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하면 무궁화를 떠 올릴 때까지 전국에서 무궁화가 가장 많은 고령군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삼천리금수강산이 우리나라꽃인 무궁화동산이 되는 것이 희망”이라고 한다.
김치선(85) 할아버지는 나이를 잊은 채 오로지 무궁화 보급에 온 정성을 쏟고 있다.
향교 앞 공원에는 게이트볼연습장과 함께 사방이 무궁화동산으로 잘 꾸며져 있다.
한 사람의 숨은 노력으로 게이트볼 연습장과 무궁화동산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곳은 테니스장이 있었던 곳이지만, 테니스장이 다른 곳으로 옮겨간 후 오래도록 방치돼 무성한 잡초가 하늘을 찌른다.
부근에 고령군노인회관이 있지만 노인들의 마땅한 운동시설이 없다. 그때 김 할아버지는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곳에 잘만 다듬으면 훌륭한 게이트볼 연습장이 되어 노인들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던 것이다.
그날부터 김치선 할아버지는 날만 새면 이곳으로 올라와 혼자서 풀을 뽑고 나무를 베어내고 돌을 옮기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오래 묵혔던 땅이라 노인의 체력으로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꾸준히 힘든 작업을 계속했다. 어느 정도 정지작업이 되어갈 무렵, 운동시설이 들어서면 비바람도 피할 수 있고, 차(茶)라도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즉시 대구로 달려가 컨테이너 박스 하나를 사비로 구입했다. 컨테이너 값에 맞먹는 운반비를 감수하고 옮겨와 설치했지만 문제는 다음날 터졌다.
철수하라는 관계자의 통보를 받고 전후사정을 말했지만, 이 장소는 향교가 있는 문화재청 관리구역이라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금의 자리에서 어르신들이 현재 요긴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때부터 게이트볼 회원모집에 앞장선 결과 2005년 7월에 드디어 게이트볼 연습장을 개장하여 어르신들의 체력단련에 활용하고 있다. 오늘도 며칠 후, 있을 대회준비로 열심히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수년 전 게이트볼 행사 후 뒷정리 과정에 부탄가스가 폭발해 부인의 얼굴에 화상을 입어 고생도 많이 했고, 치료비도 천여만 원이나 들어 어려움도 겪었다.
게이트볼에 빠진 남편 때문에 다쳤으니 원망도 하겠지만 부인은 “남이 다쳤으면 오히려 더 남편 입장이 난처했겠지만 내가 다쳤으니 다행”이라며 남편을 위로한다.  
게이트볼연습장이 제 자리를 잡자 김 할아버지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주변 정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2007년 경 무궁화를 심기 시작했다.
 
게이트볼 말없는 노인병원
‘대가야국성지’비석 주변에 키만큼 자란 풀 때문에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을 때 애로를 느끼는 것을 보고 비석주변부터 잡초를 제거하고 무궁화를 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산림녹화기념숲, 장기리 체육공원, 그리고 새로 조성된 자전거길 양편에도 무궁화 심기를 확대해 나갔다. 뿐만 아니라 고령군 8개 읍.면에 묘목을 보내 심게 했으며, 전국 아홉 개 도(道) 자치단체와 인천시, 경산시 등에도 묘목 3포기씩을 택배로 보내는 열성을 보였다. 이러한 일은 남다른 무궁화사랑이 없으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 후 대부분의 자치단체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말과 함께 격려의 말을 듣고 보람을 느꼈다는 소박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한다. 특히 역대 고령군노인회장이 게이트볼 연습장과 무궁화동산 조성에 많은 관심과 지원으로 오늘이 있었다고 생각해 무엇보다 보람과 긍지를 느끼고 있다.
무궁화동산을 만들 무렵에는 최현삼(90)씨와 김상기(83)가 잡초도 뽑아주고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고마운 분들이라 당시 군수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현재 두 분 모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서 자주 볼 수 없음이 아쉬움이란다.
한때는 만발한 국화와 코스모스 전시회를 하여 학생단체의 인기 관광코스가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무궁화 한 종류뿐이다.
게이트볼은 나이에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특히 힘이 약한 어린이나 어르신, 부녀자들에게도 알맞은 운동이다. ‘게이트(gate)’란 단어는 문(門)이라는 뜻에 볼(ball)을 붙여 만든 말이며, 중국에서는’문구(門球)라 부르고 있다.
무릎관절이 아파서 고생하던 몇 사람이 게이트볼을 시작하고 완쾌가 되어 혹자는 “게이트볼이 말없는 노인병원”이라 이름 붙이기도 했다.
고령에는 1996년 8월에 게이트볼 연합회(현 회장 최충권)가 결성되었는데, 김치선 할아버지가 게이트볼 활성화에 상당한 공헌을 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 것 같다. 이곳 노인회 게이트볼 회원이 한때는 30여명이었으나 현재는 남녀회원이 18명이다.
초대 송덕홍, 2대 김태영 회장을 거쳐 3대 김치선 회장이 많은 공헌을 했다. 현재 4대 회장으로는 비교적 젊은층인 홍창기 회장이 이어 받아 회원들의 건강과 친목을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다. 

100세 시대 건강 챙기자
2011년 5월 20일 제6회 생활체육게이트볼연합회장기 대회에서 향교팀으로 출전해 우승기를 차지했다. 오는 18일 제7회 대회를 위해 우승기를 반납해야 한다. 생활체육회로 출전할 땐 ‘향교팀’으로, 기타 도대회나 전국대회에 출전할 땐 ‘노인회’팀으로 출전하는 2원화가 되어 다소 헛갈리고 애매한 부분도 있다.
이곳 게이트볼연습장은 문화재청에서 관리하는 땅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늘 불안했는데, 다행히 금년 중에 시설을 갖춘 다른 곳으로 이전하도록 해준다는 곽 군수의 언질이 있어서 회원들은 요즘 마음이 들떠있다.
김치선 할아버지는 게이트볼연습장 조성 공로로 수 년 전 고령군노인회장으로 부터 공로패를 받기도 했고, 무궁화 보급에 앞장선 고마움의 상징으로 고령군수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끝으로 김치선 할아버지의 소망을 물었더니 “많은 어르신들이 게이트볼 운동에 동참하여 100세 시대에 스스로 건강을 잘 챙기자”며 “소망이 있다면 ‘고령군노인회지회장배 게이트볼 대회’가 신설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는 나이가 있으니 젊은 사람들이 좀 나서서 국화(國花)인 무궁화 보급에 힘써주었으면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치선 할아버지 가족으로는 현재 부인 이봉희(80)여사와 슬하에 2남3여를 두고 있으며 큰아들은 캐나다로 이민 가서 살고 큰딸은 현재 미국에 살고 있다. 내외분이 국내에 가까이 있는 3남매의 효도를 받으며 운동과 무궁화 보급을 소일삼아 늘 즐겁게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