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文武)를 겸비한 성리학자
송암 김면은 곽재우(郭再祐), 정인홍(鄭仁弘), 오운(吳澐), 박은제(朴恩濟), 조종도(趙宗道) 등과 함께 백척간두에 선 국가의 위기를 구하기 위하여 경상우도에서 의병을 이끌고 기병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김면의 진면목은 그가 단순한 무인이 아니라 당대의 뛰어난 성리학자로 문과 무가혼연일체를 이룬데 있다. 김면은 퇴계(退溪) 이황(李滉)과 남명(南冥) 조식(曺植)의 양문(兩門)에 출입하면서 한강(寒岡) 정구(鄭逑), 동강(東岡) 김우옹(金宇顒) 등과 어깨를 겨루며 성리학을 강마(講磨)하고 후진을 교육한 명망높은 유학자였다. 그는 15세에 상평록(常平錄) 일기(日記)를 저술했을 정도로 학자로서 대성할 자질을 보이기도 했다. 본관이 高靈인 김면은 중종 36년(1541) 지금의 고령군 개진면 양전동에서 경원(慶源)부사 김세문(金世文)의 장남으로 태어난 곳은 그 옛날 찬란한 영화를 자랑하는 대가야국의 관문인 금산재 부근이다. 김면의 가문을 보면 7대조는 고려공민왕 때 서해도관찰사로 왜구를 격퇴했으며 조부는 경상좌병사로 동해안을 지켰으며, 부친은 경원부사로 북변방에서 여진족의 침입을 막았고, 김면(金沔) 자신은 임란때 의병을 일으켜 왜적을 토벌하는 등 대대로 외적을 물리치는데 앞장선 명문이었다. 김면은 후일 자(字)를 지해(志海)라고 했는데, 이것은 작은 냇물이 흘러 큰 바다를 이룬다는 뜻으로 그의 원만하고 호원(浩遠) 인품에 걸맞은 것이다. 김면은 어려서부터 학문에 비상한 재질을 보였다. 6세에 처음 입학한 그는 7세에 소학을 능히 읽었고, 8세에 대학을, 9세에 중용의 대의를 깨쳤고, 11세에 당대의 거유 퇴계를 찾아가 대학연의(大學衍義)를 배울 정도여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이 무렵 정구, 김우옹, 박성(朴惺) 등과 교분을 맺었으며 이들은 일생동안 서로 학문의 반려로 굳게 맺어졌다. 14세에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비롯한 고금의 서적을 두루 독파한 김면은 이 무렵 성주와 대구·고양(高陽, 고령의 옛이름) 등 인근 고을의 백일장을 휩쓸어 고을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김면이 학문세계에 깊이 빠져든 시기는?
남달리 총명하고 다재다능했던 김면이 학문의 깊은 세계에 침잠하게 된 것은 남명 조식의 문인이 되고 부터다. 19세에 지리산의 덕산으로 남명을 찾아가 문인이 된 그는 이때부터 일체 과거에 뜻을 두지않고 진리를 깨닫고 이를 실천하는 공부에만 몰두했다. 그는 향리지공(向裏之工-진리만을 깊이 파고들어 가는 것)을 위해 매일 새벽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의복을 단정히 갖추고 사당에 참배한 뒤 밤이 늦도록 정주이서(程朱二書)를 읽는 것으로 일과를 삼았다. 그는 또한 주역(周易)에 통달하여 후일 주역의 깊은 경의(經義)를 후진들에게 가르치는 한편 주역을 계속 연구하도록 권면하기도 했다. 김면이 20세 때에는 다시 폐백을 갖추어 도산(陶山)으로 이황(李滉)을 찾아가 퇴계의 문인이 되었다. 이것을 보면 김면은 퇴계와 남명이라는 영남유학의 양대산맥의 특징을 고루 섭렵한 것을 알 수 있다.

>>김면의 학문세계는 남명(南冥)의 경의지학(敬義之學)에 경향
김면의 문우·문인들이 대체로 남명의 문인이거나 또는 남명과 퇴계의 양문에 출입한 인물들이고 순수한 퇴계의 문인이 적은 것을 보면 그의 학문의 경향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특히 그가 남명의 문인들을 규합·제휴해 의병을 일으킨 것을 보면 지리적인 면을 떠나 그의 학문세계가 실천을 중시하는 남명의 경의지학(敬義之學)에 어느 정도 경도됐는가를 짐작케 한다. 김면이 남명과 사제관계는 돈독했다. 그가 일찍 재실(齋室)을 짓고 남명에게 당호(堂號)를 지어 줄 것을 청하자 남명은 친히 송암(松庵)이라는 현판을 써주기까지 했으며 이것은 그대로 일생동안 김면의 호(號)가 되었다. 그가 학문에 깊이 몰두해 24세에 율예지(律禮志) 7권을 지어 남명에게 바치자 남명은 그의 학문에 감탄한 나머지 그를 대군자(大君子)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후일 남명이 죽자 김면은 1년간 소복(素服)을 입고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내실에도 들지 않을 만큼 스승에 대한 예를 극진히 갖추었다.

>>가야산을 비롯한 영남의 영산(靈山)을 탐방하며 시(詩)짓기 즐겨
그는 문우들과 영남의 영산인 두류산(頭榴山)·가야산(伽倻山)과 관동정(寬洞亭) 등지의 경승을 즐겨 탐방하며 아무런 꾸밈없는 시짓기를 좋아했다. 이것은 단순한 유람이기 보다는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그의 내면세계의 발로라고도 볼 수 있다. 자연과의 격의 없는 일체감은 남명학파의 또 다른 특징이기도 하지만 그의 학문과 인품이 준수하고 질박·간절하다는 것은 사실 자연이 주는 영향을 받은바가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문우들과 교우하며 학문을 강론하고 도의를 권면하는데 주동적인 인물이었다. 26세 때에는 남명문인의 맏선배격인 오건(吳健)·오장(吳長)부자, 최영경(崔永慶), 하항(河抗), 정구(鄭逑), 김우옹(金宇顒), 조종도(趙宗道), 이노(李魯),이대기(李大期) 등을 비롯한 남명 문인 40여 명이 일시에 고령(高靈)에 있는 그의 집에 모여 도학강론(道學講論)을 성대히 벌이기도 했다. 여기에는 후일 태극사상으로 명성을 날린 장현광(張顯光)이 홍안의 소년으로 참석하기도 해 이런 모임은 초유의 일이기도 했지만 이 같은 모임을 통해 남명문인의 인간적인 유대는 더욱 굳어졌다. 김면은 수차에 걸쳐 벼슬을 제수 받았으나 그때마다 사양했다. 37세 때 그는 공조좌랑에 제수받았으나 대궐에 나아가 모친의 병환을 아뢰고는 그길로 다시 낙향했다. 이것을 보면 그가 명리를 다투는 하잘 것 없는 관직에 대해 얼마나 초연했는가를 알 수 있다.

자료출처-고령김씨 대종회 카페지기 남재 김재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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