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대표적인 대가야유적, 대가야 고분군에 대한 분포, 발굴조사현황, 순장문화 등에서 보이는 독특한 특징, 가치를 제조명해 세계유산의 잠정목록에 등재하게 된 대가야 문화의 우월성을 확인하고, 인근에 위치한 경주시 고분군의 비교를 통해 유적을 이용한 관광자원화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이에 본 신문사는 5회 시리즈 기획 취재를 통해 대가야의 역사를 돌아보고 지산동고분군에 대한 가치를 재조명해 대가야문화의 우월성을 모색함은 물론 고령군 및 천년신라의 고도 경주시를 방문해 신라의 역사적 배경과 천마총 고분군의 비교를 통해 유적을 이용한 관광자원화를 알아본다.

 

지산동 고분군의 순장문화
<내세관을 반영한 무덤 구조와 순장문화>
지산동고분군에서 대가야 사람들의 내세관이 가장 잘 반영된 것이 무덤의 내부 구조와 순장이라 할 수 있다. 지산동고분군의 대형 봉토분은 당시 최고 지배층인 왕이나 왕족의 무덤이라고 할 수 있다. 무덤의 내부구조는 한가운데에 주인공이 묻히는 으뜸덧널을 배치하고, 그와 가까운 곳에 으뜸덧널과 수직 혹은 나란한 방향으로 딸린덧널을 설치하였다. 덧널의 평면형태는 ‘T’자형, 혹은 ‘11’자형을 이룬다. 딸린덧널은 무덤 주인공이 저승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넣어두는 창고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두 덧널 주변으로 순장자를 위한 순장덧널을 배치하였다. 이런 점에서 고분은 무덤 주인공의 안식처이자 저승 궁전이며, 당시 사람들의 사후세계관이 반영되어 있다고 하겠다. 한편, ‘순장’이란 죽은 한 사람의 주인공을 위해 살아있는 사람이나 동물을 함께 죽여서 매장하는 장례행위이다. 이는 죽은 뒤에도 살아 있을 때의 삶이 그대로 지속된다는 계세사상(繼世思想)이 반영된 것이다. 특히, 지산동고분군은 경주나 다른 가야지역과 달리 별도의 순장덧널을 마련하여 순장자를 매장하는 소위 ‘대가야식 순장’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순장덧널의 수는 적게는 1기에서 많게는 32기에 이르는 다양한 양상을 보여준다. 순장자도 한사람에서 40여 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지산동 32호분과 34호분은 으뜸덧널 옆에 1기의 순장덧널을 설치하였다. 비슷한 내부 구조는 지닌 지산동 74호분은 2기, 30호분은 4기의 순장덧널을 만들었다. 지산동 73호분은 4기, 518호분은 최소한 6기, 75호분과 45호분은 11기, 44호분은 32기나 되는 순장덧널을 만들었다. 순장자의 숫자도 지산동 34호분은 1명, 32호분과 74호분은 2명, 30호분은 6명, 518호분 6명 이상, 73호분은 11명, 75호분은 13명, 45호분은 14명, 44호분은 40명 이상의 사람이 순장된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순장자의 신분이나 역할도 매우 다양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지산동 44호분의 경우 1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층과 부부과 부녀, 형제자매로 추정되는 복잡한 인간관계가 표현되어 있다. 순장자의 역할도 주인공의 저승생활을 위한 비첩이나 시녀, 호위무사, 창고지기나 물품관리인, 마부와 농부 등 여러 직능을 표현해 놓았다. 다양한 순장 방식과 순장자의 숫자, 역할 등은 세계사적인 보편성을 지닌 순장이라는 장례문화 속에서 지산동고분군의 독특한 순장방식이 새롭게 창출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대가야 양식의 고분출토 유물>
 지산동고분군에서는 토기, 무기와 무구, 장신구, 말갖춤, 농기구, 축소모형철기 등 다종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되고 있다. 이들은 고구려·백제·신라 등 삼국은 물론 인근의 가야지역과도 구별되는 대가야만의 뚜렷한 특징을 지닌다. 대가야의 독특한 유물들은 소위 ‘대가야 양식’이라고 하며, 이를 통해 대가야사의 전개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대가야 양식 토기는 전체적인 모습이 부드러운 곡선미와 풍만한 안정감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대가야의 토기는 5세기 중엽부터 고령지역을 벗어나 경남지역을 거쳐 호남에서도 출토되어, 대가야의 정치적 발전과 영역 확장을 알려주는 주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대가야의 관과 귀걸이 등 장신구 역시 인근 신라와 뚜렷이 구분되된다. 신라의 관이 나뭇가지 모양을 한데 비해, 대가야의 관은 꽃잎이나 광배모양이다. 귀걸이도 가는 고리 밑에 속이 빈 공모양의 중간장식을 연결하고, 사슬모양 연결고리를 사용해 끝장식을 달았다. 대가야의 귀걸이는 대가야 양식 토기의 분포와 일치하고 있다. 고령지역에서 제작되어 여러 곳으로 분배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일본에서도 대가야계의 귀걸이가 다수 발견되었다. 대가야의 유물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철제품이다. 지산동고분군에서 출토되는 덩이쇠를 비롯한 무기와 무구, 말갖춤, 농기구 등은 우수한 대가야의 철기문화를 짐작케 한다. 철기문화가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은 채광, 제련 등의 제철기술과 함께 질 좋은 철광산을 소요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가야의 철 생산 기술은 5세기 이후 대가야의 비약적인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지산동고분군에서 출토되는 각종 대가야 양식의 금공품과 철기, 토기 등은 생산기술이 뛰어난 장인 집단이 존재했으며, 그것을 운영할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이 갖추어졌음을 보여주는 단서이기도 하다.

진정성 - 지산동고분군은 5세기 이후 160여년의 기간 동안 시차를 두고 700기 이상의 봉토분이 조성되었다. 여기에 작은 무덤까지를 합산한다면 수 만여기에 이른다. 고분군은 거의 대부분이 대가야 사람들이 묻힌 순수한 대가야시대의 묘역이며, 축조 당시의 원상을 별다른 훼손 없이 현재까지 잘 유지하고 있다. 고분의 입지 선택도 주산의 능선 위에 현실세계와 구별되는 사자(死者)의 내세공간이자 신성공간을 별도로 마련하여, 당시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대가야만의 전통적인 고분 축조기술과 특징적인 유물들은 지산동고분군의 진정성을 일차적으로 담보하고 있다. 지산동고분군은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친 발굴조사를 통해 대가야 역사를 복원하고, 보존 정비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봉토분의 복원은 고분전문가의 참여와 자문을 거쳐 시행함으로써, 복원의 신뢰도와 정당성을 획득하였다. 아울러, 고분군 일대에 무분별하게 자라고 있는 소나무 등의 수목에 대한 간벌사업을 진행하여 조성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고, 추가적인 훼손을 방지하고 있다. 아울러, 고분 복원을 위해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체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여, 진정성을 높이고 있다.

완전성 - 지산동고분군은 주산의 능선 위에 위치하고 있다. 이에 각종 경제개발과 관련된 인위적인 훼손이 이루어지지 않아 오늘날까지 거의 원형 보존되고 있다. 아울러, 고대 이래 한국인의 분묘 존중 사상에 따라 고분군 내에 별도의 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잘 유지될 수 있었다. 특히, 지산동고분군을 비롯해 인근에 위치한 주산성과 고아동벽화고분 등이 일찍이 사적으로 지정되어 원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체계적인 보호와 관리시스템이 마련되어 완전성을 갖출 수 있었다. 근래에는 고분군과 부조화를 이루던 주변시설들을 매입한 후 대가야박물관,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 대가야문화벨리 등 문화시설로 탈바꿈하였다. 아울러, 주산성→지산동고분군→대가야박물관 및 왕릉전시관→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 등으로 이어지는 역사체험공간을 완성하였으며, 매년 대가야체험축제를 개최하여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대가야박물관은 개관이후 최근 관람객 300만명을 돌파하면서, 문화유산의 활용부문에 있어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습니다.
/기획공동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