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되니까 객지에 각각 살던 아들식구들이 다 모여 조용하던 집안에 떠나갈 듯 시끌벅적 야단들이다.
저녁을 먹고 나니 손자녀석들을 쳐다보니 정말 기쁘고 귀엽고 마음이 공중에 붕붕 뜨는 기분이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큰 손자 성진이, 작은 송자 상우 두 애를 불렀더니 “예, 할아버지 부르셨어요?”하고 옆에 와 앉는다.
성진이와 상우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까 했더니 “예예”하고 가까이 와서 앉는다. 부메랑이란 말 들어봤니, 아니요 하고 대답한다. 그러면 할아버지가 자세하게 말해줄게 하니 똥그란 눈동자를 반짝이며 귀를 기울인다.
부메랑이란 확실한 대답을 해줄게 어떤 물체를 던지면 저쪽으로 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우리말연구소에 전화해 질문하였더니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원주민이 사용하는 일종의 무기로 활모양의 둥근 물체를 던지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내가 말한 답과 일치했다.
성진아, 상우야 왜 할아버지가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지 모르지 하니 예하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너희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면 저절로 알게 된단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갈려면 어려운 일도 있고 기쁜 일도 또 슬픈 일도 있단다. 살면서 나쁜 말은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린다고 했다.
나쁜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말고 친구를 잘못 사귀면 내 자신이 나쁜 행동에 물드니까 말이다.
내가 남에게 잘못했다면 사과할 줄도 알아야 한단다. 내가 남에게 나쁜 짓을 하면 복수 한다고 나에게 돌아오게 되니 이것 또한 부메랑이다.
성진아, 상우야 너희들은 형이고 아우야. 또 사촌이란다. 자라서 어른이 되면 어려울 때나 슬플 때나 서로서로 도우며 잘 지내야 한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서 훌륭한 사람이돼서 나라에도 충성하고 사회에도 꼭 쓸모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성진아, 상우야 너희들은 농촌에 살지 않아서 자세히 모를 것이다.
작은 볍씨 한 알을 싹을 틔워서 물논에서 길러 다시 옮겨 심어 긴긴 더운 햇살을 받으며 가을이 되면 많은 알을 불려서 사람에게 먹고 살도록 부메랑이 돼 오잖아. 할아버지 이야기가 좀 어렵지, 그래도 재미있어요 자꾸 해주셔요 하면서 조른다. 볍씨란 노란 껍데기를 벗기면 하얀 알갱이가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먹고 사는 쌀이란다. 이제 무엇인지 알겠지. 예예
이번에는 미국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나 해줄까하니 금방 귀가 쫑긋해진다.
미국 백화점 재벌 존 와나 메이커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어린시절 너무도 가난해 다니던 초등학교 중퇴하고 아버지가 다니던 벽돌공장에서 노무자로 아버지와 같이 일을 하였지만 정직하고 남을 위하는 그의 착한심성이 그를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린 나이에 가장으로 가사를 돌봐야 했는데 마침 목사님의 주선으로 서점에서 점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어느날 깜빡하고 고객에게 거스름돈을 돌려주지 못한 그는 돈을 나눠 갖자는 다른 점원들의 청을 거절하고 수소문해 찾아가 돌려줬는데 그 분은 대 나사점 사장으로 그 정직성을 기특히 여긴 나머지 그를 자기집 점원으로 앉히고자 더 많은 보수를 주겠다고 제의를 하자 존은 자신이 어려울 때 신세를 진 서점인데 어떻게 보수를 따라 옮기겠냐며 거절했다.
그 갸륵한 마음씨에 더욱 감동한 사장은 존의 인간성을 높이 사고 서점 주인을 설득해 기어코 존의 장래를 위해 순순히 양보하였던 것이다.
그리해 존은 나사점 점원을 발판으로 그 사장의 지원을 받아 승승장구 해 드디어 미국 전역에 존 와나메이커 백화점 체인망을 설립할 정도로 크게 성공하였지만 자신의 어린 시절을 늘 회상하면서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어려운 이웃들을 늘 보살피며 돕기를 마지 않았다고 한다.
재미있나? “예예”하고 “하나만 더 해주세요”하고 눈을 반짝인다.
또, 대통령을 지낸 미국 레이건대통령도 역시 어려서 시간당 달러 50센트의 (지금 시가로 치면 500원)잡역에서부터 시작해 스포츠 중계방송 배우 등 여러 가지 직업을 두루 거치면서 고생을 하였지만 남을 위하는 그의 정성이 대통령으로까지 오르게 한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부메랑이 아니겠느냐 그렇지 예하고 크게 대답하고 고개를 꾸벅거리며 절을 한다. 정말 귀엽다.
성진아, 상우야 할아버지가 이야기 한것처럼 아빠, 엄마 말씀 잘 듣고 열심히 하고 건강하게 씩씩하게 자라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돼야 한다. 역시 악한 일, 나쁜 행동도 부메랑이 돼 내게로 돌아온다는 말을 또 하고 싶구나.
우리 강아지들은 할아버지 말 잘 듣고 착한 일도 많이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한다. 예예
이 글을 읽어 볼 시기는 5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