傘壽(산수) 80세를 바라보는 나이쯤에 와서 겨우 삶의 무게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큰소리로 잘 울었다고 하는 말씀을 어머님으로부터 들었습니다만, 커서 어른이 될 때까지는 좀처럼 눈물 흘리며 울지 않았고 또 울 일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부모님께서 돌아 가셨을 때는 통곡을 하면서 슬피 울어야 할 일이거늘 불효막심하게도 눈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제 부모님께 속이 썩어 빠지도록 애를 먹인 일이 없어서 일까요?
아니면 남에게 자식 자랑할 만한 장랑꺼리를 만들어 드리지 않아서 일까요? 슬퍼하면서도 눈물이 없었습니다.
오래도록 잔병에 시달리면서 그 고통을 오래 봐왔기 때문일까요?
이 글을 보시는 분께서 불효막심한 놈이라고 돌팔매를 쳐도 피하진 않겠습니다.
지인들께서 하시는 말씀이 지독하게 애를 먹이며 아웅다웅 했어야만 그 생각이 나서 눈물이 잘 난다고 하더군요. 정말 그럴까요?
80세가 가까워지니깐 죽는 것은 언제가도 한 번은 갈 길인데 언제 어느 시에 어떻게 가느냐가 문제지요.
요즘은 약을 의지해서 잠도 자고 일도 조금씩 합니다만, 조그만 일에도 잘 삐지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일몰에 가까운 해와 같이 빛이 식어 가는지 서글픈 마음이 드니깐 그만 눈물이 나고 마음이 우쭐합니다.
5남매를 뒀는데 아들 둘은 남부럽지 않게 공부를 시켰지만 딸들은 그에 반해 반의반도 못 미치는 학력이지만, 친정 부모를 위하는 마음은 아들 못지않게 눈물겹도록 잘해요.
아들과 며느리, 손자, 손녀가 있기는 하지만 자주 오지 못하고 설에 한 번, 추석에 한 번, 하룻밤 자고 처가에 가서 하룻밤 자고 제각각 제 둥지를 찾아 가지요.
세상살이 사는 게 이렇게 바쁘게 돌아가나요. 고장난 벽시계처럼 조금 쉬었다 쉬엄쉬엄 살면 안되나요.
고장난 벽시계는 멈춰서도 돌아가는 해시계는 멈추면 안되겠지요.
이런 저런 생각하다보면 눈가에 이슬이 맺히다 심하면 두눈에 눈물이 진주되어 두 볼을 타고 주르륵 내려옵니다.
바쁘게 찧는 방아에도 손놀틈이 있다고 바쁜 세상살이지만 쉬어가자구요.
지난날을 후회하지만 불효자식은 마음뿐이리.
이제와서 후회한다고 지나간 세월이 가신 부모님이 되돌아 올 일도 없지요.
나는 부모님께 잘못했는데 내 자식 5남매는 속 썩이지 않고 정말 잘합니다.
내가 효도를 받으니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부끄럽기도 하고, 내가 효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되돌아 보게 됩니다.
이 불효자는 효도를 받으니 효도못한 이 자식은 무릎꿇고 사죄드립니다.
아버님, 어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