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대표적인 대가야유적, 대가야 고분군에 대한 분포, 발굴조사현황, 순장문화 등에서 보이는 독특한 특징, 가치를 제조명해 세계유산의 잠정목록에 등재하게 된 대가야 문화의 우월성을 확인하고, 인근에 위치한 경주시 고분군의 비교를 통해 유적을 이용한 관광자원화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이에 본 신문사는 5회 시리즈 기획 취재를 통해 대가야의 역사를 돌아보고 지산동고분군에 대한 가치를 재조명해 대가야문화의 우월성을 모색함은 물론 고령군 및 천년신라의 고도 경주시를 방문해 신라의 역사적 배경과 천마총 고분군의 비교를 통해 유적을 이용한 관광자원화를 알아본다.

지산동 고분군의 세계문화 유산적 가치
‘세계유산’이란 유네스코가 1972년 제17차 총회에서 제정한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에 근거해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을 말한다. 이는 국가와 민족이 개별적으로 보존해 온 유산 중 탁월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세계적인 시각에서 보호할 필요가 있는 유산을 의미한다. 세계유산의 종류는 크게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나뉘며, 그 중에서 문화유산의 등재수가 가장 많다. 문화유산은 사적, 기념물, 건축물군, 문화경관 등 부동산 유산으로, 박물관 등에 소장된 동산문화재나 무형문화재 등은 제외된다.

경관적 우수성
세계유산은 해당 국가와 민족이 현재까지 보존해 온 유산 중에서 탁월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보호할 필요와 가치가 있는 유산을 의미한다. 따라서 민족과 국가에 따라 다양한 성격을 지닌다. 세계유산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해당 유적의 탁월성에 대해 누구나가 수긍할 만한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그 중에서 해당 유적에 대해 자신도 모르게 ‘아!’라고 하는 감탄사가 나오게 하는 뛰어난 경관적인 조건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산동고분군은 대가야의 왕도인 고령읍을 병풍처럼 감싸면서 우뚝 솟은 해발 310m의 주산(主山) 능선 위에 700여기 이상의 거대한 고분군을 조성하였다. 이는 지산동고분군이 가지는 독특하면서도 탁월한 문화경관이라 할 수 있다. 지산동고분군은 대가야의 왕과 왕족을 비롯한 귀족층 등 최고지배층의 무덤이다. 이 고분군은 대가야가 고대국가로 발전하는 서기 400년을 전후해 조성되기 시작해, 신라에 멸망당하는 562년까지 대략 160여년간 조성된 것이다. 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년에 평균 4∼5기의 고분이 조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봉분이 남겨진 경우만 계산한 것이고 봉분이 남아있지 않는 경우까지를 고려한다면 수만기에 달한다. 따라서 대가야의 왕도인 고령에서는 연중 고분을 만들고, 그에 따른 장례의례가 행해졌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가야시대를 소위 ‘장송의례 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아울러, 하나의 단위 고분군에서 700여기라는 엄청난 숫자의 고분이 한 세기 반이라는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조성된 것은,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에서도 거의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사례에 해당한다. 예컨대, 신라의 경우 경주 중심가에 자리 잡은 고분이 대략 155기이며, 아라가야 지배층의 무덤인 함안 말이산고분군(사적 제515호)은 50여기, 일본 오사카의 모즈·후루이치고분군이 91기 정도라고 한다. 이 역시 지산동고분군의 가치를 높이는 점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지산동고분군이 주산 능선 위에 집중적으로 조성된 것은 대가야 사람들의 종교적 이념이 반영된 것이다. 현재 고령향교가 위치한 전(傳) 대가야궁성지를 중심으로 현실 세계인 왕도와 사후 세계의 무덤인 지산동고분군을 구분해 놓은 대가야인의 정신세계가 투영된 결과물인 것이다. 당시 지배층의 무덤을 산 능선 위에 조영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우선, 대가야인들의 신앙과 사후세계관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대가야는 김해의 금관가야와 함께 독자적인 건국신화를 가지고 있었다. 그 내용을 보면, “가야산신 정견모주(正見母主)와 천신(天神) 이비가지(夷毗訶之) 사이에 태어난 형제 가운데 형은 대가야 시조인 이진아시왕(伊珍阿豉王)이 되고, 동생은 금관가야의 시조 수로왕(首露王)이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대가야인들의 산악과 하늘에 대한 숭배사상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신앙적인 배경으로 하늘세계에 가깝고, 가야산을 조망할 수 있는 주산의 능선 위에 무덤을 만들었을 것이다. 대가야의 지배층은 자신들이 다스렸던 왕도가 훤히 내려 보이는 곳에 사후세계의 안택(安宅)을 조성하였다. 이는 죽은 후에도 후손들의 안녕을 지켜주려는 의식의 발로였을 것이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산 능선 위에 무덤을 조성함으로써, 더욱 웅장하게 보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대가야 사람들은 왕도 지역의 공간을 계획적으로 구분하여 활용하고 있었다. 먼저, 왕과 왕족들이 생활하는 궁성을 중심으로 관아 건물과 민가 등 일상생활 공간을 마련하다. 문헌과 구전기록에 따르면 궁성에는 출입문인 전단문(栴檀門)과 왕과 신하들이 정사를 논하던 구신정(九臣亭), 조서를 반포하던 연조문(延詔門)이 있었다. 대가아궁성지에 대한 조사에서는 궁궐이나 관아의 건축물로 추정되는 대벽건물지가 확인되었다. 왕도 뒤편의 주산 정상부에는 방어시설인 주산성을 축조하여 외세의 침략과 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하였다. 최근 조사에서 주산성은 6세기 전반 대가야시대에 축조된 대가야의 석축산성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대가야 지배층의 사후세계 안식처이자, 저승 궁궐인 고분군을 주산의 서쪽 능선 위에 마련하였다. 이처럼 대가야 사람들은 삶의 세계인 궁성과 마을, 방어시설인 산성, 사후 세계를 위한 무덤 등으로 도시공간을 분할했던 것이다. 특히, 지산동고분군은 망자(亡者)를 위한 신성구역으로 매우 중시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지산동고분군은 5∼6세기에 걸친 대가야의 순수한 무덤군으로 대가야 문화를 정수를 보여주는 기념물이었다. 이 고분군은 대가야시대 이후 1,60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현재에 이르기까지 당시의 경관을 유지해 오고 있어 시대적 영속성을 가진다. 그간 신라,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를 거쳐 현재까지 많은 왕조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훼손 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 자체만으로도 지산동고분군 세계유산적 가치를 지닌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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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공동취재