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고양이 등 애완동물이 반려동물이 된 지도 한참 지났다. 그래서 공중이 이용하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애완동물을 안고 타는 승객을 어렵지 않게 본다. 그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데 남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입을 갖다 대는가 하면 강아지가 사람 얼굴을 핥는 행위는 아직까지는 아무래도 좀 거슬리는 것이 사실이다. 누가 말했다. 동물을 사랑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사랑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고-. 이른바 인수성동이론(人獸性同異論)이었다.
얼마 전 ‘캣맘(고양이엄마) 사건’이 터졌다. 어느 중년 부인이 아파트 단지 안에서 길고양이 집을 지어주다가 떨어지는 시멘트블록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생명존중을 내세우는 보호론과, 공동체의 규범과 공중보건을 내세우며 반대하는 사람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3차원스케너 과학 장비까지 동원하는 법석을 떨어 범인을 잡긴 했는데 잡고 보니 아홉 살 또래의 초등학생 셋이었다. 세상을 들썩하게 했지만 어이없는 결과에 모두 허탈해지고 말았다. 학교에서 배운 낙하실험을 했다는, 그들의 천진성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것이었다. 금수도 사람 못지않게 생명은 소중하다. 그러나 동물은 동물이고 사람은 사람이다. 함부로 죽이거나 무자비하게 학살하면 인간의 감성이나 정서에도 반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지나친 보호론이나 말 그대로의 ‘애완동물’ 그 이상의 과보호는 좀 생각해볼 문제가 아닌가 한다.
한참 전 88올림픽 때 서구 어느 동물보호단체가, 한국이 ‘보신탕’을 먹는 나라라고 대회 불참 운동을 벌인 적도 있다. 업소는 잠시 간판을 내리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지만 대회는 성공적이었다.
역사와 전통, 그 나라만이 갖는 고유의 문화가 있는데 자기 잣대로만 재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우리도 ‘애완견’이 ‘반려견’으로 격상되어 안방까지 점유하게 되기에 이르렀으니 지금까지는 한 마리의 축생일 뿐이었지만 이제는 우리도 사유(思惟)의 변화가 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그 업소가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인간생활이 다양·다원화되듯 개도 복제나 진화·분화를 거쳐 반려견이 되는 것이 별로 이상할 것은 없다는 뜻도 되리라.
내가 날마다 다니는 시장통 골목에 가로세로 1m 남짓한 개·닭·오리의 임시 거치장(据置場)이 있다. 그것도 서너 개씩 비치해 놓은 집단 업소들이다.  아마도 수요자가 나타나면 현장에서 도살하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닭·오리는 그런대로 운신이라도 하지만 개는 주둥이를 맞대고 숨도 헐떡이며 갇혀 있다. 눈물까지 흘린다. 굳이 거창하게 ‘생명존중’까지는 들먹이지 않더라도 누가 보더라도 미관상 볼썽사납고 인간의 잔혹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니 이것만은 피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이 문명사회에 강자의 폭력성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것 같아 더욱 그렇다.
언제 어떻게 형이 집행될 지도 모르고 가쁜 숨만 내쉬는 몰골이 마치 사형수 같다. 형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느 날, 재수가 없어 주인 손에 먼저 잡히는 놈이 질식형이나 교수형으로 집행되는 최후의 날일 터이니 그날이 언제일까. 생의 포기는 벌써 지난 일이고 언제 이 고통이 끝날까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고뇌의 시간을 인간들은 알기나 할까…?
저를 거둬주는 사람을 알아볼 만큼의 지능을 가졌다는 개, 훈련된 탐지견·군견이 얼마나 영리한지도 아는 우리 인간들이 아닌가. 한시적 집행유예의 그들!, 집 지켜주고 사랑 받다가 어느 날 갑자기 닥쳐온 죽음이라는 가혹한 형벌을 왜 받아야 하는가. 장송곡? 아니 인생 허무의 대명사 윤심덕의 ‘사의 찬미’가 아니라 ‘견생찬미’라도 불러줄까? 어찌 보면 죽음이라는 깊은 절망을 체념으로 미화시켜 오히려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표정이다. 명상수행이라도 하는 듯한, 번뇌를 초탈한 듯한 그 성스러운(?) 무념무상의 애절한 몰골을 도저히 그냥 볼 수 없어 몇 번 외면도 했다.
변견(똥개)이라 괄시 받다가 종내는 영양보충이라는 미명아래 강자의 횡포를 저항 없이 받아야 하는 견공들을 위로도 해주고 마지막 가는 길 천도제(薦度祭)를 지내주어 윤회 전생(輪回轉生)이라도 하라고 기원해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
평소 ‘애완·반려’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오늘은 왜 ‘생명존중’이 살아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