 듣자니 조금은 거슬리기도 한다.
나 하나의 사랑! 정말 오랜만에 생음악을 보고 들었는데 아직도 처음 들은 20대 때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 후 나 혼자 언제 어디서나 조용히 음미하며 불러도 항상 마찬가지인 이 원천적 인간의 감성은 어디까지가 한계점일까?
참 음악은 불가결인 신의 영역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