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는 전국 228개 지방의회 의원 1천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방자치 발전 촉구 결의대회를 가졌다.
주요 결의내용은 “정당공천제 폐지, 소선구제 환원, 지방의회 직원 인사권 독립, 열악한 기초지방자치단체 재정지원 등 진정한 지역분권과 지방자치시대의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결의문까지 채택하고 막을 내렸지만  속내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외치고 알뜰한 지방 살림을 살겠다고 표를 구걸한 선량들이라고 보기에는 그들의 행보가 너무 정치적이고, 흥정과 이기적 타협이 판을 치는게 지금의 지방 의회의 현주소다.
반성과 자정노력이 선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두둑한 의정비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역정서를 등에 업고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려는 낡은 구태정치의  또 다른 자화상을 보여준 대회이다.
총선을 앞 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한 지방의원들이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무언의 압력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지방 재정자립도는 매년 뒷걸음질 치고 중앙정부의 복지업무가 지방으로 이전되면서 오히려 지방의 재정여건은 더욱 어려워졌다. 
팍팍한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몇몇 시.군 기초의원들의 행태는 보기 민망할 정도로 지역토착비리와 이권에 물들어 있다.
스스로를 선거구민의 “상머슴” 임을 자처하며 당선만 시켜주면 하늘의 별도 다 따 줄것 같았던 그들이기에 배신감은 더욱 크다.
문경시와 예천군의 사례에서 보듯이 지방의회가 재출범한지 20년을 맞았지만 아직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자리싸움과 기득권 유지에 혈안이 되어 있다.
기초의회를 무보수 명예직으로 다시 환원하자는 유권자들의 생각이 나온 이유도 어쩌면 당연하다.
겉으로는 정당공천제의 폐지를 외치지만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의 정서상 먼저 나서서 잘난 체할 필요도 없다.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 여론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공천권을 가진 국회의원이  그 권한을 내려 놓기도 쉽지 않다.
“몸종” 수준의 뒷바라지를 해주는 그들이기에 먼저 나서서 제발에 발등 찍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에 등장하는 지방의회 의원들의 비리와 상식이하의 행동에 국민들의 냉대는 이제 극에 달해 있다.
지역발전의 초석으로 감시와 견제, 투명행정을 기대했던 유권자로선 오히려 지역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이익집단으로 여기게 되는 우(愚)를 범하게 된 것이다.
공공입찰이나 승진인사에 관여하고 혈연과 지연에 얽혀 바른소리 한 번 제대로 내 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막대한 군민의 혈세가 아까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내년이 되면 총선과 대선으로 정국(政局)은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안개속으로 빠질 위험도 있다.
어느 라인에서 어떻게 처신할 지 아주 애매한 상황이 다가 올 수도 있다.
지방의원 본연의 반듯한 자세와 몸가짐이 그래서 더욱 중요한 해이다.
우르르 행사장으로 몰려다니며 세를 과시하고 온갖 일을 혼자서 다하며 바쁜 척 하는 처신 또한 표를 갉아먹는 하마이다.
행사특성에 따라 순번으로 참석하는 효율성을 가지는 것 또한 의원들의 품위유지에도 보탬이 된다.
특정 정당이 특정지역의 정치구조를 독점하고 있는 지금, 사실상 의회의 역할에  크게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들만의 아름다운 리그로 승자도 패자도 없는 모두가 한 울타리, 한 집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의 공직사회는 썩어도 도려내기에도  힘든 일이다.
차라리 감추고 축소하고 변명해주고 제식구 감싸는 일이 더 인간적이고 멋있게 보이는 게 지금의 솔직한 현실이다.
따라서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는 물론이고 나아가 전반적인 선거제도 개선이 필요한 때이다.
지방의회가 할 수 있는 일과 또는 반드시 해야하는 일들이 분명히 있지만 지나간 선거 홍보 책자를 보면 몇년째 우려먹는, 그것도 국회의원도 하기 어려운 어설픈 공약들로 가득 차 있다.
이제는 우리도 이성과 냉정함을 찾고 지역봉사와 사랑이 과연 무엇인지 고민해 볼 때이다.
지역에서 태어나 도회지에 한번 나가지 않고 묵묵히 벼농사 채소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자식들 훌륭하게 키운 농민이, 편하고 살기좋은 고향이라고 자부심을 갖는다면 그분이 지역의 자산이다.
또 그들의 주름살에 웃음꽃이 피고 막걸리 한잔에도 옷갖 시름을 털어놓는 순박한 순수성이야말로 지역의 희망이다.
그들이 풀어놓는 어설픈 넋두리야말로 진정 지역의 엄중한 공약이며 고개숙여 감사할 줄 알아야 하는 이유이다.
이판 저판 기웃거리다 은근 슬쩍 국회의원에게 기대어 자존심을 팽개친 체 정치판에 발을 담궈서야 어찌 지역일꾼이라 당당히 말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정치적 직업화는 더 이상 안된다.
공천헌금과 각종비리, 이권, 청탁에 그만큼 노출이 크기 때문이다.
팍팍한 살림에 힘들어 하고, 땡볕에 그을리고, 들판에서 파김치가 된 군민들에게 정치적 립(lip) 서비스에만 치중한다면 그것은 군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소통의 문턱, 행정의 문턱, 의회의 문턱부터 낮추어 의회의 위상을 높이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올바른 지방의원의 소임이 무엇인지, 스스로 혈세를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짚어보고 앞자리,좋은자리, 밝은자리를 탐하기 보다는 어둡고, 구석지고, 힘든 자리에서부터 지역사랑을 실천하는 의회가 되어야 한다.
자기희생을 사명으로, 그래서 존경받는 지역의원이 많아야 고령에도 희망이 보이고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